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애 장한 삼남매의 아줌마 또는 젊은언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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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찬무 작성일03-11-07 23:49 조회3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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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애 님 쓰신 글 :
> 적지 않은 나이에 늦둥이 출산과 더불어 세 아이의 엄마라는 현실을
>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았자만
> 근원적인 치료는 되지 못했다.
> 그때 마침 남편의 권유로 반포 달리기 모임에 큰 용기를 내어 나가 보았다.
>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님의 자세한 달리기 이론 설명과 더불어 직접 뛰어 보이시며
>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점차 달리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
> 일요일 아침이면 먼저 일어나 서둘러 준비하고 남편을 깨워 반달모임 장소로 향했다.
> 반달에 참가할 때마다
> 항상 건강미가 넘쳐 보이시는 박 회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 고희를 훌쩍 넘기신 박 회장 님을 뵐 때마다
> 우리 부부도 70세가 넘을 때까지 저렇게 달리기 생활을 계속하려면
> 먼저 부상이 없이 즐기면서 절대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10km, 하프, 풀을 뛰기까지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 각 마라톤 사이트에서 선배님들의 소중한 경험담과 조언을 참고하였다.
>
>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100km울트라마라톤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달리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여 5km 대회를 2회 뛰고 난 후,
> 10km 대회를 달리려다 남편과 실랑이를 벌렸던 게 바로 2년 전 일이었다.
> 하지만 내가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해 보고 싶은 충동은
> 잃어버린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싶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 휴직을 하고나서 언제 다시 복직할 수 있을지 모르게 불투명한 주변 환경과
> 완벽하지 못한 전업주부로서 무늬만 엄마가 아닌지…….
> 자꾸만 멀어져만 가는 것 같은 자신에 대한 어떤 확신감을
> 울트라를 통해서 새롭게 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100km을 어떻게 달릴 것인가?
> 단순한 완주로만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목표시간을 정해 그것을 향해 달려 갈 것인가?
> 많은 생각 끝에, 완주 시간을 10시간 이내로 잡기로 했다.
> 그것은 지난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38분에 골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또한 남편도 풀코스 기록이 그 정도이면
> 100km를 10시간 이내에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게 용기를 주었다.
>
> 10월 25일 전야제 때 만난 서울마라톤 박희숙 님께 이번에 참가하느냐고 물으니
> "자원봉사 해야죠."하셨다.
> 바보 같은 질문에 어찌나 민망하고 송구스러웠지만 한편으로 허망했다.
> 박희숙 님이 지난해 9시간대에 골인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 이번 대회에서 한번 따라 뛰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그렇지만 100km 울트라를 뛸 거면 확실하게 즐기자는 생각으로
> 완주의 목표시간을 다시 한번 9시간대로 달리겠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 왠지 그렇게 해야만 자신에 대한 어떤 믿음이 더욱 확실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2003년 10월 26일 새벽,
> 이번에도 이웃에 사는 수영친구 조성진 님의 도움으로 편하게 대회장에 도착했다.
> 매일 새벽, 수영으로 이시간이면 나는 항상 깨어 있어 신체적으로 별 무리는 없었다.
> 정확히 5시에 서울마라톤 윤현수 님의 힘찬 출발소리가 들려왔다.
> 중간 위치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서서히 울트라 여행길로 접어들었다.
>
> 어둠에 깔린 탄천은 고요히 우리를 반겨주었다.
> 5km를 31분대로 통과하고 10km 지점에서 시간을 보니 1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 초반에 오버하지 않고 예상대로 잘 맞춰가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 앞에는 언제보아도 다정한 이장호 김선화 부부께서 나란히 발맞춰 달리고 있었다.
> 김선화 님께 어떻게 이렇게 남편과 함께 달릴 수 있는지 그 비법을 물으니
> 이장호 선생님께서 혼자 냅다 달리는 남편을 3일만 굶겨보란다.
> 두 분을 뒤로하고 달려가자,
> 5km 지점부터 함께 달려왔던 한 중년러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그분은 어렵게 재혼하신 사모님께 100km완주로 청혼하려 했는데,
> 시간상 먼저 결혼하게 되었다며 고뇌에 찬 한 말씀을 하셨다.
> 완주의 기쁨을 사모님과 함께하여 두 아드님과 더불어 행복한 가정 이루셨으면 한다.
> 얼마가지 않아 포항그린넷마 전해광, 김진미 부부를 만났다.
