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미녀와 4승 3패의 전적을 이룬 하프마라톤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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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금풍 작성일02-06-18 19:13 조회6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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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인터넷 일지에 빠져 있습니다. 금년 초부터 매일 실시한 훈련내용과 느낌을
"run-diary"라고 인터넷 일지에 일기형식으로 6개월째 적고있는 중 입니다.
6월 16일(일) 이곳에서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했는데 완주기를 달리기일지에
기록한대로 올렸으니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실줄 믿고
올립니다.
훈련내용: 하프마라톤 참가
시간 : 09:00 - 10:28
요약 : East Kilbride 마라톤 코스에서 1시간 28분 59초 동안 21.0975km 대회참가
훈련 실시: 속도:14.4km/h, 착용 운동화: 아식스 젤레이서
대회명: "Diet Coke East Kilbride 1/2 Marathon"
일찌감찌 집에서 출발해 1시간 전에 대회 장소에 도착했다.
대회장에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작년에 이미 참가해본적이 있어 실내농구코트가 두개나 되는 체육관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옷을 갈아 입는다.
작년에도 천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기에 올 해도 천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으리라 예상한다. 이곳에서 1,000명단위로 참가하는 대회라면
규모가 큰 대회로 인정해 준다.
날씨가 비가 오락가락해 오히려 비가 내려주기를 바래본다.
레이스용 옷으로 갈아입고 농구코트 끝과 끝을 오가면서 몸을 풀다가
30분전이 되어서 출발선이 있는 400m 우레탄 트렉으로 나간다.
트렉을 가볍게 돌면서 몸을 풀다가 출발시 웜업시간 없이 하프마라톤
페이스로 달릴 수 있도록 50m, 100m를 빠른속도로 짧게 짧게 dash를
해본다.
출발선으로 모이라는 대회진행자의 방송이 들리자 출발선 가까이 위치를
잡는다. 내가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우리 클럽의 회원이신 71세 Sandy씨는
육상연합회의 임원으로서 이대회의 출발책임자로 내정되었으며
크로스 컨트리대회에서는 빨간색의 멋진 자켓을 걸치고
출발용 총을 손에들고 출발을 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보면 연로한 연세이지만 지난주 10km를 45분에 완주하셨으며
군살이 없고 아직도 신체 건장한 젊은 오빠이시다.
또 이곳 육상연합회가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서는
직접 자원봉사를 하는 분으로 서울마라톤 박영석 회장님 같은 분이다.
Sandy씨는 언제 노란색의 클럽 셔츠를 착용한 출발선에 있는
나를 보셨는지 직접 찾아와 잘 뛰라며 격려를 해주신다.
나 이러면 또 감격이다.
Sandy씨는 클럽에서 뵐 때마다 항상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내가 정년퇴직 후에 어떻게 행동 해야하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분이다.
Sandy씨는 출발시간이 되어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
대회진행이 순조롭게 되는지를 관망하고 있다.
대회 진행자는 마이크를 들고 오늘 대회참가시의 안전사항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다. 사람이 빽빽한 운동장에서 출발시 빨리 달리면
위험하니 빠져 나갈 때까지 천천히 달릴것과 급수대의 위치, 응급환자
발생시 급수대의 대회진행요원에게 알려줄것을 당부한 후에
9시 30분이 되자 휠체어 참가자를 먼저 출발 시킨후에
출발 총성이 울린다.
400m 트렉의 3/4이 참가자로 꽉 차있어 모두 천천히 출발한다.
이곳 코스의 특징은 가파른 언덕은 없지만 서서히 올라가는 500m의
언덕을 두번씩 돌아야 하고 굽이굽이 도는길이 많아 돌 때 조심해서
돌아야 한다. East Kilbride Town 전체를 두바퀴를 달리는 코스인데
달리다 보면 내가 어느지점에서 달리는지를 모를 정도로 방향선회가
많고 같은곳을 몇번씩 지나치기 때문에 좀 지루한 면이 있는 코스이다.
