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시인과의 계룡산 산사 새벽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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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2-12-16 10:46 조회53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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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시인과의 계룡산 산사 새벽 달리기,
나는 서울에서 내려가고, K 시인은 남녘에서 올라오고
그리하여 중간 지점 격인 대전 근처 조용한 절간에서
토요일 저녁 좁쌀 술 ( 조 껍데기 술 ) 한잔 나누며 하루 밤 진진 내내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날 새벽 그 절 근처를 시간 반 정도 같이 뛰고,
그리고 해장국 먹고 둘이 헤어져,
나는 서울로 올라오고 K 시인은 남녘으로 다시 내려가고...
일찍 서둘러서 움직이면 일요일 오전 중에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오니
일요일 남은 반나절 가족과 같이 보낼 수 있어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도 않고 ,.... 어때 그렇게 할까, 잉 ?
그래 그게 좋겠네. 서로 얼굴 본지도 오래고 이 잉 !.....
이리하여 지난 주말 대전의 계룡산 동학사에서 우리 둘은 다시 만났습니다
친구 K 시인에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 나는 K 시인을 만나는걸, K 시인과의
정례적인 대화를 하나의 의식으로 간주하고서 매우 소중하게
치루어 오고 있습니다
나와 같이 도시에서 생활하며 세속에 찌든 사람은
어떤 식이던 일종의 어떤 정화의식이 필요하다고 나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혼의 정화의식 말입니다. 영혼이 맑은 시인과의 대화를 통한 정화 말입니다
늦은 토요일 오후, 짧지만 아직은 태양의 한 끝자락이 서산마루에 힘겹게 걸쳐 있어
그 빛이 아직은 사물의 분별을 가능케 해 주고 있습니다.
차의 주차가 끝난 후 여관방에 짐을 내려놓고 우린 서둘러서 동학사로 올라갔습니다
비구니들만의 절인 이곳 동학사,
지금도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K 시인은 내가 학생처럼 졸졸 뒤를 따르자 나에게 그 자상
함을 다시 보여 줍니다.
" 이것 봐 ! 단풍나무는 음수이고, 소나무는 양수이니 ,
대개 어느 절에 가보아도 마당의 좌우에 이 두 나무는 마주하고 자리하고 있지 !
양음의 조화로 말이야, 잉 ? "
하고 나서 나를 대웅전 앞으로 끌고 갑니다
" 여기 이 앞의 두 석등은 옛날에 왔을 적에는 없었는데
최근에 어느 분이 큰 시주로 지어 새로 세운 모양이네.
그런데 대웅전에 너무 바짝 붙어 있고 그 크기도 너무 커서 잘 어울린다고 볼 수가 없네,
참, 아깝고만, 잉...! "
못내 서운해하며 다시 나를 대웅전 정 중앙 앞으로 끌고 가더니,
" 예외는 있을랑가 몰라도, 어느 절이고 간에 가장 좋은 경치는 대웅전을 등지고
본당의 부처님 눈 높이로 정면 앞을 바라보는 게 제일 좋은 경치가 되는 법이거든...
자, 여기 서서 저 앞산을 바라보아 봐, 맞지, 잉 ? "
그리고 본당 뒤 , 옆 작은 건물 앞에 서서 또 나를 가르칩니다
" 어느 절이고 간에 가보면 삼선각 이라고 대웅전 뒤나 옆, 조금은 높은 구석진 곳에
약간은 초라하고 작은 삼선각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사실 이건 절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지. 왈, 불교가 들어오기 전, 우리 민속 신앙으로 우리 할머니들이
가족들의 안녕, 무병장수, 아들 딸 점지 같은 것을 빌던 형태인데, 안 그렇겠어, 잉 ?
절에 와서 부처님에게 빌기는 빌지만 그래도 옛날 습관이 있어 무엇인가 서운하니까
가져온 시주 쌀도 있겠다, 옛날 빌던대로 이곳에서 또 따로 비는 곳이지.