> 12월에 있을 호미곶마라톤대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 뽀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새하얗게 머리를 수놓은 갈대꽃과 어울리면서
> 탄천의 아침은 가벼운 햇살에 그 속살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
> 한강으로 접어들기 전 함께 달리던 러너들과 모두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 하지만 몸도 마음도 가볍게 느껴져 속도를 조금 더 내서 달려 보았다.
> 그런데 그때 탄천 세월교 급수대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계시던 천달사 김대현 선생님께서
> "송파세상이 지나간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송파를 잡으세요."
> 언제 뵈도 넉넉한 인상에 여유가 있어 보여 편안한 느낌이 드신 분이다.
> 그런데 내가 어떻게 남편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
> 날이 밝자, 암사동의 반환점을 돌아오는 주자들의 모습을
> 이제 표정까지 확연히 알아 볼 수 있었다.
> 반달에서 항상 1위를 하시는 채성만 선생님께서 밝은 미소와 함께
> 내 이름을 불러주며 힘을 외쳐 주시니 가슴에 기쁨이 가득 넘친 것 같았다.
>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모습이 보이기에
> “서방님 화이팅!”을 외쳐주니 빙긋이 웃으며 손만 들어 보이고 지나쳐 갔다.
> 내게 어떤 격려의 말이라도 한번 소리쳐 주면 어디 덧나나 보다.
> 암사동 30킬로 지점인 반환점에 2시간 47분에 도착했다.
> 아주 만족스런 페이스였다.
>
> 달리는데 조금 익숙하지 않는 콘크리트 주로를 지나자
> 반달에서 30km를 뛸 때 수없이 달려 보았던 길이 저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 갑자기 편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어머님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는 한강을 벗 삼아
> 달리는 이순간의 행복감에 마냥 취하고 싶어졌다.
> 청담대교 밑을 지나자 부드러운 미소가 일품인 런하이 조대연 선생님께서
> 서울마라톤 깃발을 흔들며 힘차게 응원을 해 주신다.
>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전하고 동호대교 밑에 이르자
> 그곳에서 자원봉사 중이신 문성재 화백님의 사모님께서 꿀맛 같은 김밥을 주시기에
> 급하게 받아먹고 신이 난 아이처럼 그냥 뛰쳐나갔다.
>
> 그런데 한남대교 밑을 통과하면서 왼쪽 다리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속도를 줄여 천천히 달려보니 조금 괜찮아 진 것 같았다.
> 하지만 반달의 언덕이라는 잠수교 위를 넘기 전부터
> 왼쪽 무릎 뒤쪽이 팽팽하게 당기면서 뻣뻣해졌다.
> 언덕을 오른 후 두 손으로 그 부위를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해보았다.
> 그런데 그때 어떤 남자분도 나와 똑같이 왼쪽 다리가 이상하다며
> 저 앞에 있는 급수대까지 서서히 걸어가자고 했다
> 46킬로 지점에서 자원봉사하고 계시던 노고운해 윤상문 선생님께서
> 수지침 책을 찾아가며 침을 건네주며 달리다가 손등에 자극을 주라고 했다.
> 겁이 나 도저히 그것으로 내 손을 찌를 수가 없어 그냥 그것을 들고 걷다 뛰기를 반복하니
> 53km 지점인 여의도 제 1관문이 보였다.
> 그곳에서 서울삼성병원 부부런너스 이장호, 김선화 부부를 다시 만났다.
> 찡그리며 어색하게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 자상하신 이장호 선생님께서 쥐가 났을 때의 자세를 일려주었다.
>
> 53km 지점에서 자원봉사 하시던 서울마라톤 정영철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 옆에 있던 런클 여성분이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고 타이즈를 갈아입으라며 권하면서
> 옷과 양말을 갖다 주며 도와주고 나서 쥐가 난 다리 부위를 침으로 찔러 주었다.
> 그런데 아무런 통증이 없었다.
>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찔러보라고 했더니
> 찌른 부위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며 겁먹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다시 달리려 하니 그동안 16분이 소요되고 말았다.
> 10시간 이내에 골인하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
> 속도를 내서 달리려하면 여전히 똑같은 마비 증상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 침으로 찌른 안쪽 허벅지 부위에서 밴드를 붙었지만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 처음 있는 일이라 당혹스러워 포기를 해야 하는 건지, 참고 계속 뛰어야 할지
> 고통과 함께 심한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 하지만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 그렇지만 가양대교가 참으로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 아픈 다리를 달래며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계속해서
> 달리기에 불편한 콘크리트길만 이어지고 있었다.
