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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작취미성,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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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5-21 11:35 조회6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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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事端)

"띠리리리릭......띠리리리릭"
"여보세요? 우광홉니다."
"어, 머해... 빨리 안 오고... 나 재익이야."
"어? 어∼어. 사무실이야. 일이 좀 있어서..."
"야, 빨리와. 지금 시간에 사무실은 무슨 사무실..."
"지금 가도 받아주니? 많이 늦엊는데..."
"잔소리 말고 택시타고 빨리 와. 너 줄라고 책도 가져왔단 말야."
"그래, 알았다."

사실은 가고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일도 있고, 자제도 하고 싶고... 해서 버텼었는데.
그렇게 해서 배터지는 집으로 간 게 9시 반 가까이 되었었습니다.
가보니 장관이더군요.
오늘 출판기념회의 주인공 김현우님을 상석에 앉히고,
왜, 거 있잖습니까, 배터지는 집 들어가면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벽에 연하여 테이블 대여섯개 붙여서 주우욱... 앉는 거.
스무명 남짓한 분들이 계시더니,
감격스럽게도 늦게 들어서는 저를 위하여 환호를... 감사감사... ^^
입구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정말 예쁜 꽃바구니가 리본을 달고 다소곳이 앉아있고,
그 옆에는 하객들게 노나줄려고 쌓아논 책들이 기십권...
그리고 이쪽 저쪽에 모두 반가운 분들이 보였습니다.

리본 《출판기념회를 축하합니다.》 -처형-

(중간 생략)

세어보니 벌써 맥주 빈 병 20개, 소주 빈 병 30개...는 넘겠더군요.
김현우님이 자필 서명하신 책을 주셨습니다.
질쎄라 송재익장군도 얼른 자기 책을 건네주었습니다.
왜, 거 있잖습니까, 마라톤잡지사에서 열대여섯분의 글들을 모아서 낸 책.
거게 송장군도 필진으로 꼈걸랑요,
김재남님을 씹는(chewing) 얘기를 리얼하게 적어서.
하여튼 감샴니다...감샴니다...를 연발하며 책들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아, 난 언제 책 한번 내보나... 하고 허황된 생각을 하는 찰나...
평론가이신 이명준 반달장군께서 독심술을 하셨나, 점장이 팬티를 입으셨나...
"우광호씨, 거 개들 모여서 책 한번 내보지?" 하신다.

한택희,이윤희,나강하,김종생,송재익,허창수... 머...참, 전차수님도 아마 개랬던가?
이만하면 멀해도 하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기도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아냐... 글이란 그렇게 쉽게 쓰는게 아니지...
욕심이나 치기만 가지고 이루어질 수 없는게 글이 아니던가...

(또 생략)

김진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야, 송재익... 우리 셋이 함 붙자... 이번 토욜날 붙는거다? 이십마넌 빵..."
"시러시러... 미쳤어?"
송장군은 그렇게 한사코 도전을 피했습니다.
서글펐습니다.
저 나이에 벌써 저렇게 기백이 없다니...
사람이 약해지면 저렇게 되는구나, 나는 건강해야지,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뭐가 자꾸 날아다닙니다.
자세히 보니 김진사님이 자꾸 뭘 던짐다.
생선회 접시에 방석으로 깔았던 무우채도 던지고
누가 한 입 베어먹고 남긴 튀김도 던짐다.
송장군이 좌우로 피하고, 파편이 튑니다.

김진사님, 후배가 진심으로 부탁드리오니,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기를...
체통을 지키시기를...

(또 생략)

인근의 호프집인 다지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대략 10여명.
이 자리에서는 고재봉님을 비롯한 광화문모임 분들이 열변을 토해주셨습니다.
월드컵에 달림이들의 역할이 없다고, 뭔가를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내 앞에는 이용식님이 앉아있습니다.
"저, 사하라 마라톤... 함 가면 어떨까요?"했다가 박살났습니다.
"저는 거 안합니다."
"예? 왜요? 멋있잖아요?"
"거 마라톤 아닙니다. 전 울트라 합니다."
"?"
"거, 아무나 합니다. 작년에 뛴 사람도 잘 알고, 이번에 뛰고 온 친구도 잘 압니다.
그 친구 마라톤 풀도 한 번 안한 친구예요.
근데 다 하잖아요? 완주율이 95%예요. 아무나 하는 사하라마라톤, 거..."
"......"

(또 생략)

노래방엘 갔습니다.
근데, 희한합니다. 술을 안팜다. 먼 압구정동이 이래? 우리동네는 다 파는데...
제주도 신사 이중식사장에게 '지시'했슴다.
"이사장, 나가서마랴, 쏘주 두 병만 사와 바..."
그랬더니 빈손으로 들어왔습니다.
내가 나섰슴다. 나가보니 장난이 아닙니다.
인근에 아무리 둘러봐도 편의점이나 수퍼... 이런게 없는검다.
그런데... 순간 당황되다가...
내가 누군가, 대/두/견... 자타가 공인하는 머리 큰 사람이 아닙니까?
불과 몇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는 짜잔... 배터지는 집, 그걸 생각해낸 겁니다.

"영업 끝났습니다." 하고 제지하는 종업원을 밀치고,
"어이, 비켜 봐. 문사장 계셔?" 들어서니 영업을 마감하고 정돈작업중입니다.
"형님, 옆에 거 무슨 노래방있자나여, 거기 있어요. 이따 오세요?"
두말 할 필요없이 냉장고에서 차미슬 두 개를 품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계산요?
쏘주 두병에 먼 돈을 낼 필요있나요?

돌아온 노래방은 점입가경...
노래 디게 못하는 선진갱기도민이 고래고래 악을 쓰고 있었습니다.
"Almost heaven, West Virginia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Younger than the mountains, flowing like the breeze......"
- sung by Morning star

(또 생략)

다들 떠났슴다. 아니 떠나보냈슴다.
옛날 옛적에 누군가가 물었었슴다.
"형, 남는 게 슬플까, 떠나는게 더 슬플까..."
"뭘 묻니, 임마. 다 그게 그거야. 떠나는 거나 보내는 거나 그게 그거야..."
위대한 선진갱기도민이 외쳤슴다.
"얀마야, 우광호. 너 빨리 모텍잡아..."
"예? 웬 모텔입니까?"
"아니, 너 모택 몰라? 모범택시마랴..."
그래서, 오늘 맛봬기로 보여준다는 과천의 오아씨스로 끌려갔슴다.
나도 산본에 살므로 집에 가는 길이기도 했고, 또 같은 선진갱기도민이니까...
와씨스... 지하로 갔더니, 아뿔싸 문이 닫혀있었슴다.
하긴 그때 시간이 1시 45분이었으니,
그제서야 나는 또 늦게까지 방황한 것을 후회하면서 부랴부랴 집으로... "집으로(?)" 향했슴다.

(끝 마무리)

아아... 어찌 이 정도로 우리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그려낼 수 있으랴.

난 분명히 믿-씁니다.
오늘 자리에 나오신 분들이 할 일 없어 소일거리로,
술이나 마시고 허튼소리 하려 모인 것이 아니라고.
마라톤이라는 유니코드를 매개로,
더 깊은 인생의 무엇을 찾는 심정으로 모이고, 손을잡고, 열변을 토한 것이라고.
비록 그 찾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두들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하더라도...


(재밌게 쓰려고 해도 안됨다, 잘... 2002. 5. 21 작취미성,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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