1 마일(1.6km)표지판을 지나면서 깜짝 놀랄일이 발생했다.
앞을 달리고있는 러너중에 사흘전의 일지에서 언급했던 나와 3승3패를
기록한 금발의 미녀가 오늘 이 대회에 참가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작년 이 대회에서는 여성 전체2위로 입상한 여성마라톤계의 고수이다.
날씨가 22도로 높아 오늘은 기록보다는 고통없이, 무리없이 달리기로
결심하고 달리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오늘의 목표를 불가피하게 수정하게
되었다. 그녀를 잡아 1승을 더 챙긱기로 계획을 바꿨다.
재작년에 3패를 당했고 와신상담 이를갈아 작년대회에서 3승을 챙겼는데
오늘 이겨야만 4승3패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사내대장부가 쫀쫀하게 여성과 성대결을 하다니?"라고
놀릴 수 있다. 나 그런것 개의치 않는다.
여러분도 대회에 참가해 자기와 실력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연거푸 3패를 당해보라.
동계훈련을 하면서 그 사람에게 이기기위해
목표를 세우고 피눈물나는 연습을 하게될 것이며
대회에 참가해서 자기 페이스를 감안해 달리게 되므로
절대 무리하지 않게되며 결국 이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작년에는 그렇게 해서 그녀와 대회에서 3번을 만나 전승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올해들어 대회에서 처음 만난 것이다.
그것도 내가 자신있는 종목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잘만났다.
하지만 오늘은 달려봐야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우선은 내가 펄펄나는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고 그녀의 컨디션은
괜찮을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졌던 10km, 하프, 마라톤대회에서는 내가먼저 앞서 달리다
후반에 그녀에게 추월 당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그녀가 나보다 앞서서
달리고 있는것을 봐서는 내가 섣불리 대들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낙천적이면서도 호전적인 천하의 금풍도사가 아니던가?
도전해서 지면 어떤가? 쪽한번 팔리면 그만인것을.....
그렇다고 피하면 되는가?
1마일 정도를 그녀 5m 뒤에서 따라간다.
이번주 수요일에 열렸던 Helen이라는 여성과의 대결에서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내 바로 뒤를 줄기차게 쫓아온 Helen의 역할을
오늘은 내가 하기로 작정하고 덤빈다.
단, Helen과 내가 다른점은 Helen은 발자국 소리가 큰 반면
나는 전혀 발소리를 내지않고 소리없이 따라간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따라가면 상대방은 내가 자기뒤를 따라가는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기록갱신주가 아닌 오늘같은 성격의 대회에서는
순항속도에서 체력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텝을
비단결 스치듯이 미끄러져 가는 "야금야금 고양이 스텝"으로
부드럽게 달리면 된다.
한참동안을 그렇게 아마 1마일(1,600m)정도를 쫓아갔나 보다.
그녀 뒤를 쫓아가면서 모델같이 잘 빠진 몸매에 sun tanning을 한
구리빛 피부를 감상하면서 달리기를 계속하다 이것은 내가 추구하는
달리기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정면승부를 벌이기로 하고
옆으로 다가가서 아는척을 한다. 이 금발의 미녀 당근 나를 잘 안다.
지금까지 2년 동안의 대회에서 7번이나 만났는데 유일한 검은머리
참가자인 나를 모를리가 없다. 그녀 심각하게 달리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
드디어 내게 눈길을 주며 아는척을 한다. 옆에서 달려도 좋다는
허락으로 알고 그녀의 호흡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달린다.
호흡소리를 들어보면 그녀가 지쳤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호흡소리로 치고 나갈 시기라는 것을 결정한다.
오늘은 끝까지 금발의 미녀와 동행하다 막판에 추월하자는 생각으로
체력을 아끼면서 달린다.
