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울의 체력도 남김없이...(100km 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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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태 작성일03-10-29 10:16 조회4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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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다.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겨우 세 번 완주하고 100km 마라톤에 출전한다는 것 자체가. 하지만 어릴적부터 꿈꿔오던 아마존 탐험에 대한 향수가 나를 울트라마라톤의 세계로 밀어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라톤 풀코스보다 더 먼 거리를 달리는 대회인 울트라마라톤은 시간주(12시간주, 24시간주 등)와 거리주(100km, 200km 등)로 나뉜다.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옆 문화예술공원을 출발해 한강변 자전거도로 암사동과 방화대교를 오르내리며 다시 양재동으로 돌아 오는 순환코스에서 열렸던 제4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서울마라톤클럽주최)는 중간중간에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공급해주며 누가 빨리 완주하는가를 따지는 대회로, 거리주 중에서도 먹을거리를 주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서바이벌 대회와 구분하여 스피드 마라톤이라 불린다.
새벽5시. 644명의 울트라 러너들은 길게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는 일제히 출발했다. 달빛도 없는 깜깜한 밤중, 양재천에 흐르는 물소리도 저벅저벅 들리는 발길 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양재천과 탄천을 오가며 약20km를 뛰고 난 후에 한강으로 빠져 나갈때쯤 강한 아침햇살이 정면을 비추고 있었다. '저 태양이 서산에 질 때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지…' 생각하니 불현듯 현기증이 돌 것만 같았다.
날이 밝으니 함께 뛰는 주자들의 모습을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우람한 체구를 가진 건장한 청년들일 것이란 상상은 단번에 빗나가고 말았다. 깡마른 체구에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한 40, 50대가 대부분 이었으며 70대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들도 섞여 있었으며 일본인 참가자도 많이 눈에 띄었다. 나이도 국경도 성별도 마라톤을 사랑하는 열정만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3km마다 설치된 급수대마다 들러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조금씩 먹으면서 달렸다. 주자가 갈증을 느끼고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늦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자주 마시고 간식도 조금씩 먹어 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50km 지점을 통과해서 후반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시속 평균 10km는 유지했다. 차츰 발걸음은 무거워 지고 서서히 통증이 밀려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응원 하는 구경꾼들의 '파이팅' 외침 소리에 답해 줄 힘도 없었다.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발 뒤꿈치를 땅에 끌다시피 하고 팔 흔드는 폭도 최대한 줄였다. 후반부는 오로지 체력싸움이기 때문이었다.
65km지점에서 전복죽을 공급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는 나폴레옹의 군사들이 석류열매를 떠 올리며 알프스를 넘었듯이 오로지 전복죽만 떠 올리며 달렸다. 방화대교를 돌아 오니 마침내 따뜻한 전복죽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 그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다닥 해치웠다. 다소 체력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잠시 스트레칭을 한 후에 아픈 다리를 끌고 다시 길을 나섰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하염없는 길을 떠나는 심정이었다. 속도는 뚝 떨어져 시속 8km가 될까말까 였다.
78km지점인 여의도로 다시 돌아 오니 일산호수마라톤클럽 회원들이 늘어서서 응원을 해주고 있었다. 얼굴도 잘 모르는 회원들 이었지만 오로지 클럽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한 식구처럼 따뜻하게 격려해주니 눈물이 핑 돌것만 같았다. 사람이 체력이 떨어지면 쉽게 감격하고 눈물도 흔해지기 마련이다.
80km지점을 지나면서 부터는 체력도 바닥나고 오로지 정신력으로만 달릴 뿐이었다. 팔과 다리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고, 막상 뛰고는 있지만 속도는 나지 않아 먼 곳에서 보면 제자리 뛰기 하는 것으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속도는 겨우 시속 6km이하였다.
욱씬 거리던 발목 통증이 점점 뼛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잠깐씩 걸어도 봤지만 오히려 더 힘들었다. 울트라마라톤은 인간 체력의 끝은 어디이고 정신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시험해 보는 무대 같았다. 동네방네 소문도 냈고,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도 생각이 나서 포기할 순 없었다. 다신 울트라마라톤 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마지막 20km를 어떻게 달렸는지 모르겠다. 잠깐씩 걷다가도 주위에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뛰기를 반복 하다 보니 도저히 나타날 것 같지 않던 결승점이 마침내 눈앞에 나타났다. 진한 감동이 밀려 오고 스포츠가 좋은 이유는 끝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감격과 함께 글썽이는 눈물이 뒤범벅이 되어 어떻게 결승 테이프를 끊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11시간18분29초 동안의 길고도 힘들었던 여정이 끝이 났다. 몸은 천근만근 두 다리는 땅 바닥에 착 달라붙어 꼼짝도 않는데, 다시는 울트라마라톤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눈 녹듯 사라지고 허공을 바라보는 눈길은 이내 몽골의 울란바토르 초원마라톤과 고비사막마라톤 그리고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울트라마라톤은 한 방울의 체력도 남김 없이 빨아 들이는 반면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마력이 숨어 있었다.
완주자 519명(여성 완주자 37명 포함)중 203위.
