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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3일간의 여행(서울울트라 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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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주해 작성일03-10-31 14:05 조회6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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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지난 4개월은 속박에 눌린 나날 이었던 것 같다. 충동 이었던 도전 이었던 이미 신청은 하였고 참가비(거금 150,000원)을 완납한 터이라 포기는 할 수 없고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이었다.

풀코스 완주도 10여회... 기록의 향상은 애초에 흥미대상이 아니었고 이런 저런 이유로 다소 정체상태에 빠진 마라톤생활에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 나도 도전 해보는거야"
100km 250여리를 달려보면서 내 몸의 한계도 느껴보고 여러 가지로 타성에 젖은 자신을 추스리는 계기를 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6월15일 부산런클 연례행사의 하나인 장안사 66km lsd에 참가하여 의외로 무난히 완주하게 되었다.
무수한 고수들도 탈락하는 와중인데도 말이다.
내 몸이 천천히 달리는 장거리에는 익숙하다는 걸 알게되면서 100km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더한 계기가 되었다.

훈련계획은 월 300km 주행이었어나 직장생활,가정일에도 충실해야 겠기에 계획에 좀 못 미쳤지만 대체로 근접한 훈련량 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훈련을 많이 하다보니 나중에는 지쳐서 9월 들어서는 체력이 저하하는 현상도 있었다.
주 훈련장소는 부산런클 화달장소인 어리이대공원 성지곡 이었고 화달 참가시 주로 15km정도 달리고 수요일이나 목요일밤 개인훈련 으로 21km 지속주로 달렸다.
애초에 스피드와는 상관없이 항상 같은 속도로 천천히 오래 달리는 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금달에도 간간히 참가하고 주말을 이용하여 월2회 40km 장거리 훈련을 하였다.

6월 250km 주행 : 장안사 lsd 66km등 대체로 만족한 훈련량이다.
7월 270km 주행 : 지리산종주(35km), 장거리훈련(42km)등 훈련성과가 아주 좋았다.
8월 160km 주행 : 팔조령 훈련, 휴가중 무릎을 다쳐 한동안 약하게 달림
9월 220km 주행 : 경산마라톤 풀코스, 금수산 산악마라톤 풀코스 참가로 대회감각 익힘
10월 100km 주행 : 설악산 산행후 가족일 이 많이 생겨 조금밖에 달리지 못함



◎ 대회 전전날 (10월24일)
퇴근후 일찍 귀가후 준비물을 총점검 하다.
1주일 전부터 KU사이트, 서울마라톤사이트를 서핑하면서 먼저 다녀오신 분들의 후기도 읽고 이미지 트레이닝 비슷한 것도 해보며 자신감을 다진다.

출발할 때 와 CP1(53km)에서 필요한 복장, 준비물 등을 따로 포장해 머리맡에 두고 잠든다.

- 출발할 때 준비물 : 쿨맥스 긴팔T, 런클유니폼, 런클긴타이즈, 뉴발란스 830, 런클모자, 스카프, 리복양말, 물통색, 타이레놀 2정, 파워젤2, 밴드 2, 비상금 20000원, 휴대폰, 실낀바늘(물집에 대비)

- CP 1 준비물 : 쿨맥스 긴팔T, 모자, 반타이즈, 스카프, 양말, 아식스 DS 레이스, 타이레놀 2정, 밴드2, 파워젤3, 디카


◎ 대회전날 (10월25일)

다른 분 들은 서울로 먼저 올라가시고 나는 황상주와 둘이 서울행 열차에 오른다.
상주도 울트라가 처음이다. 내가 부추킨 것도 있지만 본인의 참가의지가 더 강했으리라.
제수씨가 정성껏 준비한 김밥을 나눠 먹어며 내일 대회에서의 전략과 준비물에 대하여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다 저녁에 잠이 부족할 것 같아 미리 눈 좀 붙여본다.