>
> 반환점은 어디쯤에 있을까?
> 고개를 빼고 힘겹게 찾고 있는데,
> 이번 대회에서 6위를 한 서울마라톤 윤덕하 선생님께서 "송파 힘!"을
> 뒤이어 진재봉 선생님도 "유행애 화이팅!"을 외쳐 주신다.
> 달려가는 몸매도 자세도 모두 고수님들이시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저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 어떻게 알았는지 쥐난 다리가 괜찮으냐고 묻더니
> 급수대마다 물과 음식을 먹고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라는 말을 남기곤
> 그냥 횅하니 뛰어 가버렸다.
> 아무리 9시간 이전에 골인할 목표로 뛰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 어찌나 서운한 마음이 앞서던지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 거리상 함께 할 수 없다지만 같이 좀 뛰어주겠다고 말하면 안 될까?
>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면 내가 먼저 가라고 했을 텐데…….
>
> 가도 가도 끝없을 것 같은 콘크리트 주로가
> 서울마라톤 깃발과 함께 64.82km 지점인 마지막 반환점이 보였다.
> 시간을 보니 6시간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 다리에 쥐만 아니라면 아직까지도 10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다.
> 그때 지난 9월 서울마라톤 12시간 연습주에서 만난
> 이영재 선생님께서 힘을 외쳐주지 않는가?
> 서로 힘든 과정을 겪어서인지 진한 동지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
> 노란 쭈꾸미 모자를 둘러 쓴 문정복 사장님께서 끓여준 전복죽을 먹고 나서
> 가능하면 먹지 않겠다던 진통제 두 알을 삼켰다.
> 그리고 쥐가 난 부분에 소염제 로션을 바르고
> 좀 더 쉬고 싶다는 약한 마음을 털고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일어섰다.
> 얼마쯤을 달려가는데 그때서야 우리 아파트 이웃인 임광선 님께서
> 상당히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 초반에 같이 달렸기에 다시 만나니 반가웠지만
> 다리 부상으로 무척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자,
> 끝까지 같이하지 못 한 것이 못내 미안한 감이 들었다.
>
> 양화대교를 지나 여의도 못 미친 곳에서 자원봉사하신 분들이
> 소염제 로션으로 다리 마사지를 해주었다.
> 처음에는 민망스러웠지만 시원한 감이 들어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 다시 조금 속도를 내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때 부쩍 늘어난 자전거 일행들 때문에
> 주로를 정리하고 계시던 서울마라톤 거리의 신사 신동희 선생님께서
> 내게 괜찮은지 물어왔다.
> 고마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답례를 보내면서 "좋습니다!"라고 힘을 주었다.
> 다시 63빌딩이 있는 곳에 이르자
> 어여쁜 런클 언니들이 다리 마사지를 해주며 침 맞았던 다리가 괜찮은지 물어왔다.
> 달리기에 온전하지 않았지만
> 그들의 정성 덕분에 완주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들이 건네주는 수박을 들고 다시 뛰기 시작하자
> 열혈남아 정영철 선생님께서 달려와 “힘”을 외치며 격려를 보내주었다.
>
> 노량대교 밑을 통과하여 동작대교 부근에 이르렀을 무렵,
>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인라인과 비킬 치면서 나와 부딪칠 뻔 했다.
> 너무나 순간적이었다.
> 아찔하고 오싹해서 갑자기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면서
>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버린 것 같았다.
> 마라톤대회 하는 날만큼이라도 주로 통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 제 2관문인 반포대교 밑을 통과하니 문성재 화백께서
> 11시간 이내에 골인지점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일려 주었다.
> 안타까운 생각이 몰려왔다.
> 10시간 이내에 완주하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 그 뜻을 이룰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남은 거리도 힘은 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달려보기로 했다.
>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부부런너스 이장호 선생님도 다리에 쥐가 났는지
> 김선화 언니께서 선생님을 이끌어 주신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
> 저려오는 다리를 불편하게 이끌고 계속 달려서 인지 이제 허리 통증까지 오기 시작했다.
> 그래서 동호대교 급수대에서 그 통증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 한손으로 허리를 받치며 엎드려서 물을 마시고 있으니까
> 서울마라톤 송진우 선생님께서 허리를 두드려 주시면서 어깨 마사지까지 해주었다.