<구간기록>
구간 랩타임 누적기록
5km 34:53 00:34:53
10km 31:16 01:06:09
15km 29:30 01:35:40
20km 27:31 02:03:11
25km 28:31 02:31:43
30km 27:34 02:59:17
35km 26:56 03:26:13
40km 29:15 03:55:28
42.195km 04:07:57
45km 29:49 04:25:16
50km 30:08 04:55:25
55km 35:26 05:27:51
60km 31:15 05:59:07
65km 31:08 06:30:15
70km 46:48 07:17:03
75km 36:03 07:53:07
80km 34:16 08:27:23
85km 35:59 09:03:23
90km 51:15 09:54:38
95km 42:41 10:37:19
100km 41:10 11:18:29
마라톤 풀코스보다 더 먼 거리를 달리는 대회인 울트라마라톤은 시간주(12시간주, 24시간주 등)와 거리주(100km, 200km 등)로 나뉜다.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옆 문화예술공원을 출발해 한강변 자전거도로 암사동과 방화대교를 오르내리며 다시 양재동으로 돌아 오는 순환코스에서 열렸던 제4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서울마라톤클럽주최)는 중간중간에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공급해주며 누가 빨리 완주하는가를 따지는 대회로, 거리주 중에서도 먹을거리를 주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서바이벌 대회와 구분하여 스피드 마라톤이라 불린다.
새벽5시. 644명의 울트라 러너들은 길게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는 일제히 출발했다. 달빛도 없는 깜깜한 밤중, 양재천에 흐르는 물소리도 저벅저벅 들리는 발길 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양재천과 탄천을 오가며 약20km를 뛰고 난 후에 한강으로 빠져 나갈때쯤 강한 아침햇살이 정면을 비추고 있었다. '저 태양이 서산에 질 때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지…' 생각하니 불현듯 현기증이 돌 것만 같았다.
날이 밝으니 함께 뛰는 주자들의 모습을 알아 볼 수가 있었다. 우람한 체구를 가진 건장한 청년들일 것이란 상상은 단번에 빗나가고 말았다. 깡마른 체구에 얼굴엔 주름살이 가득한 40, 50대가 대부분 이었으며 70대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들도 섞여 있었으며 일본인 참가자도 많이 눈에 띄었다. 나이도 국경도 성별도 마라톤을 사랑하는 열정만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3km마다 설치된 급수대마다 들러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조금씩 먹으면서 달렸다. 주자가 갈증을 느끼고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늦기 때문에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자주 마시고 간식도 조금씩 먹어 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50km 지점을 통과해서 후반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시속 평균 10km는 유지했다. 차츰 발걸음은 무거워 지고 서서히 통증이 밀려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응원 하는 구경꾼들의 '파이팅' 외침 소리에 답해 줄 힘도 없었다.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발 뒤꿈치를 땅에 끌다시피 하고 팔 흔드는 폭도 최대한 줄였다. 후반부는 오로지 체력싸움이기 때문이었다.
65km지점에서 전복죽을 공급해 준다는 얘기를 듣고는 나폴레옹의 군사들이 석류열매를 떠 올리며 알프스를 넘었듯이 오로지 전복죽만 떠 올리며 달렸다. 방화대교를 돌아 오니 마침내 따뜻한 전복죽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 그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다닥 해치웠다. 다소 체력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잠시 스트레칭을 한 후에 아픈 다리를 끌고 다시 길을 나섰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하염없는 길을 떠나는 심정이었다. 속도는 뚝 떨어져 시속 8km가 될까말까 였다.
78km지점인 여의도로 다시 돌아 오니 일산호수마라톤클럽 회원들이 늘어서서 응원을 해주고 있었다. 얼굴도 잘 모르는 회원들 이었지만 오로지 클럽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한 식구처럼 따뜻하게 격려해주니 눈물이 핑 돌것만 같았다. 사람이 체력이 떨어지면 쉽게 감격하고 눈물도 흔해지기 마련이다.
80km지점을 지나면서 부터는 체력도 바닥나고 오로지 정신력으로만 달릴 뿐이었다. 팔과 다리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고, 막상 뛰고는 있지만 속도는 나지 않아 먼 곳에서 보면 제자리 뛰기 하는 것으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속도는 겨우 시속 6km이하였다.
욱씬 거리던 발목 통증이 점점 뼛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잠깐씩 걸어도 봤지만 오히려 더 힘들었다. 울트라마라톤은 인간 체력의 끝은 어디이고 정신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를 시험해 보는 무대 같았다. 동네방네 소문도 냈고, 결승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도 생각이 나서 포기할 순 없었다. 다신 울트라마라톤 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마지막 20km를 어떻게 달렸는지 모르겠다. 잠깐씩 걷다가도 주위에 사람이 나타나면 다시 뛰기를 반복 하다 보니 도저히 나타날 것 같지 않던 결승점이 마침내 눈앞에 나타났다. 진한 감동이 밀려 오고 스포츠가 좋은 이유는 끝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감격과 함께 글썽이는 눈물이 뒤범벅이 되어 어떻게 결승 테이프를 끊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11시간18분29초 동안의 길고도 힘들었던 여정이 끝이 났다. 몸은 천근만근 두 다리는 땅 바닥에 착 달라붙어 꼼짝도 않는데, 다시는 울트라마라톤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눈 녹듯 사라지고 허공을 바라보는 눈길은 이내 몽골의 울란바토르 초원마라톤과 고비사막마라톤 그리고 사하라사막 마라톤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울트라마라톤은 한 방울의 체력도 남김 없이 빨아 들이는 반면 가슴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마력이 숨어 있었다.
완주자 519명(여성 완주자 37명 포함)중 203위.
<구간기록>
구간 랩타임 누적기록
5km 34:53 00:34:53
10km 31:16 01:06:09
15km 29:30 01:35:40
20km 27:31 02:03:11
25km 28:31 02:31:43
30km 27:34 02:59:17
35km 26:56 03:26:13
40km 29:15 03:55:28
42.195km 04:07:57
45km 29:49 04:25:16
50km 30:08 04:55:25
55km 35:26 05:27:51
60km 31:15 05:59:07
65km 31:08 06:30:15
70km 46:48 07:17:03
75km 36:03 07:53:07
80km 34:16 08:27:23
85km 35:59 09:03:23
90km 51:15 09:54:38
95km 42:41 10:37:19
100km 41:10 11: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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