함께 1마일을 달리다 그녀의 호흡이 약간 거칠어 지자 작전을 바꿔
내가 먼저 치고 나가기로 하고 이번에는 나의 잘빠진 뒷몸매를 그녀에게
보여주면서 달린다. (장군멍군, 피차일반)
그러면 이제 그녀는 내 뒷모습을 보면서 달리게 되므로 내가 진 빚을
갚은 셈이되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흐믓해 진다.
하나 자만은 금물이다. 달리면서 추월당하고 내가 다시 추월하고
이러기를 6-7차례나 반복했다.
내 뒤를 따라오면서 언덕에서 내 빼면 그녀는 다른 언덕에서 나를
추월한다. 10마일정도 지났을까? 언덕을 벗어나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10여m 뒤에서 다른 무리들과 함께 달리고 있음을 확인하고
여유를 가지고 달리는데 이런생각은 300m도 못가서 내가 잘못 생각
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다시 나를 추월해서 앞으로 가고 있다.
나는 간격을 벌여주면 안되므로 다시 추월을 한다.
내 뒤를 따라오는 그녀에게 주로의 관중들은 여성 1위라며 응원을 해준다.
그녀를 재추월 할 때는 사투를 벌이듯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대결은 나만의 생각이므로 사실 그녀는 내게 몇번 이겼는지
그리고 몇번 졌는지를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재추월해 나갈 때는 부드럽게 그리고 슬며시 했다.
오늘의 게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페이스메이커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달렸다고나 할까?
그러면 당연히 내가 막판에 먼저 결승선을 밟고 지나가게 되므로......
하지만 그녀는 내게 그런 생각을 갖게 가만 놔두지 않는다.
약간의 간격이 있는것 같아 내가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그녀는
이내 재추월을 해버린다.
날씨는 덥고 체력은 떨어지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달렸다. 여기서 지면 3승 4패로 다음대회에서 이겨야 하는데
사실 그녀와의 대결은 말만큼 그리 쉽지않은 게임이다.
그녀도 지난 겨울훈련을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 있다.
초반부터 속도내는것을 보면 작년보다는 훨씬 힘이 좋음을 느낀다.
이렇게 9마일 10마일(16km)을 지나 13마일을 달려
드디어 결승선이 보인다.
작년에 내가 결승선 100m 전방에서 대회진행자가 방송으로
참가자 명단에서 내 이름만 보고 여성 1위가 들어오고 있다고 방송을
해버려 나는 달리는 중 혼비백산하여 아니라는 표시로
좌우로 손을 막 흔들면서 결승선을 밟았던 일이 생각난다.
이곳에서는 Kay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Kay는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름임을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나라도 여성이름을 사용하는 남성도 가끔씩
접하지 않은가? 그래서 어차피 사용한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오늘도 혹시 작년처럼 그러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다행히 그런일은 재발되지 않았다.
내가 들어온지 약 10초정도 후에 그녀가 결승선을 통과한다.
영국에 와서 달리면서 뒤쫓기고 추월 당하는것에 이골이 난 나였지만
50리 길을 달리는 내내 오늘처럼 마음 졸이며 달리기는 처음이다.
한참동안 숨을 고른 후에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여성 1위를 축하한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여성전체 4위이며 연령그룹 1위란다.
그러면서 올해의 기록이 작년보다 못함을 아쉬워 한다.
작년에는 전체 2위였는데 4위로 쳐져 들어왔기 때문에 그러리라.
그래서 줄기차게 달렸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추춸하기 위해 따라온것이 아닌것이다.(아무렴 그러면 어떠나?)
사실 나도 작년 기록에 비해 1분 30초나 뒤져 들어왔으나
오늘의 날씨를 감안해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녀를 잡는데만 혈안이
되었으므로 기록이 뒤지면 어떤가?
그녀를 잡아 1승을 챙겼는데.....
기록이야 봄대회나 가을대회에서 한차례씩만 내면 된다고 본다.