절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 말하지만 그래도 같이 공존하는 불교는
조금은 타 종교 와는 다른 면이 있지, 잉 ? "
이런 식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자 해는 서산에 꼴깍 넘어가고
우리는 자리를 여관방으로 옮겨 오랫만에 만난 우리 둘의 우정에 깊은 겨울밤의
심지를 돋우고 또 돋우며 도타운 정을 나누었습니다.
내일 새벽의 아침 달리기를 위해 일찍 자자 ! 일찍 자자 ! 입으로는 되 뇌였지만
정다운 우리들의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더 길어져만 가는,
정말 그런 아름다운 산사의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다섯 시.
부시럭 거리며 잠자리를 개이고 우리는 복장을 갖췄습니다
맑은 산사의 공기를 마시며 새벽을 달릴 생각으로 입은 헤 벌어져
이제 막 사귄 여자 친구와 강촌으로 처음 놀러 가는 남학생의 취사도구 챙기는
손놀림 같이, 콧노래 웅얼거림이 절로 나왔습니다.
나는 서울에서 가져온 위장 무늬 방한 마스크 한 개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 이게 내가 지난번 편지에서 말한 그 마스크야 ! 혹한기 동계 훈련하는 군인의
복장을 보고 나서 힌트를 얻어 동대문 시장을 뒤져 사서 써 보았는데, 아주 그만이야 !
가지고 가서 겨울에 뛸 때 한번 써 보아 ! "
" 아이고, 그렇겠네. 딱 좋고만 ! 눈만 쏘옥 나오고.. 코, 입, 턱 쪼가리 다 덮고, 잉 ?
이것 쓰면 눈 구덩이에서 굴러도 암시랑토 않겄네, 잉 ? "
그리고 우린 여관을 나와 동학사 쪽으로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산사의
어둠을 갈랐습니다.
절 입구 매표소 아저씨가 저 밑에서 헉헉대며 달려 올라오는 우릴 보고
얼른 매표 의자로 돌아가 앉아 돈 받고 표 내줄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달려오던 속도로 치고 올라갔고,
그 매표 아저씨는 옆으로 길게 째진 쪽 유리문을 통해 모가지를 길게 빼서
어둠 속으로 달려 올라가는 우릴 멍하니 보고만 있는 게 머리 뒤로 느껴집니다.
우린 관광객이 아니고 뜀꾼입니다요, 뜀꾼 !
그렇게 해서 동학사 대웅전을 돌아 나와 다시 유성 가는 큰 길 삼거리까지,
다시 동학사 입구 여관 촌까지 적당한 땀으로, 적당한 숨 헐떡거림으로 우리들
산사의 어둠 속 새벽 달리기는 이어졌습니다.
바로 앞 편의점에 들러 뜨거운 물에 타 먹은 카푸치노 커피 한 잔 !
이제서야 희뿌연하니 산등성이에서 밝아오는 일요일 아침 여명 !
그 여명에 옅은 그림자를 안고 모습을 드러내는 눈 쌓인 계룡산 산마루 !
커피 잔을 들고 선 우리는 이 모든 아름다움에 찬사만을 거푸 거푸 되 뇌입니다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콩나물 해장국 집에서 이른 아침을 듭니다.
주방 아줌마를 불러내어 해장국과 김치가 맛이 있다고 기립박수를 쳐주고 나서
아쉬운 포옹을 나누고 우린 헤어졌습니다.
친구 K 시인은 다시 남녘으로,
그리고 나는 다시 서울로.
한 해가 거의 다 지나가는 지난 주말, 산사에서의 시인과 하룻밤 지새우고,
그리고 나서 상쾌한 계룡산 새벽 달리기.
아주 작지만 결코 작을 수 없는 한 움큼의 나의 행복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올라오는 차 속에서 서울 아내에게 전화했을 때 아내의 반응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 어, 그래요. 진짜 좋았었겠네요. 친구랑 만나서 이야기하고, 같이 뛰고...