> 내가 100km를 달리기 위해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미처 몰랐었다.
>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시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그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
> 왼쪽 다리와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 아무런 생각 없이 오직 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탄천에 이르렀다.
> 새벽녘의 여명과 함께 물안개가 피어오르던 탄천 이었다.
> 하지만 지금은 오후 2시를 넘긴 맑은 가을 햇살이 사선을 그으며 내리쬐고 있다.
> 이제 8km만 가면 골인 지점에 이르게 된다.
> 넓지 않은 길을 따라 실개천처럼 흐르는 물은
> 익어가는 가을의 풀잎들을 노래하면서도 마지막 고통으로 나를 몸부림치게 했다.
> 이렇게 힘든 여정은 내면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수행일까?
> 울트라마라톤까지 달려야 하는 자신에게 새삼스런 질문을 던져보지만
> 땀으로 얼룩진 자국들이 지금껏 달려온 것에 대한 전리품처럼
> 검은 타이즈에 허옇게 베어있을 뿐이었다.
> 외양적인 결실보다 내면에 흐르는 성숙을 달리기를 통해서 얻고 싶었다.
>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 그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결실을 자신에게만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 마라톤을 통해서 알 게 되었다.
>
> 고통스럽지만 참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완주 후에 오는 희열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과 수많은 약속을 하지만 그중에 지켜지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
> 대부분의 것들은 기억의 편린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 우리의 생도 그러하리라.
> 기나긴 나날을 살아온 것 같지만
> 되돌아보면 한줌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 얼마나 될까?
> 그렇기에 우리는 지난날에 자신이 이룬 것을
> 단 몇 줄로도 떳떳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지도 모른다.
> 그렇지만 이렇게 점점 왜소해져 가는 자신을 괴로워하기보다
> 내면에서 울어 나오는 즐거움을 통해 내 생활의 한 형태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 나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내면의 자신을 추스를 수 없을뿐더러
> 그것을 스스로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 이런 의미에서 내게 다가온 마라톤은 내면의 자신을 찾는 도구로 느껴졌다.
> 달리면서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갈등들을 이겨내고
> 무사히 완주했을 때 찾아오는 쾌감은 분명히 최고의 선을 추구하는 어떤 종교적 신념처럼
> 자신을 향한 자신감으로 돌아오곤 했다.
> 그렇기에 나는 지금까지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려갈 것이다.
>
> 교육문화회관으로 향하는 탄천 주로는
> 새벽녘에 달려 나올 때보다 훨씬 멀게만 느껴졌다.
> 달려도 달려도 엿가락을 늘려놓을 것처럼 거리 표지판은 더디게만 나타났다.
> 결혼1주년의 의미를 자축하기위해 달린다는 울트라부부 이영숙, 길천재 님과
>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보니, 어느 덧 교육문화회관으로 향하는 다리가 보였다.
>
> 오르막의 다리를 건너자, 이미 골인 했던 남편이 나와 함께 달려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 남편은 달려오는 나를 보자마자 쥐가 난 다리를 걱정하며 괜찮은지 물어왔다.
> 무심하게 홀로 달아났을 때를 생각하면 원망스러웠지만
> 골인점이 저 앞에 보여선지
> 그 모든 것들이 울트라 여정의 한 부분으로 용해되어 사라져 버리고
> 완주를 축하해주는 방송소리만 가슴 벅차게 들려왔다.
> 우리는 맞잡은 두 손을 머리위로 벌리며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 그러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로 거듭나고 있었다.
> (완주기록 10시간 36분 32초)
>
> 고독한 100km울트라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 나는 수확을 마친 들녘에 서 있다.
> 무모하게 나 자신을 울트라에 내던졌지만,
> 도전하였기에 얻을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삶에 대한 값진 열매로 되돌아 와 있다.
> 그렇기에 100km울트라마라톤은 풀코스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 누구나 가능하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 단,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들을
> 확실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그것에 임한다면.......
>
> 반달에서 울트라까지 뛸 수 있게 도와주신 반달가족 들과
> 서울마라톤 박영석 회장님, 그리고 대회 관계자님들을 비롯하여 자원봉사자분들에게
>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 그리고 모두모두 달리기로 항상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 서울울트라마라톤 A116 유행애 올림
>
>
>
>
> 적지 않은 나이에 늦둥이 출산과 더불어 세 아이의 엄마라는 현실을
>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았자만
> 근원적인 치료는 되지 못했다.