양재 지하철역 에서 내려 셔틀버스 타고 대회장에 도착하니 17:40경이다.
식전 공연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쉽게 보지는 못하였고 막 개회식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박정선님이 반겨 맞아준다. 접수처로 가니 바람 이경렬님과 맨발의여전사 박선자님 부부가 자원봉사 하시고 계신다.
대회본부에서 단결 전영수도 만나고...오랜만에 좋으신 분들과 다시 만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경품권을 들고 추첨장소에 줄을 서다 보니 앞에 분이 마라톤 신발에 당첨되어 싱글벙글이다.
내 차례가 되어 안내분에게 좀 뽑아달라 부탁하니 내색하다가 할수없이 한 장 뽑아주는 것이 마라톤 신발 당첨이다.
평소에 추첨운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 행운이...
뭔가 좋은 조짐이 있을 징조가 아닌가

박영석 서울마라톤클럽 회장님의 대회선언과 사회자가 대회요강을 프리젠테이션으로 설명해주며 하나하나 친절하게 안내해주신다.
일본에서 참가하신 분이 20여명 되었는데 그 중에 얼마 전 스파르타슬론 246km에서 우승하시고 울트라 100km 아시아기록을 가지고 계신 여성분을 소개하는데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고 눈빛이 반짝이는게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식후행사를 모두 마치니 어느듯 날이 어두어지고 날씨가 많이 쌀쌀하다. 부페로 마련한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고 내일 새벽을 위하여 자리를 뜬다.

교육문화회관 숙소에 들어서 방을 둘러보니 깔끔한게 마음에는 든다.
동식형님, 천식,상주,나 내일을 위하여 준비가 부산하다.
배번 "480번"이네 런클 유니폼 앞 뒤에 붙이고
1CP에 맡길 것, 출발점서 맡길 것 등을 구분해놓고 일찍(21:00) 소등하고 잠자리에 든다.



◎ 대회일 (10월26일 맑음 약간 쌀쌀함)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는데 기상벨 소리에 놀라 깬다.(02:00)
잠시 누워 명상에 잠겨보다 주위를 깨우고 샤워하고 준비물 챙기고 하다보니 시간이 금새 간다.
정선씨가 오늘 출전 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아침식사(찰밥,김,멸치,김치등)를 준비하셨다.
어머니께서 밤새워 준비하시고 동생분이 들고 직접 숙소 방까지 가져오셨다.
아 얼마나 고마우신 분들 인가. 이 분들의 정성을 위해서라도 맛있게 먹고 오늘 잘 뛰어야지...

대회장에 벌써 축제분위기 이다.
다소 쌀쌀한(5℃ 정도) 날씨 인데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의 열기로 대회장 안팍은 후끈 달아 올라있다.
모두들 다 사기가 충천해 있다.
머나먼 전장으로 길을 떠날 나그네들...
이제 해가 떠오르고 그 해가 져 양재천에 석양이 드리울 때 우리는 붉은 양탄자 깔린 문화예술공원 결승점으로 다시 돌아 올 것이다.
참가자 모두들 다 무사 완주하기를...

5시 정각 약 700여명의 건각들이 어둠에 쌓인 시민의 숲을 뒤로하고 양재천으로 달려나간다.
싸한 새벽공기가 폐부가 가득 들어온다.
컨디션도 괜찮고 다리도 아픈데도 없고 잘하면(?) 완주할 것 같기도 하다.
20km쯤 달리다 보면 몸상태를 알수있겠지...
지금은 거리에도 속도에도 애써 무관심하고 무덤덤 하려한다.

좁은 양재천 주로는 주자들로 넘쳐 앞으로 나갈수 없다.
한떼의 무리에 뒤섞여 한참을 가다 보니 아무래도 너무 늦게 가는 듯 하다.
정선씨와 상주더러 좀 치고 나가자 제안하고 앞으로 나간다.
이제야 주로가 좀 열린다.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지점에 들어서니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부지런한 새들은 아침을 위하여 지저기고 몇몇 운동하려 나오신 분들은 많은 인파를 보고 영문 몰라 하시다가 이내 알아보고 힘!을 외쳐주신다.
방향을 분당방향으로 꺽어 탄천으로 들어선다.
맑은 새벽의 공기, 의욕에 넘치는 주자들, 그속에서 나도 작은 희망 하나를 안고 달린다.