조심해서 천천히 올라와요. "
서울
고덕 달림이
박복진
나는 서울에서 내려가고, K 시인은 남녘에서 올라오고
그리하여 중간 지점 격인 대전 근처 조용한 절간에서
토요일 저녁 좁쌀 술 ( 조 껍데기 술 ) 한잔 나누며 하루 밤 진진 내내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날 새벽 그 절 근처를 시간 반 정도 같이 뛰고,
그리고 해장국 먹고 둘이 헤어져,
나는 서울로 올라오고 K 시인은 남녘으로 다시 내려가고...
일찍 서둘러서 움직이면 일요일 오전 중에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오니
일요일 남은 반나절 가족과 같이 보낼 수 있어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도 않고 ,.... 어때 그렇게 할까, 잉 ?
그래 그게 좋겠네. 서로 얼굴 본지도 오래고 이 잉 !.....
이리하여 지난 주말 대전의 계룡산 동학사에서 우리 둘은 다시 만났습니다
친구 K 시인에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사실 나는 K 시인을 만나는걸, K 시인과의
정례적인 대화를 하나의 의식으로 간주하고서 매우 소중하게
치루어 오고 있습니다
나와 같이 도시에서 생활하며 세속에 찌든 사람은
어떤 식이던 일종의 어떤 정화의식이 필요하다고 나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혼의 정화의식 말입니다. 영혼이 맑은 시인과의 대화를 통한 정화 말입니다
늦은 토요일 오후, 짧지만 아직은 태양의 한 끝자락이 서산마루에 힘겹게 걸쳐 있어
그 빛이 아직은 사물의 분별을 가능케 해 주고 있습니다.
차의 주차가 끝난 후 여관방에 짐을 내려놓고 우린 서둘러서 동학사로 올라갔습니다
비구니들만의 절인 이곳 동학사,
지금도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K 시인은 내가 학생처럼 졸졸 뒤를 따르자 나에게 그 자상
함을 다시 보여 줍니다.
" 이것 봐 ! 단풍나무는 음수이고, 소나무는 양수이니 ,
대개 어느 절에 가보아도 마당의 좌우에 이 두 나무는 마주하고 자리하고 있지 !
양음의 조화로 말이야, 잉 ? "
하고 나서 나를 대웅전 앞으로 끌고 갑니다
" 여기 이 앞의 두 석등은 옛날에 왔을 적에는 없었는데
최근에 어느 분이 큰 시주로 지어 새로 세운 모양이네.
그런데 대웅전에 너무 바짝 붙어 있고 그 크기도 너무 커서 잘 어울린다고 볼 수가 없네,
참, 아깝고만, 잉...! "
못내 서운해하며 다시 나를 대웅전 정 중앙 앞으로 끌고 가더니,
" 예외는 있을랑가 몰라도, 어느 절이고 간에 가장 좋은 경치는 대웅전을 등지고
본당의 부처님 눈 높이로 정면 앞을 바라보는 게 제일 좋은 경치가 되는 법이거든...
자, 여기 서서 저 앞산을 바라보아 봐, 맞지, 잉 ? "
그리고 본당 뒤 , 옆 작은 건물 앞에 서서 또 나를 가르칩니다
" 어느 절이고 간에 가보면 삼선각 이라고 대웅전 뒤나 옆, 조금은 높은 구석진 곳에
약간은 초라하고 작은 삼선각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사실 이건 절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지. 왈, 불교가 들어오기 전, 우리 민속 신앙으로 우리 할머니들이
가족들의 안녕, 무병장수, 아들 딸 점지 같은 것을 빌던 형태인데, 안 그렇겠어, 잉 ?
절에 와서 부처님에게 빌기는 빌지만 그래도 옛날 습관이 있어 무엇인가 서운하니까
가져온 시주 쌀도 있겠다, 옛날 빌던대로 이곳에서 또 따로 비는 곳이지.
