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야 ! 이번 일요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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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2-05-18 08:24 조회75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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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야!
이번 일요일에는
애들 데리고 한번 댕겨 가거라
안됩니더. 어무이요!
마라톤시합 나가야 됩니더.
야야! 니 나이가 몇고?
옛날같으면 손주 볼 나이에
뙤약볕에 팬티바람으로
뜀박질을 왜 하노? 기운빠지게...
올해 아흔 일곱되시는 외할머님을 모시고
정릉 옛집에서 혼자 사시는 어머님과의
전화 통화 내용입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뒤
노인네 두분만 따로 사시게 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려 무리를 해서라도
같이 모시고 살려 했지만
아직 얹혀살기는 싫다시며
우선 당신께서 완강히 거부하시고
마누라 또한 썩 내켜하지 않는 눈치라
엉거주춤 차일피일 미루어 오면서
그동안 주말에는 꼬박꼬박
찾아 뵈었는데
마라톤을 시작하고는
자주 찾아 뵙지를 못하고
늘 죄진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일요일마다 시합출전 아니면
LSD훈련, 그리고 뒷풀이
주중에는 시합준비하느라
굶었던 친구들과의 술자리
어느 듯 마라톤은
일상의 중심부에 견고한
뿌리를 내려버렸더군요.
건강에 좋자고 시작한
마라톤이라는 운동에 중독되어
엉덩이에 불맞은 망아지처럼
천방지축 전국을 뛰어다니며
일상에서의 일탈(逸脫)을 즐기고
새로이 사귄 달리기동무들과의
교유(交遊)에 흠뻑 빠져
세월가는 줄 모르다가
심각한 중독증세를 자각한 것은
지난 어버이날
오랫만에 어머님을 찾아뵈올 때였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시다 하시나
무상한 세월의 흔적은 감출 수가 없어
자주 못뵌 사이 훌쩍 늙어지셨더군요
당신께서 손수 담궈
술 좋아하는
아들 오면 주신다고
고이 고이 감추어 두신
오래 익어 향기로운
매실주에 흠뻑 취해
어머님을 부둥켜 않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어릴 때처럼 엉엉 소리치며
목 놓아 울었습니다.
미혹함이 없다는 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을 맞는
이 나이 되도록
백행(百行)의 근본이 되는
효도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보스톤이니 서브 스리니
마라톤에 미쳐 날뛴
지난 날들이 회한과 함께
가슴을 저밉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은
이렇다 할 부상은 커녕
발에 물집한번
잡힌적 없어
더욱 기고만장하여
미쳐 날뛴지도 모를일입니다.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울고 있는 못난 아들의
등을 토닥거려 주시는
어머님의 힘없는 손짓이
어디 한군데 몰입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아들의 못난 성정(性情)을
조용히 나무라시고
계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나무라심이
마라톤에 천착(穿鑿)하여
겁없이 날뛰다가
앞으로 닥쳐 올지도 모를
부상과 사고를 경계하기 위하심임을.
한 바탕 어지러운
봄꿈 같았던 그동안의
달리기 생활을 되돌아 보며
한켠으로 치우쳐
균형을 잃었던
일상을 돌이키고
마라톤과 결별하지 않고도
늦었지만 사람답게
사는 법을 찾으려 합니다.
일요일 마다 이핑계 저핑계로
미친듯이 뜀박질 하는 대신
예전처럼 자주자주
어머님을 찾아뵈렵니다.
"나무는 고요하려하나
바람이 그냥 두지않고
자식은 효도하려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어머님!
사랑합니다.
마라톤에 빠져 어머님을 잠시 잊었던
불효자 올림
이번 일요일에는
애들 데리고 한번 댕겨 가거라
안됩니더. 어무이요!
마라톤시합 나가야 됩니더.
야야! 니 나이가 몇고?
옛날같으면 손주 볼 나이에
뙤약볕에 팬티바람으로
뜀박질을 왜 하노? 기운빠지게...
올해 아흔 일곱되시는 외할머님을 모시고
정릉 옛집에서 혼자 사시는 어머님과의
전화 통화 내용입니다.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뒤
노인네 두분만 따로 사시게 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려 무리를 해서라도
같이 모시고 살려 했지만
아직 얹혀살기는 싫다시며
우선 당신께서 완강히 거부하시고
마누라 또한 썩 내켜하지 않는 눈치라
엉거주춤 차일피일 미루어 오면서
그동안 주말에는 꼬박꼬박
찾아 뵈었는데
마라톤을 시작하고는
자주 찾아 뵙지를 못하고
늘 죄진 기분으로 살아갑니다.
일요일마다 시합출전 아니면
LSD훈련, 그리고 뒷풀이
주중에는 시합준비하느라
굶었던 친구들과의 술자리
어느 듯 마라톤은
일상의 중심부에 견고한
뿌리를 내려버렸더군요.
건강에 좋자고 시작한
마라톤이라는 운동에 중독되어
엉덩이에 불맞은 망아지처럼
천방지축 전국을 뛰어다니며
일상에서의 일탈(逸脫)을 즐기고
새로이 사귄 달리기동무들과의
교유(交遊)에 흠뻑 빠져
세월가는 줄 모르다가
심각한 중독증세를 자각한 것은
지난 어버이날
오랫만에 어머님을 찾아뵈올 때였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시다 하시나
무상한 세월의 흔적은 감출 수가 없어
자주 못뵌 사이 훌쩍 늙어지셨더군요
당신께서 손수 담궈
술 좋아하는
아들 오면 주신다고
고이 고이 감추어 두신
오래 익어 향기로운
매실주에 흠뻑 취해
어머님을 부둥켜 않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어릴 때처럼 엉엉 소리치며
목 놓아 울었습니다.
미혹함이 없다는 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을 맞는
이 나이 되도록
백행(百行)의 근본이 되는
효도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보스톤이니 서브 스리니
마라톤에 미쳐 날뛴
지난 날들이 회한과 함께
가슴을 저밉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은
이렇다 할 부상은 커녕
발에 물집한번
잡힌적 없어
더욱 기고만장하여
미쳐 날뛴지도 모를일입니다.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울고 있는 못난 아들의
등을 토닥거려 주시는
어머님의 힘없는 손짓이
어디 한군데 몰입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아들의 못난 성정(性情)을
조용히 나무라시고
계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나무라심이
마라톤에 천착(穿鑿)하여
겁없이 날뛰다가
앞으로 닥쳐 올지도 모를
부상과 사고를 경계하기 위하심임을.
한 바탕 어지러운
봄꿈 같았던 그동안의
달리기 생활을 되돌아 보며
한켠으로 치우쳐
균형을 잃었던
일상을 돌이키고
마라톤과 결별하지 않고도
늦었지만 사람답게
사는 법을 찾으려 합니다.
일요일 마다 이핑계 저핑계로
미친듯이 뜀박질 하는 대신
예전처럼 자주자주
어머님을 찾아뵈렵니다.
"나무는 고요하려하나
바람이 그냥 두지않고
자식은 효도하려하나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어머님!
사랑합니다.
마라톤에 빠져 어머님을 잠시 잊었던
불효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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