이번주는 2차례나 여성 주자들하고 성대결을 해서 2승을 챙겼는데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이곳 여성주자들은 워낙 빠른 사람이 많아
나를 추월하는 사람들을 여성남성 구분을 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나와 엇비슷한 속도를 가진 남성이건 여성이건 나를 추월했다면
다음대회에서 만나면 타겟으로 정해서 달리면 그만큼 대회 레이스
운영을 신중하게 하면서 흥미있게 달릴 수 있어 좋기 때문이다.
오늘도 금발의 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위 때문에 아마 지루한
대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 이상 레이스운영에 도움
되는것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와 비슷한 속도의 동반자를 찾아
달린다면 자칫 지루하기 쉬운 레이스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운영할 수 있어 좋다고 본다.
물론 기록달성 측면에서도 권장할만한 레이스 운영방법이다.
대회에 참가해서 혼자 달린다는것 만큼 재미없고 지루한것은 없다.
나는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 나의 동반자를 찾아 대회에 임한다.
지난 5월에 달렸던 체코 프라하마라톤에서는 지하철에서 만난
핀란드의 "띠아모"라는 친구를 만나 동반주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전구간 기록이 나와 비교해 1분밖에 뒤지지 않았고
오히려 완주 횟수는 나보다 1차례 더 많은 20회였기에
더욱 믿음이 가 대회에서 함께 달려 싼타복장을 한 그와 35km까지
재미있게 동반주를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쳐지게 되어 할 수없이 내가 앞으로 나서면서 달렸지만)
더군다나 그의 싼타복장을 보고 사람들이 웃으면 갑자기 내가 호르라기를
박자에 맞게 불어 한층 더 웃겼으니까 우리는 박자가 잘 맞은 동반자였던
것이다. 프라하마라톤에서 그 친구와의 동반주는 즐거웠다.
어느 해외마라톤대회에서 만날지 모르지만 알고보면 세계는 의외로 좁다.
오늘로써 13번째 완주한 반구간을 금발의 미녀 덕분에 즐겁게 완주할 수
있었다.
광화문마라톤 모임 유럽특파원 영국의 금풍도사 올림
"run-diary"라고 인터넷 일지에 일기형식으로 6개월째 적고있는 중 입니다.
6월 16일(일) 이곳에서 하프마라톤대회에 참가했는데 완주기를 달리기일지에
기록한대로 올렸으니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해해 주실줄 믿고
올립니다.
훈련내용: 하프마라톤 참가
시간 : 09:00 - 10:28
요약 : East Kilbride 마라톤 코스에서 1시간 28분 59초 동안 21.0975km 대회참가
훈련 실시: 속도:14.4km/h, 착용 운동화: 아식스 젤레이서
대회명: "Diet Coke East Kilbride 1/2 Marathon"
일찌감찌 집에서 출발해 1시간 전에 대회 장소에 도착했다.
대회장에 참가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작년에 이미 참가해본적이 있어 실내농구코트가 두개나 되는 체육관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옷을 갈아 입는다.
작년에도 천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기에 올 해도 천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했으리라 예상한다. 이곳에서 1,000명단위로 참가하는 대회라면
규모가 큰 대회로 인정해 준다.
날씨가 비가 오락가락해 오히려 비가 내려주기를 바래본다.
레이스용 옷으로 갈아입고 농구코트 끝과 끝을 오가면서 몸을 풀다가
30분전이 되어서 출발선이 있는 400m 우레탄 트렉으로 나간다.
트렉을 가볍게 돌면서 몸을 풀다가 출발시 웜업시간 없이 하프마라톤
페이스로 달릴 수 있도록 50m, 100m를 빠른속도로 짧게 짧게 dash를
해본다.
출발선으로 모이라는 대회진행자의 방송이 들리자 출발선 가까이 위치를
잡는다. 내가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우리 클럽의 회원이신 71세 Sandy씨는
육상연합회의 임원으로서 이대회의 출발책임자로 내정되었으며
크로스 컨트리대회에서는 빨간색의 멋진 자켓을 걸치고
출발용 총을 손에들고 출발을 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보면 연로한 연세이지만 지난주 10km를 45분에 완주하셨으며
군살이 없고 아직도 신체 건장한 젊은 오빠이시다.