아내의 전화가 온다. 너무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포기하라고...
하지만 완주할 것으로 믿는단다.
" 고마운 사람 내 당신을 위하여 완주하리다"
내 아들 재민이도 "아빠 완주하고 우리집에 오세요" 한다.
그리고 런클님들의 많은 격려 전화...
이른 새벽부터 이리 신경써 주시다니....

10km 통과 (01:06)
탄천 세곡동(12.5km)에서 턴하여 다시 잠실방향으로 달린다.
서서히 주자들과의 사이도 많이 벌어지고 해서 달리기에도 편하다.
정선씨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자주 지적한다.
예정에는 CP1 까지는 10km 1시간 주행과 5분휴식으로 계획 되었는데 날씨도 좋고 컨디션도 괜찮은지 자꾸 빨라진다. 억지로 속도를 늦춘다.
양재천 입구를 지나 한강과 만나는 곳이다.
우측에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이 보인다. 작년 재작년에 동아마라톤 출전시 매인스타디움에 들어설 때의 감격이 되살아 난다.
그땐 마치 내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된 기분이었다.
오늘도 그러한 감격을 맞볼 수 있을까
붉은 벨벳깔린 결승점에서 멋진포즈를 취하며 골인하는 장면을 연상하니 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20km지점 통과( 01:01, 누계 02:08)
동반주 하는 정선씨가 잠시 화장실 가느라 올때까지 천천히 달린다.
일요일 아침이라 간간히 운동나온 사람들이 눈에 띈다.
잘 정돈된 한강변, 체육공원, 복지시설등 이 좋은 한강을 끼고 사는 서울 사람들은 복이 많은 사람들이다. 물론 우리 부산도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함께 있는 좋은 고장이긴 하지만...

30km지점 통과 (01:05, 누계 03:13)
강릉대교 못미쳐서 턴 하여 다시 방향을 서쪽으로 향한다.
내가 런클 모자,유니폼,타이즈를 착용하고 있어서 인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원봉사자님이 런클 힘! 과 오주해 힘!을 외쳐주신다.
이거 내가 아는사람 이면 좋으련만...
어쨌던 기분이 좀 업 된다.
달리는 내내 이와같은 것을 수도 없이 겪게 되었다.
예를 들면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나팔을 하나씩 휴대하고 신나게 불어주고 배번을 확인하여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고 힘을 외쳐준다.

2.5km마다의 급수대...
이동 뷔페식당이라고나 할까.
주먹밥,전복죽,순두부,빵,떡,카보샵,바나나,배,사과,방울토마토,귤,수박,키위,초코렛,비타민,컵라면등등
음료수종류로도 오렌지쥬스,토마토쥬스,아침이슬,밀키스,꿀물,따뜻한 설탕물등등
하도 종류가 많아 다 기억할 수는 없다.
나중에는 다음 급수대에는 또 뭘 줄까 기대도 되고 골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완벽한 준비와 정성을 다한 자원봉사자들
서울마라톤의 또 다른 승리자들이 아닌가 싶다.

35km까지는 박정선님과 함께 동반주 하다 정선씨의 속도가 빠른 듯하여 먼저 가라고 하고 혼자 달린다.
이제 부터는 내 페이스다.
천천히 생각의 끄트머리를 풀어놓는다.
회사일, 집안일, 가족일들...
특히나 울트라 준비하느라 가정일에 충실하지 못하여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다.
아내도 불만이 많았으리라...못난 남편이지만 한 번 해본다니 말없이 참아 주었어리라.
이번에 완주하면 그 공의 절반의 아내의 것이라 해도 될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내자여 고맙소...

40km통과(01:05, 누계 04:18)
휴 이제 40km 통과네 아직 1관문까지는 13km나 남아있고
종아리 아래에서 부터 서서히 피로물질이 올라오는걸 느낀다.
잠시 잠시 풀어주는데도 회복이 늦어지고...
문득 발아래 42.195.km라고 적힌 표지가 보인다.
이제 풀코스 1번 완주했다. 앞으로 한번 더 하고도 16km나 더 가야한다.
반포지구로 돌아오면서 앞과 뒤의 차이가 더 뜸해진다.
내가 후미라서 그런가 보다.
날씨도 좋고 훈련들 많이해서 그런지 다들 잘 달리신다.
중간 중간 급식대마다 빠짐없이 먹고 마시고 해서 그런지
배는 고프지 않다.

