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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에 정병선님 증시칼럼 연재 시작...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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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5-24 11:25 조회5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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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증시칼럼] 프롤로그 - 醉中走

작년 6월 초하(初夏)의 신록이 한참 무르익어 갈 무렵이었습니다..
여의도에서 회사를 마치고 직원들과 한잔 한 뒤
갑자기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는 무작정 달렸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뒤 가끔 발동하는 버릇입니다.
마포대교를 거쳐 남산에 도착한 것이 밤 10시경쯤 되었습니다.
명멸(明滅)하는 도시의 불빛을 굽어보며 남산 순환로를 양복차림에 구둣발로 두 바퀴 돌고는
지하철을 타러 서울역 부근으로 내려오는데 아! 또 달리고 싶어지더군요.

에라! 집이 있는 과천까지 뛰어가자. 작정을 했습니다.
후암동 고개 길을 꺽어 내려와 서울역에 당도한 뒤 숨고르기를 하고
용산을 거쳐 동작대교에 오르니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차량들의 질주가 겁나데요.
조심조심 인도쪽으로 몸을 사리며 천천히 뛰었습니다. 음주운전처럼
취중주(醉中走)하다 잘못되면 보험금 못 받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요.

이수교를 거쳐 사당네거리에 당도하니 갈증이 났습니다.
편의점을 급수대(給水臺)로 생각하고 들어가 캔맥주로 알콜로딩을 했습니다.
취중주에는 알콜기운이 떨어지면 더 뛸 수가 없답니다.
술이 깨는 어느 순간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죠.
알콜 로딩으로 든든해진 뱃심 덕분에 험준한 남태령고개도 가뿐이 넘었습니다.

남태령 정상에서 본 야경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청계산 자락의 서울대공원, 아침저녁으로 달리던 숲속의 주로(走路)가
가로등 불빛아래 희미하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문득 지나 온 세월이 그냥 서러워 눈물이 났습니다.
세상살이의 어려움과 위태로움이,
그리고 나날이 복잡해지는 주식시장에서 부(富)를 쫓아 방황하는 투자행위가
취중주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쳤기 때문입니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집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막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 것은 새 천년을 시작하는 그해 (2000년)시월 하순 한강변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처음에는 오로지 건강을 위해서 넘치는 살과 출렁이는 배를 부여안고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바람 부는 강가와 눈비 오는 포도(鋪道)위와
혹은 산과 들을 짐승처럼 헐떡거리며 달렸으니
그야말로 풍마우습(風磨雨濕;바람에 닳고 비에 젖음)의 세월을 보낸 지
어언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일종의 중독상태에 빠져 매일 20KM, 한달 600KM를 달린 극성으로
그 동안 풀 코스만 10여 차례 완주하였고
지난 3월 동아국제마라톤에서는 스스로 비원(悲願)이라고 부르며 그 성취(成就)를 갈망했던
보스턴 마라톤 참가자격(3시간 23분 25초)도 획득했습니다.

이제 겨우 1년 6개월, 아직은 그 연륜이 일천하다고 할 수밖에 없지만
그간 줄기차게 달리면서 겪은 소회(所懷)는 사뭇 남다른 바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마라톤을 하면서 체득한 여러 가지 이치와 감상(感傷)이
제가 20 여년 동안 몸을 담고 살이를 이어 온 주식시장에서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십여차례의 대회출전과 우중주(雨中走), 설중주(雪中走)는 물론,
취중주(醉中走)까지 경험하고 보니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서 항상 노심초사하여 영일(寧日)이 없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사념(思念)의 한 자락을 스쳐 지나갑니다.

낯선 곳에 혼자 버려진 아이처럼 스타트라인에서 만났던 고적함과 긴장감,
그리고 30Km 너머 사점(死點;Dead Point)부근에서 엄습하는 공포감은
시세를 쫓아 공포와 탐욕사이를 오가며 끝없이 번민하는 투자자의 감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기야 세상사 어느 것이 그 일어나고 이어지며 때로 뒤집어지고 끝을 맺는
윤회(輪廻)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마는.

사람들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라톤을
'자기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 정의하는데는 그렇게 이론(異論)이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주식투자 역시 궁극적으로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으로 귀결(歸結)된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가 상승기에는 분별없는 욕심이.
침체기에는 좌절과 체념이 합리(合理)와 이성(理性)의 눈을 가린다는
주식시장의 비정한 철칙(鐵則)과 싸우는 것이
일백오리길을 내내 뛰면서 포기의 유혹과 기록단축의 욕심사이에서
스스로와 싸워나가는 마라토너의 고독함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왕에 갖고 있던 주식시장에서의 경험에
마라톤을 하면서 새로이 체득한 오묘한 이치를 접맥시켜
'마라톤에서 배우는 투자지혜(Investment Lessons from Marathon)'라는 제목 하에
주로 투자를 하는 마음가짐과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합니다.
시세(時勢)와 기록(記錄)의 무상함을 되새기면서......

ⓒ 머니투데이 경제신문ㆍ㈜머니투데이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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