> 그때 마침 남편의 권유로 반포 달리기 모임에 큰 용기를 내어 나가 보았다.
>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님의 자세한 달리기 이론 설명과 더불어 직접 뛰어 보이시며
>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점차 달리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
> 일요일 아침이면 먼저 일어나 서둘러 준비하고 남편을 깨워 반달모임 장소로 향했다.
> 반달에 참가할 때마다
> 항상 건강미가 넘쳐 보이시는 박 회장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 고희를 훌쩍 넘기신 박 회장 님을 뵐 때마다
> 우리 부부도 70세가 넘을 때까지 저렇게 달리기 생활을 계속하려면
> 먼저 부상이 없이 즐기면서 절대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10km, 하프, 풀을 뛰기까지 즐겁게 달릴 수 있도록
> 각 마라톤 사이트에서 선배님들의 소중한 경험담과 조언을 참고하였다.
>
>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100km울트라마라톤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달리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여 5km 대회를 2회 뛰고 난 후,
> 10km 대회를 달리려다 남편과 실랑이를 벌렸던 게 바로 2년 전 일이었다.
> 하지만 내가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해 보고 싶은 충동은
> 잃어버린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싶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 휴직을 하고나서 언제 다시 복직할 수 있을지 모르게 불투명한 주변 환경과
> 완벽하지 못한 전업주부로서 무늬만 엄마가 아닌지…….
> 자꾸만 멀어져만 가는 것 같은 자신에 대한 어떤 확신감을
> 울트라를 통해서 새롭게 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100km을 어떻게 달릴 것인가?
> 단순한 완주로만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목표시간을 정해 그것을 향해 달려 갈 것인가?
> 많은 생각 끝에, 완주 시간을 10시간 이내로 잡기로 했다.
> 그것은 지난 춘천마라톤에서 3시간 38분에 골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또한 남편도 풀코스 기록이 그 정도이면
> 100km를 10시간 이내에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게 용기를 주었다.
>
> 10월 25일 전야제 때 만난 서울마라톤 박희숙 님께 이번에 참가하느냐고 물으니
> "자원봉사 해야죠."하셨다.
> 바보 같은 질문에 어찌나 민망하고 송구스러웠지만 한편으로 허망했다.
> 박희숙 님이 지난해 9시간대에 골인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기에
> 이번 대회에서 한번 따라 뛰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그렇지만 100km 울트라를 뛸 거면 확실하게 즐기자는 생각으로
> 완주의 목표시간을 다시 한번 9시간대로 달리겠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 왠지 그렇게 해야만 자신에 대한 어떤 믿음이 더욱 확실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2003년 10월 26일 새벽,
> 이번에도 이웃에 사는 수영친구 조성진 님의 도움으로 편하게 대회장에 도착했다.
> 매일 새벽, 수영으로 이시간이면 나는 항상 깨어 있어 신체적으로 별 무리는 없었다.
> 정확히 5시에 서울마라톤 윤현수 님의 힘찬 출발소리가 들려왔다.
> 중간 위치에서 화이팅을 외치며 서서히 울트라 여행길로 접어들었다.
>
> 어둠에 깔린 탄천은 고요히 우리를 반겨주었다.
> 5km를 31분대로 통과하고 10km 지점에서 시간을 보니 1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 초반에 오버하지 않고 예상대로 잘 맞춰가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 앞에는 언제보아도 다정한 이장호 김선화 부부께서 나란히 발맞춰 달리고 있었다.
> 김선화 님께 어떻게 이렇게 남편과 함께 달릴 수 있는지 그 비법을 물으니
> 이장호 선생님께서 혼자 냅다 달리는 남편을 3일만 굶겨보란다.
> 두 분을 뒤로하고 달려가자,
> 5km 지점부터 함께 달려왔던 한 중년러너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 그분은 어렵게 재혼하신 사모님께 100km완주로 청혼하려 했는데,
> 시간상 먼저 결혼하게 되었다며 고뇌에 찬 한 말씀을 하셨다.
> 완주의 기쁨을 사모님과 함께하여 두 아드님과 더불어 행복한 가정 이루셨으면 한다.
> 얼마가지 않아 포항그린넷마 전해광, 김진미 부부를 만났다.
> 12월에 있을 호미곶마라톤대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 뽀얗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새하얗게 머리를 수놓은 갈대꽃과 어울리면서
> 탄천의 아침은 가벼운 햇살에 그 속살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
> 한강으로 접어들기 전 함께 달리던 러너들과 모두 헤어지고 다시 혼자가 되었다.