50km통과(01:10, 누계 05:30)
1관문이 바로 지척인데 너무 힘이들어 잠시 걷는다.
3km만 가면 좀 쉬어갈수 있는데...
1차 고비가 찾아온 듯 하다.
1관문까지 힘을 짜내어 겨우겨우 도착한다.(1관문, 53km 00:22, 누계 05:53)

건네주는 수박 서너쪽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자원봉사분들이 모두 런클분들이네.
모두 합창으로 오주해 오주해 힘! 외쳐준다.
이병철님도 만나고 대학동문인 김만태도 반겨준다.
잔디밭에 누워 다리 좀 풀어주고 순두부를 2개나 먹고나니 좀 살것같다.
맡겨온 짐을 찾아 웃옷과 양말을 갈아신고 신발은 상태가 괞찮은 듯 하여
계속 신기로 했다. 만태와 병철님과 기념촬영하고 제2관문을 향하여 출발(휴식 00:22 누계 06:15)

2관문은 83km지점인데 제한시간이 11시간 10분이다.
지금 현재로는 좀 여유가 있지만 변수가 생겨 걷고 한다면 제한시간에 걸릴 우려도 있다. 걸으면 안되고 느리게 라도 계속 뛰어야 한다.
오후로 접어든 한강변은 따사로운 햇볕 속에서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달릴만 하다.
하늘은 파랗고 강물도 푸르고 여의도와 강북의 풍경을 벗삼아 여유롭게 달린다.
돌아오는 주자들 신영우님, 공동식님, 공천식님, 전창환님, 황상주님과 서로 힘을 전해준다.

60km지점 통과(00:53 누계 07:08)
1관문 전엔 힘들었는데 왠일인지 편안하다. 내가 걷는건지 달리는 건지도 모를 정도로 이렇게 시간속에 머물다가 한참의 시간만 더 지나가면 결승점까지 가겠구나 싶은 생각이들 정도로...
나는 고른 호흡과 일정한 보폭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한발 한발 갈뿐이다.
내가 마치 테엽이 감긴 장난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좌측 강너머로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보인다. 2002년 6월의 함성이 울려 펴졌던곳
그 옆으로 웅장한 두 개의 무더기(예전의 난지도)가 있고...
런클의 자원봉사자님들과도 계속 만난다.
원 자원봉사자 모두가 런클님들인가. 키키님, 바람님, 맨발의 여전사님, 나머지는 이름은
모르지만 반갑게 하이파이브 해준다.
가양대교 못미쳐 턴해서 방향을 다시 동쪽으로 돌린다.
이제 돌아가면 된다. 왔던길이니 눈에는 익숙해 질것이고 다리야 너만 믿는다...
65km지점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특식 "전복죽"
정말 꿀 맛이다. 집에서도 1년에 한 두 번밖에 못먹는데 마라톤하며 먹게 될줄이야.
너무 맛있어 한그릇 더먹고 또 가자.

70km지점 통과(01:21, 누계 08:29)
아직까지는 페이스가 괜찮은데 서서히 페이스가 느려진다.
막달리자 박공우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계속 만난다.
팬다 박종욱님이 레이스페트롤 하시는데 박공우씨에게 도움을 많이 주신다.
78km지점 1관문에서 잠시 쉬어간다.
런클자원봉사자이신 코르사님과 또 다른분이 맨쇼레담 로션으로 다리 맛사지 해주신다.
이리 고마울수가 허벅지가 많이 아팠는데 좀 나은 것 같다.
꼭 완주하라는 인사를 뒤로하고 제2관문을 향하여 출발