또 이곳 육상연합회가 주관하는 각종 대회에서는
직접 자원봉사를 하는 분으로 서울마라톤 박영석 회장님 같은 분이다.
Sandy씨는 언제 노란색의 클럽 셔츠를 착용한 출발선에 있는
나를 보셨는지 직접 찾아와 잘 뛰라며 격려를 해주신다.
나 이러면 또 감격이다.
Sandy씨는 클럽에서 뵐 때마다 항상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내가 정년퇴직 후에 어떻게 행동 해야하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분이다.
Sandy씨는 출발시간이 되어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
대회진행이 순조롭게 되는지를 관망하고 있다.
대회 진행자는 마이크를 들고 오늘 대회참가시의 안전사항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다. 사람이 빽빽한 운동장에서 출발시 빨리 달리면
위험하니 빠져 나갈 때까지 천천히 달릴것과 급수대의 위치, 응급환자
발생시 급수대의 대회진행요원에게 알려줄것을 당부한 후에
9시 30분이 되자 휠체어 참가자를 먼저 출발 시킨후에
출발 총성이 울린다.
400m 트렉의 3/4이 참가자로 꽉 차있어 모두 천천히 출발한다.
이곳 코스의 특징은 가파른 언덕은 없지만 서서히 올라가는 500m의
언덕을 두번씩 돌아야 하고 굽이굽이 도는길이 많아 돌 때 조심해서
돌아야 한다. East Kilbride Town 전체를 두바퀴를 달리는 코스인데
달리다 보면 내가 어느지점에서 달리는지를 모를 정도로 방향선회가
많고 같은곳을 몇번씩 지나치기 때문에 좀 지루한 면이 있는 코스이다.
1 마일(1.6km)표지판을 지나면서 깜짝 놀랄일이 발생했다.
앞을 달리고있는 러너중에 사흘전의 일지에서 언급했던 나와 3승3패를
기록한 금발의 미녀가 오늘 이 대회에 참가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작년 이 대회에서는 여성 전체2위로 입상한 여성마라톤계의 고수이다.
날씨가 22도로 높아 오늘은 기록보다는 고통없이, 무리없이 달리기로
결심하고 달리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오늘의 목표를 불가피하게 수정하게
되었다. 그녀를 잡아 1승을 더 챙긱기로 계획을 바꿨다.
재작년에 3패를 당했고 와신상담 이를갈아 작년대회에서 3승을 챙겼는데
오늘 이겨야만 4승3패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사내대장부가 쫀쫀하게 여성과 성대결을 하다니?"라고
놀릴 수 있다. 나 그런것 개의치 않는다.
여러분도 대회에 참가해 자기와 실력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연거푸 3패를 당해보라.
동계훈련을 하면서 그 사람에게 이기기위해
목표를 세우고 피눈물나는 연습을 하게될 것이며
대회에 참가해서 자기 페이스를 감안해 달리게 되므로
절대 무리하지 않게되며 결국 이기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작년에는 그렇게 해서 그녀와 대회에서 3번을 만나 전승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올해들어 대회에서 처음 만난 것이다.
그것도 내가 자신있는 종목인 하프마라톤대회에서 잘만났다.
하지만 오늘은 달려봐야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우선은 내가 펄펄나는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고 그녀의 컨디션은
괜찮을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졌던 10km, 하프, 마라톤대회에서는 내가먼저 앞서 달리다
후반에 그녀에게 추월 당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그녀가 나보다 앞서서
달리고 있는것을 봐서는 내가 섣불리 대들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낙천적이면서도 호전적인 천하의 금풍도사가 아니던가?
도전해서 지면 어떤가? 쪽한번 팔리면 그만인것을.....
그렇다고 피하면 되는가?
1마일 정도를 그녀 5m 뒤에서 따라간다.