> 하지만 몸도 마음도 가볍게 느껴져 속도를 조금 더 내서 달려 보았다.
> 그런데 그때 탄천 세월교 급수대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계시던 천달사 김대현 선생님께서
> "송파세상이 지나간 지 얼마 안 되었어요. 송파를 잡으세요."
> 언제 뵈도 넉넉한 인상에 여유가 있어 보여 편안한 느낌이 드신 분이다.
> 그런데 내가 어떻게 남편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
> 날이 밝자, 암사동의 반환점을 돌아오는 주자들의 모습을
> 이제 표정까지 확연히 알아 볼 수 있었다.
> 반달에서 항상 1위를 하시는 채성만 선생님께서 밝은 미소와 함께
> 내 이름을 불러주며 힘을 외쳐 주시니 가슴에 기쁨이 가득 넘친 것 같았다.
>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모습이 보이기에
> “서방님 화이팅!”을 외쳐주니 빙긋이 웃으며 손만 들어 보이고 지나쳐 갔다.
> 내게 어떤 격려의 말이라도 한번 소리쳐 주면 어디 덧나나 보다.
> 암사동 30킬로 지점인 반환점에 2시간 47분에 도착했다.
> 아주 만족스런 페이스였다.
>
> 달리는데 조금 익숙하지 않는 콘크리트 주로를 지나자
> 반달에서 30km를 뛸 때 수없이 달려 보았던 길이 저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 갑자기 편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어머님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는 한강을 벗 삼아
> 달리는 이순간의 행복감에 마냥 취하고 싶어졌다.
> 청담대교 밑을 지나자 부드러운 미소가 일품인 런하이 조대연 선생님께서
> 서울마라톤 깃발을 흔들며 힘차게 응원을 해 주신다.
>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전하고 동호대교 밑에 이르자
> 그곳에서 자원봉사 중이신 문성재 화백님의 사모님께서 꿀맛 같은 김밥을 주시기에
> 급하게 받아먹고 신이 난 아이처럼 그냥 뛰쳐나갔다.
>
> 그런데 한남대교 밑을 통과하면서 왼쪽 다리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속도를 줄여 천천히 달려보니 조금 괜찮아 진 것 같았다.
> 하지만 반달의 언덕이라는 잠수교 위를 넘기 전부터
> 왼쪽 무릎 뒤쪽이 팽팽하게 당기면서 뻣뻣해졌다.
> 언덕을 오른 후 두 손으로 그 부위를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해보았다.
> 그런데 그때 어떤 남자분도 나와 똑같이 왼쪽 다리가 이상하다며
> 저 앞에 있는 급수대까지 서서히 걸어가자고 했다
> 46킬로 지점에서 자원봉사하고 계시던 노고운해 윤상문 선생님께서
> 수지침 책을 찾아가며 침을 건네주며 달리다가 손등에 자극을 주라고 했다.
> 겁이 나 도저히 그것으로 내 손을 찌를 수가 없어 그냥 그것을 들고 걷다 뛰기를 반복하니
> 53km 지점인 여의도 제 1관문이 보였다.
> 그곳에서 서울삼성병원 부부런너스 이장호, 김선화 부부를 다시 만났다.
> 찡그리며 어색하게 달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 자상하신 이장호 선생님께서 쥐가 났을 때의 자세를 일려주었다.
>
> 53km 지점에서 자원봉사 하시던 서울마라톤 정영철 선생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었다.
> 옆에 있던 런클 여성분이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고 타이즈를 갈아입으라며 권하면서
> 옷과 양말을 갖다 주며 도와주고 나서 쥐가 난 다리 부위를 침으로 찔러 주었다.
> 그런데 아무런 통증이 없었다.
>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찔러보라고 했더니
> 찌른 부위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며 겁먹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다시 달리려 하니 그동안 16분이 소요되고 말았다.
> 10시간 이내에 골인하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은데
> 속도를 내서 달리려하면 여전히 똑같은 마비 증상이 반복되어 나타났다.
> 침으로 찌른 안쪽 허벅지 부위에서 밴드를 붙었지만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 처음 있는 일이라 당혹스러워 포기를 해야 하는 건지, 참고 계속 뛰어야 할지
> 고통과 함께 심한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 하지만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 그렇지만 가양대교가 참으로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 아픈 다리를 달래며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계속해서
> 달리기에 불편한 콘크리트길만 이어지고 있었다.