80km지점 통과(01:26, 09:56)
5km페이스가 8분대로 접어든다. 이건 거의 속보로 걷는 수준이다.
더 빨리 달려보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좁은 한강 자전거 도로에는 인라인 타는 족들로 가득하다.
다칠까봐 옆으로 조심조심 하며 달린다. 여기서 부딕쳐 다리 다치면 나만 손해다.
83km 1관문은 여유있게 지나고 나니 오르막이다.
모두 다 걷고 있다. 나도 5분만 걷고 뛰어야지 하고 걸어간다.
한참을 걷다보니 다리가 굳어 잘 뛰어지지 않는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뛰어간다.
거의 엉검엉검 걷다 뛰다 하고 있는데 한 떼의 무리가 지나간다.
무슨 단체 클럽같은데 6명이 함께 동반주하고 그 뒤로 몇분이 따라간다.
잘됐다 싶어 뒤에 따라붙는다. 여자 분이 여군출신인지 군가를 너무 잘 부른다.
목소리도 시원시원하고...
돌아가면서 박자맞춰 노래부르며 가다보니 힘든 지점을 수월하게 지나간다.

90km통과(01:31, 누계 11:27)
다시 한강과 탄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급수지점에서 잠시 다리 풀어주고 있는데 누군가 부른다.
김명호님이다. 이젠 다 왔으니 마무리로 잘 뛰라 신다.
탄천으로 접어 드는데 의외로 힘이 솟아 5km정도 속도를 높인다.
한 20여명정도 추월했나...이런 기분으로 결승점까지 갔어면 좋으련만
95km정도에서 다리가 정지한다.
한참을 누워 다리를 풀어보고 스트레칭도 해보고
경련에다 이젠 완전히 한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정신은 뛰어볼려 하지만 다리는 도저히 뛰어지지 않는다.
어쩔수 없다. 남은 5km 걸어서라도 가야한다.
아픈 다리를 질질끌며 가다보니 내가 추월한 분들이 하나 하나 다 추월해 가신다.
양재천변을 산책하는 분들도 이젠 다 왔어니 힘내세요 해도
정신은 가물가물하고 힘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아 5km가 이리 멀수가 있나.
정말 젖 먹었던 힘까지 쥐어 짜내고 어금니 깨물고 주먹 불끈 쥐고....
너무 고통스럽다. 근육 하나하나가 찢어지는걸 느낀다.
주변의 사람들은 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 지 무심하고
나는 나의 한계를 즐기고 있다.
이 좋은 가을날...
낟선 땅 양재천의 한 귀퉁이에서 난 내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처절하고도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99km 지점이다. 이젠 기어서라도 갈수 있을 것 같다.
추월하시는 분이 함께 가자며 구령을 붙여주신다. 하나둘 하나둘...
양재천을 벗어나고 문화예술공원으로 들어서는 다리가 보인다.
그렇게나 고대하는 빨간 양탄자도 보이고 결승점이다.
멋진 포즈를 취해야지 하면서 힘차게 멋있게 피니쉬를 끊었다.

완주기록 "12시간50분52초"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내 자신이 이렇게 사랑스러울수 없다.
주해야! 수고했다 고생많았다. 내 몸아 내 다리야 정말 장하구나.
가슴에 스물스물 감격이 일어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완주메달을 걸고 완주패를 받고 기념촬영하고 국밥에 와인에 완주후 기분을 최대한 맘낏 해본다.

이런 기회를 주신 서울마라톤 클럽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달림이 보다도 더 고생하신 자원봉사자님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보 정말 고맙소 당신 남편 완주했어"

늦은 11시35분 부산행 새마을호에 피곤한 몸을 싣자마자 잠에 골아
떨어지고 부산에 도착하니 다시 새로운날 4시경이다.
아픈 다리를 끌며 겨우 집에 도착한다.
현관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니 깜짝 놀랄일이 있었다.
아내가 내가 새벽에 들어오는 줄 알고 달력 뒷편에다 완주 축하 글귀를 적어
잘 보이는데 걸어놓고 잠들어 있는것이 아닌가.
" 울트라 완주 축하해요! 사랑해요! 당신의 아내 진혜"
사람 감동시키는 데는 뭐 있군...
콧등이 시큰해지고 이제야 내집에 왔다는 안도감에
피로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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