이번주 수요일에 열렸던 Helen이라는 여성과의 대결에서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내 바로 뒤를 줄기차게 쫓아온 Helen의 역할을
오늘은 내가 하기로 작정하고 덤빈다.
단, Helen과 내가 다른점은 Helen은 발자국 소리가 큰 반면
나는 전혀 발소리를 내지않고 소리없이 따라간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따라가면 상대방은 내가 자기뒤를 따라가는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기록갱신주가 아닌 오늘같은 성격의 대회에서는
순항속도에서 체력소모를 최대한 줄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텝을
비단결 스치듯이 미끄러져 가는 "야금야금 고양이 스텝"으로
부드럽게 달리면 된다.
한참동안을 그렇게 아마 1마일(1,600m)정도를 쫓아갔나 보다.
그녀 뒤를 쫓아가면서 모델같이 잘 빠진 몸매에 sun tanning을 한
구리빛 피부를 감상하면서 달리기를 계속하다 이것은 내가 추구하는
달리기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정면승부를 벌이기로 하고
옆으로 다가가서 아는척을 한다. 이 금발의 미녀 당근 나를 잘 안다.
지금까지 2년 동안의 대회에서 7번이나 만났는데 유일한 검은머리
참가자인 나를 모를리가 없다. 그녀 심각하게 달리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
드디어 내게 눈길을 주며 아는척을 한다. 옆에서 달려도 좋다는
허락으로 알고 그녀의 호흡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달린다.
호흡소리를 들어보면 그녀가 지쳤는지의 여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호흡소리로 치고 나갈 시기라는 것을 결정한다.
오늘은 끝까지 금발의 미녀와 동행하다 막판에 추월하자는 생각으로
체력을 아끼면서 달린다.
함께 1마일을 달리다 그녀의 호흡이 약간 거칠어 지자 작전을 바꿔
내가 먼저 치고 나가기로 하고 이번에는 나의 잘빠진 뒷몸매를 그녀에게
보여주면서 달린다. (장군멍군, 피차일반)
그러면 이제 그녀는 내 뒷모습을 보면서 달리게 되므로 내가 진 빚을
갚은 셈이되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흐믓해 진다.
하나 자만은 금물이다. 달리면서 추월당하고 내가 다시 추월하고
이러기를 6-7차례나 반복했다.
내 뒤를 따라오면서 언덕에서 내 빼면 그녀는 다른 언덕에서 나를
추월한다. 10마일정도 지났을까? 언덕을 벗어나 뒤를 돌아보니
그녀가 10여m 뒤에서 다른 무리들과 함께 달리고 있음을 확인하고
여유를 가지고 달리는데 이런생각은 300m도 못가서 내가 잘못 생각
했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다시 나를 추월해서 앞으로 가고 있다.
나는 간격을 벌여주면 안되므로 다시 추월을 한다.
내 뒤를 따라오는 그녀에게 주로의 관중들은 여성 1위라며 응원을 해준다.
그녀를 재추월 할 때는 사투를 벌이듯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대결은 나만의 생각이므로 사실 그녀는 내게 몇번 이겼는지
그리고 몇번 졌는지를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재추월해 나갈 때는 부드럽게 그리고 슬며시 했다.
오늘의 게임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페이스메이커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달렸다고나 할까?
그러면 당연히 내가 막판에 먼저 결승선을 밟고 지나가게 되므로......
하지만 그녀는 내게 그런 생각을 갖게 가만 놔두지 않는다.
약간의 간격이 있는것 같아 내가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그녀는
이내 재추월을 해버린다.
날씨는 덥고 체력은 떨어지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달렸다. 여기서 지면 3승 4패로 다음대회에서 이겨야 하는데
사실 그녀와의 대결은 말만큼 그리 쉽지않은 게임이다.
그녀도 지난 겨울훈련을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 있다.
초반부터 속도내는것을 보면 작년보다는 훨씬 힘이 좋음을 느낀다.