>
> 반환점은 어디쯤에 있을까?
> 고개를 빼고 힘겹게 찾고 있는데,
> 이번 대회에서 6위를 한 서울마라톤 윤덕하 선생님께서 "송파 힘!"을
> 뒤이어 진재봉 선생님도 "유행애 화이팅!"을 외쳐 주신다.
> 달려가는 몸매도 자세도 모두 고수님들이시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저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 어떻게 알았는지 쥐난 다리가 괜찮으냐고 묻더니
> 급수대마다 물과 음식을 먹고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라는 말을 남기곤
> 그냥 횅하니 뛰어 가버렸다.
> 아무리 9시간 이전에 골인할 목표로 뛰고 있다고 해도 그렇지
> 어찌나 서운한 마음이 앞서던지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 거리상 함께 할 수 없다지만 같이 좀 뛰어주겠다고 말하면 안 될까?
>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면 내가 먼저 가라고 했을 텐데…….
>
> 가도 가도 끝없을 것 같은 콘크리트 주로가
> 서울마라톤 깃발과 함께 64.82km 지점인 마지막 반환점이 보였다.
> 시간을 보니 6시간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 다리에 쥐만 아니라면 아직까지도 10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다.
> 그때 지난 9월 서울마라톤 12시간 연습주에서 만난
> 이영재 선생님께서 힘을 외쳐주지 않는가?
> 서로 힘든 과정을 겪어서인지 진한 동지애 같은 것이 느껴졌다.
>
> 노란 쭈꾸미 모자를 둘러 쓴 문정복 사장님께서 끓여준 전복죽을 먹고 나서
> 가능하면 먹지 않겠다던 진통제 두 알을 삼켰다.
> 그리고 쥐가 난 부분에 소염제 로션을 바르고
> 좀 더 쉬고 싶다는 약한 마음을 털고 잘 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일어섰다.
> 얼마쯤을 달려가는데 그때서야 우리 아파트 이웃인 임광선 님께서
> 상당히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 초반에 같이 달렸기에 다시 만나니 반가웠지만
> 다리 부상으로 무척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자,
> 끝까지 같이하지 못 한 것이 못내 미안한 감이 들었다.
>
> 양화대교를 지나 여의도 못 미친 곳에서 자원봉사하신 분들이
> 소염제 로션으로 다리 마사지를 해주었다.
> 처음에는 민망스러웠지만 시원한 감이 들어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 다시 조금 속도를 내서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때 부쩍 늘어난 자전거 일행들 때문에
> 주로를 정리하고 계시던 서울마라톤 거리의 신사 신동희 선생님께서
> 내게 괜찮은지 물어왔다.
> 고마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답례를 보내면서 "좋습니다!"라고 힘을 주었다.
> 다시 63빌딩이 있는 곳에 이르자
> 어여쁜 런클 언니들이 다리 마사지를 해주며 침 맞았던 다리가 괜찮은지 물어왔다.
> 달리기에 온전하지 않았지만
> 그들의 정성 덕분에 완주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그들이 건네주는 수박을 들고 다시 뛰기 시작하자
> 열혈남아 정영철 선생님께서 달려와 “힘”을 외치며 격려를 보내주었다.
>
> 노량대교 밑을 통과하여 동작대교 부근에 이르렀을 무렵,
>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인라인과 비킬 치면서 나와 부딪칠 뻔 했다.
> 너무나 순간적이었다.
> 아찔하고 오싹해서 갑자기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면서
> 온몸에 힘이 쭉 빠져 버린 것 같았다.
> 마라톤대회 하는 날만큼이라도 주로 통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 제 2관문인 반포대교 밑을 통과하니 문성재 화백께서
> 11시간 이내에 골인지점에 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일려 주었다.
> 안타까운 생각이 몰려왔다.
> 10시간 이내에 완주하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다리에 쥐가 나는 바람에
> 그 뜻을 이룰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남은 거리도 힘은 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달려보기로 했다.
>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부부런너스 이장호 선생님도 다리에 쥐가 났는지
> 김선화 언니께서 선생님을 이끌어 주신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
> 저려오는 다리를 불편하게 이끌고 계속 달려서 인지 이제 허리 통증까지 오기 시작했다.
> 그래서 동호대교 급수대에서 그 통증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 한손으로 허리를 받치며 엎드려서 물을 마시고 있으니까
> 서울마라톤 송진우 선생님께서 허리를 두드려 주시면서 어깨 마사지까지 해주었다.