절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 말하지만 그래도 같이 공존하는 불교는
조금은 타 종교 와는 다른 면이 있지, 잉 ? "
이런 식으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자 해는 서산에 꼴깍 넘어가고
우리는 자리를 여관방으로 옮겨 오랫만에 만난 우리 둘의 우정에 깊은 겨울밤의
심지를 돋우고 또 돋우며 도타운 정을 나누었습니다.
내일 새벽의 아침 달리기를 위해 일찍 자자 ! 일찍 자자 ! 입으로는 되 뇌였지만
정다운 우리들의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더 길어져만 가는,
정말 그런 아름다운 산사의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다섯 시.
부시럭 거리며 잠자리를 개이고 우리는 복장을 갖췄습니다
맑은 산사의 공기를 마시며 새벽을 달릴 생각으로 입은 헤 벌어져
이제 막 사귄 여자 친구와 강촌으로 처음 놀러 가는 남학생의 취사도구 챙기는
손놀림 같이, 콧노래 웅얼거림이 절로 나왔습니다.
나는 서울에서 가져온 위장 무늬 방한 마스크 한 개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 이게 내가 지난번 편지에서 말한 그 마스크야 ! 혹한기 동계 훈련하는 군인의
복장을 보고 나서 힌트를 얻어 동대문 시장을 뒤져 사서 써 보았는데, 아주 그만이야 !
가지고 가서 겨울에 뛸 때 한번 써 보아 ! "
" 아이고, 그렇겠네. 딱 좋고만 ! 눈만 쏘옥 나오고.. 코, 입, 턱 쪼가리 다 덮고, 잉 ?
이것 쓰면 눈 구덩이에서 굴러도 암시랑토 않겄네, 잉 ? "
그리고 우린 여관을 나와 동학사 쪽으로 비탈길을 거슬러 올라가며 산사의
어둠을 갈랐습니다.
절 입구 매표소 아저씨가 저 밑에서 헉헉대며 달려 올라오는 우릴 보고
얼른 매표 의자로 돌아가 앉아 돈 받고 표 내줄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달려오던 속도로 치고 올라갔고,
그 매표 아저씨는 옆으로 길게 째진 쪽 유리문을 통해 모가지를 길게 빼서
어둠 속으로 달려 올라가는 우릴 멍하니 보고만 있는 게 머리 뒤로 느껴집니다.
우린 관광객이 아니고 뜀꾼입니다요, 뜀꾼 !
그렇게 해서 동학사 대웅전을 돌아 나와 다시 유성 가는 큰 길 삼거리까지,
다시 동학사 입구 여관 촌까지 적당한 땀으로, 적당한 숨 헐떡거림으로 우리들
산사의 어둠 속 새벽 달리기는 이어졌습니다.
바로 앞 편의점에 들러 뜨거운 물에 타 먹은 카푸치노 커피 한 잔 !
이제서야 희뿌연하니 산등성이에서 밝아오는 일요일 아침 여명 !
그 여명에 옅은 그림자를 안고 모습을 드러내는 눈 쌓인 계룡산 산마루 !
커피 잔을 들고 선 우리는 이 모든 아름다움에 찬사만을 거푸 거푸 되 뇌입니다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콩나물 해장국 집에서 이른 아침을 듭니다.
주방 아줌마를 불러내어 해장국과 김치가 맛이 있다고 기립박수를 쳐주고 나서
아쉬운 포옹을 나누고 우린 헤어졌습니다.
친구 K 시인은 다시 남녘으로,
그리고 나는 다시 서울로.
한 해가 거의 다 지나가는 지난 주말, 산사에서의 시인과 하룻밤 지새우고,
그리고 나서 상쾌한 계룡산 새벽 달리기.
아주 작지만 결코 작을 수 없는 한 움큼의 나의 행복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올라오는 차 속에서 서울 아내에게 전화했을 때 아내의 반응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 어, 그래요. 진짜 좋았었겠네요. 친구랑 만나서 이야기하고, 같이 뛰고...
조심해서 천천히 올라와요. "
서울
고덕 달림이
박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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