이렇게 9마일 10마일(16km)을 지나 13마일을 달려
드디어 결승선이 보인다.
작년에 내가 결승선 100m 전방에서 대회진행자가 방송으로
참가자 명단에서 내 이름만 보고 여성 1위가 들어오고 있다고 방송을
해버려 나는 달리는 중 혼비백산하여 아니라는 표시로
좌우로 손을 막 흔들면서 결승선을 밟았던 일이 생각난다.
이곳에서는 Kay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Kay는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름임을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나라도 여성이름을 사용하는 남성도 가끔씩
접하지 않은가? 그래서 어차피 사용한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오늘도 혹시 작년처럼 그러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다행히 그런일은 재발되지 않았다.
내가 들어온지 약 10초정도 후에 그녀가 결승선을 통과한다.
영국에 와서 달리면서 뒤쫓기고 추월 당하는것에 이골이 난 나였지만
50리 길을 달리는 내내 오늘처럼 마음 졸이며 달리기는 처음이다.
한참동안 숨을 고른 후에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여성 1위를 축하한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여성전체 4위이며 연령그룹 1위란다.
그러면서 올해의 기록이 작년보다 못함을 아쉬워 한다.
작년에는 전체 2위였는데 4위로 쳐져 들어왔기 때문에 그러리라.
그래서 줄기차게 달렸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추춸하기 위해 따라온것이 아닌것이다.(아무렴 그러면 어떠나?)
사실 나도 작년 기록에 비해 1분 30초나 뒤져 들어왔으나
오늘의 날씨를 감안해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녀를 잡는데만 혈안이
되었으므로 기록이 뒤지면 어떤가?
그녀를 잡아 1승을 챙겼는데.....
기록이야 봄대회나 가을대회에서 한차례씩만 내면 된다고 본다.
이번주는 2차례나 여성 주자들하고 성대결을 해서 2승을 챙겼는데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이곳 여성주자들은 워낙 빠른 사람이 많아
나를 추월하는 사람들을 여성남성 구분을 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나와 엇비슷한 속도를 가진 남성이건 여성이건 나를 추월했다면
다음대회에서 만나면 타겟으로 정해서 달리면 그만큼 대회 레이스
운영을 신중하게 하면서 흥미있게 달릴 수 있어 좋기 때문이다.
오늘도 금발의 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위 때문에 아마 지루한
대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 이상 레이스운영에 도움
되는것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와 비슷한 속도의 동반자를 찾아
달린다면 자칫 지루하기 쉬운 레이스를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운영할 수 있어 좋다고 본다.
물론 기록달성 측면에서도 권장할만한 레이스 운영방법이다.
대회에 참가해서 혼자 달린다는것 만큼 재미없고 지루한것은 없다.
나는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 나의 동반자를 찾아 대회에 임한다.
지난 5월에 달렸던 체코 프라하마라톤에서는 지하철에서 만난
핀란드의 "띠아모"라는 친구를 만나 동반주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전구간 기록이 나와 비교해 1분밖에 뒤지지 않았고
오히려 완주 횟수는 나보다 1차례 더 많은 20회였기에
더욱 믿음이 가 대회에서 함께 달려 싼타복장을 한 그와 35km까지
재미있게 동반주를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쳐지게 되어 할 수없이 내가 앞으로 나서면서 달렸지만)
더군다나 그의 싼타복장을 보고 사람들이 웃으면 갑자기 내가 호르라기를
박자에 맞게 불어 한층 더 웃겼으니까 우리는 박자가 잘 맞은 동반자였던
것이다. 프라하마라톤에서 그 친구와의 동반주는 즐거웠다.
어느 해외마라톤대회에서 만날지 모르지만 알고보면 세계는 의외로 좁다.
오늘로써 13번째 완주한 반구간을 금발의 미녀 덕분에 즐겁게 완주할 수
있었다.
광화문마라톤 모임 유럽특파원 영국의 금풍도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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