> 내가 100km를 달리기 위해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미처 몰랐었다.
>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시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그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
> 왼쪽 다리와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 아무런 생각 없이 오직 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탄천에 이르렀다.
> 새벽녘의 여명과 함께 물안개가 피어오르던 탄천 이었다.
> 하지만 지금은 오후 2시를 넘긴 맑은 가을 햇살이 사선을 그으며 내리쬐고 있다.
> 이제 8km만 가면 골인 지점에 이르게 된다.
> 넓지 않은 길을 따라 실개천처럼 흐르는 물은
> 익어가는 가을의 풀잎들을 노래하면서도 마지막 고통으로 나를 몸부림치게 했다.
> 이렇게 힘든 여정은 내면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수행일까?
> 울트라마라톤까지 달려야 하는 자신에게 새삼스런 질문을 던져보지만
> 땀으로 얼룩진 자국들이 지금껏 달려온 것에 대한 전리품처럼
> 검은 타이즈에 허옇게 베어있을 뿐이었다.
> 외양적인 결실보다 내면에 흐르는 성숙을 달리기를 통해서 얻고 싶었다.
>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 그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결실을 자신에게만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 마라톤을 통해서 알 게 되었다.
>
> 고통스럽지만 참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은 완주 후에 오는 희열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과 수많은 약속을 하지만 그중에 지켜지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
> 대부분의 것들은 기억의 편린 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 우리의 생도 그러하리라.
> 기나긴 나날을 살아온 것 같지만
> 되돌아보면 한줌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 얼마나 될까?
> 그렇기에 우리는 지난날에 자신이 이룬 것을
> 단 몇 줄로도 떳떳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지도 모른다.
> 그렇지만 이렇게 점점 왜소해져 가는 자신을 괴로워하기보다
> 내면에서 울어 나오는 즐거움을 통해 내 생활의 한 형태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 나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내면의 자신을 추스를 수 없을뿐더러
> 그것을 스스로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 이런 의미에서 내게 다가온 마라톤은 내면의 자신을 찾는 도구로 느껴졌다.
> 달리면서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갈등들을 이겨내고
> 무사히 완주했을 때 찾아오는 쾌감은 분명히 최고의 선을 추구하는 어떤 종교적 신념처럼
> 자신을 향한 자신감으로 돌아오곤 했다.
> 그렇기에 나는 지금까지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며 달려왔고 앞으로도 달려갈 것이다.
>
> 교육문화회관으로 향하는 탄천 주로는
> 새벽녘에 달려 나올 때보다 훨씬 멀게만 느껴졌다.
> 달려도 달려도 엿가락을 늘려놓을 것처럼 거리 표지판은 더디게만 나타났다.
> 결혼1주년의 의미를 자축하기위해 달린다는 울트라부부 이영숙, 길천재 님과
>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보니, 어느 덧 교육문화회관으로 향하는 다리가 보였다.
>
> 오르막의 다리를 건너자, 이미 골인 했던 남편이 나와 함께 달려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 남편은 달려오는 나를 보자마자 쥐가 난 다리를 걱정하며 괜찮은지 물어왔다.
> 무심하게 홀로 달아났을 때를 생각하면 원망스러웠지만
> 골인점이 저 앞에 보여선지
> 그 모든 것들이 울트라 여정의 한 부분으로 용해되어 사라져 버리고
> 완주를 축하해주는 방송소리만 가슴 벅차게 들려왔다.
> 우리는 맞잡은 두 손을 머리위로 벌리며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 그러면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로 거듭나고 있었다.
> (완주기록 10시간 36분 32초)
>
> 고독한 100km울트라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 나는 수확을 마친 들녘에 서 있다.
> 무모하게 나 자신을 울트라에 내던졌지만,
> 도전하였기에 얻을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는 삶에 대한 값진 열매로 되돌아 와 있다.
> 그렇기에 100km울트라마라톤은 풀코스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 누구나 가능하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 단,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들을
> 확실한 의지와 신념을 가지고 그것에 임한다면.......
>
> 반달에서 울트라까지 뛸 수 있게 도와주신 반달가족 들과
> 서울마라톤 박영석 회장님, 그리고 대회 관계자님들을 비롯하여 자원봉사자분들에게
>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 그리고 모두모두 달리기로 항상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 서울울트라마라톤 A116 유행애 올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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