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의 밤... 그리고 목마와 숙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5-24 10:49 조회522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1)
과천 관문체육공원.
정말 시쳇말로 죽여주었다.
5만평의 대지위에 각종 스포츠 시설이 없는게 없다.
테니스코트, 배드민턴장, 라켓볼장...
촘촘하게 박아놓은 깨끗한 보도블럭,
붉은 주단을 깔아놓은 듯한 8트랙...
방금 손질을 마친 머리처럼 단정하고 가즈런한 천연잔디.
저 잔디위에서 국가대표팀이 아닌 조기축구회가 매일 아침 공을 찬단다.
잔디구장 곁에는 티비에서만 보아왔던 감독과 코치가 앉는 지붕달린 벤치도 있다.
환상이다.
화장실에서는 비눗냄새인지 은근한 향내가 났고,
각 변기는 깨끗했으며 지름 한뼘이 넘는 커다란 두루마리 화장지가 새것으로 구비되어있다.
경마장 수입을 비롯한 튼튼한 재정이 지방자치제라는 날개를 달아 그럴 것이다.
(2)
19시 30분.
모닝스타 정병선님과 런클의 목마 김영진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천천히 1레인부터 8레인까지 1순을 하고
전력질주와 서행을 순서대로 하는 인터벌 훈련을 했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맨발로 그저 트랙을 걸으며 분위기를 느껴야만했던 송재익님을 고려하여
약간 부족한 듯한 선에서 달리기를 마쳤다.
정리운동, 스트레칭을 마치고 갈비집.
'얼마나 드릴까요, 2인분? 3인분?'
'3인분 하죠, 머...'
식당 주인과 김영진님의 대화를 듣고 속이 상했다.
머, 이래...
사람이 넷이나 되고, 방금 운동을 마쳐서 배가 얼마나 고픈데 3인분이라니...
나 혼자 먹어도 모자라겠네.
그러니 속이 은근히 상할 수 밖에...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과천의 소갈비는 1인분이 600그람이었다.
결국 남았다.
뼈는 구워서 멍멍이 준다고 송재익님이 챙겨갔다.
무슨 개라더라... 송재익님과 김영진님은 키우는 개가 같고,
개사랑이 또한 지극하여, 금방 친해졌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가 개면서, 무슨 개를 키운다고...
이 곳 과천에는 보신탕 기가막히게 잘하는 집이 억수로 많은데...
(3)
오아씨스로 갔다.
3,000씨시 짜리 네통이었나? 다섯 개였나?
그 곳으로 김영진님 부인께서 오셨다.
두분 다 골수 마라톤 애호가들로서 실력들이 대단하다 했다.
울릉도 대회에서 부부가 동반 우승하여 부상으로 오징어를 한트럭 받아왔대나...
지금도 남았으면 좀 노나 주지... 군시렁군시렁
김영진님은 애칭이 '목마'고 부인은 '숙녀'라 했다.
목마와 숙녀...라, 박인환님...
오랜만이군.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고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4)
퇴근전 사무실의 팀동료가 말했다.
'우형은 뭐든지 하나로 집중하면 좋을 것 같군요.'
그렇다.
다시 한 번 머리를 치는 충고.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어왔던...
우리말에는 '博而不精', '팔방미인이 쪽박찬다'라는 말이 있고,
서양에는 'Renaissance man', 'Jack-of-all-trades but master of none'이라는 표현이 있다.
산만하게 이것 저것 건드리다 어느 하나에도 정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렇다.
'선택과 집중'이 최고의 경영방식인 오늘날에 내가 또 우를 범하려는 것은 아닌지...
사하라마라톤을 꿈꾸다가...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다.
과천님 두 분... 환대, 정말 감사드리고, 갚겠습니다.
무엇으로든.
(2002. 5. 24)
과천 관문체육공원.
정말 시쳇말로 죽여주었다.
5만평의 대지위에 각종 스포츠 시설이 없는게 없다.
테니스코트, 배드민턴장, 라켓볼장...
촘촘하게 박아놓은 깨끗한 보도블럭,
붉은 주단을 깔아놓은 듯한 8트랙...
방금 손질을 마친 머리처럼 단정하고 가즈런한 천연잔디.
저 잔디위에서 국가대표팀이 아닌 조기축구회가 매일 아침 공을 찬단다.
잔디구장 곁에는 티비에서만 보아왔던 감독과 코치가 앉는 지붕달린 벤치도 있다.
환상이다.
화장실에서는 비눗냄새인지 은근한 향내가 났고,
각 변기는 깨끗했으며 지름 한뼘이 넘는 커다란 두루마리 화장지가 새것으로 구비되어있다.
경마장 수입을 비롯한 튼튼한 재정이 지방자치제라는 날개를 달아 그럴 것이다.
(2)
19시 30분.
모닝스타 정병선님과 런클의 목마 김영진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천천히 1레인부터 8레인까지 1순을 하고
전력질주와 서행을 순서대로 하는 인터벌 훈련을 했다.
컨디션이 좋지않아 맨발로 그저 트랙을 걸으며 분위기를 느껴야만했던 송재익님을 고려하여
약간 부족한 듯한 선에서 달리기를 마쳤다.
정리운동, 스트레칭을 마치고 갈비집.
'얼마나 드릴까요, 2인분? 3인분?'
'3인분 하죠, 머...'
식당 주인과 김영진님의 대화를 듣고 속이 상했다.
머, 이래...
사람이 넷이나 되고, 방금 운동을 마쳐서 배가 얼마나 고픈데 3인분이라니...
나 혼자 먹어도 모자라겠네.
그러니 속이 은근히 상할 수 밖에...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과천의 소갈비는 1인분이 600그람이었다.
결국 남았다.
뼈는 구워서 멍멍이 준다고 송재익님이 챙겨갔다.
무슨 개라더라... 송재익님과 김영진님은 키우는 개가 같고,
개사랑이 또한 지극하여, 금방 친해졌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가 개면서, 무슨 개를 키운다고...
이 곳 과천에는 보신탕 기가막히게 잘하는 집이 억수로 많은데...
(3)
오아씨스로 갔다.
3,000씨시 짜리 네통이었나? 다섯 개였나?
그 곳으로 김영진님 부인께서 오셨다.
두분 다 골수 마라톤 애호가들로서 실력들이 대단하다 했다.
울릉도 대회에서 부부가 동반 우승하여 부상으로 오징어를 한트럭 받아왔대나...
지금도 남았으면 좀 노나 주지... 군시렁군시렁
김영진님은 애칭이 '목마'고 부인은 '숙녀'라 했다.
목마와 숙녀...라, 박인환님...
오랜만이군.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고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4)
퇴근전 사무실의 팀동료가 말했다.
'우형은 뭐든지 하나로 집중하면 좋을 것 같군요.'
그렇다.
다시 한 번 머리를 치는 충고.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어왔던...
우리말에는 '博而不精', '팔방미인이 쪽박찬다'라는 말이 있고,
서양에는 'Renaissance man', 'Jack-of-all-trades but master of none'이라는 표현이 있다.
산만하게 이것 저것 건드리다 어느 하나에도 정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렇다.
'선택과 집중'이 최고의 경영방식인 오늘날에 내가 또 우를 범하려는 것은 아닌지...
사하라마라톤을 꿈꾸다가...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린다.
과천님 두 분... 환대, 정말 감사드리고, 갚겠습니다.
무엇으로든.
(2002. 5. 24)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