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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통골아! 잘 있었느냐?③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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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강하 작성일03-01-22 08:41 조회3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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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통골아! 잘 있었느냐?③ <산행기>

------------<지난 글>------------
<마라톤과 등산>
1. 숨어있는 山
2. 어떻게 너와 마주하랴?
3. 절벽을 넘어, 능선을 가로질러
① 주차장-도덕봉(13:00-14:00)
② 도덕봉-잘록이(14:00-14:20)
③ 잘록이-절벽이(14:20-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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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절벽이-457봉-백운봉(14:40-15:00)
무간지옥의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며 종종걸음으로, 혹은 팔딱팔딱 뛰어가다 보니 어느덧 백운봉 언저리다. 잠시 숨을 고르며 사방을 둘러보니 계룡산 천황봉(845.1m)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린 산줄기가 관음봉(816m), 쌀개봉(827.8m), 천왕봉(605m), 미륵봉, 마안봉, 황적봉(664m), 치개봉으로 내려앉았다가는 일어서며 밀목재에 다다라서는 그만 주저앉았는가 하였더니 관암봉(525m)에서 다시 팔딱 일어서서는 시루봉(445m), 백운봉(536m)으로 이어져 오다가 한 가닥은 금수봉(532m), 빈계산(415m)으로, 또 한 가닥은 457봉, 도덕봉(534m), 화산, 삽재, 갑하봉(469m), 570봉, 498봉, 우산봉(574m), 성재봉(226m)으로 사열하는 병사들처럼 줄줄이 읍소하며 늘어서 있다. 항상 흰 구름이 끼어있다는 백운봉에는 흰눈이 수북히 쌓여 그 이름을 대신한다. 아내와 나누는 일상사의 이야기도 스쳐 지나는 바람소리와 대지의 숨소리에 묻혀 버린다. 그저 응! 응! 형식적인 대꾸를 할 뿐이었는데 발소리가 안들려 뒤돌아보니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아내와 다니는 이 순간만이라도 일상사에 관심을 가져보려 해도 대자연의 박동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음을 어쩌란 말이냐? 세파에 찌든 영혼이 저 때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걸 어쩌란 말이냐? 아내여! 미안! 이해해 주구려.

⑤ 백운봉-금수봉(15:00-15:40)
백운(白雲)대신 백설(白雪)을 머리에 인 백운봉에서 아름다운 병풍 같은 금수봉으로 가는 길은 제법 자란 나무그늘 아래에 쌓인 눈이 녹고있는 중이어서 어지간히 미끄럽다. 이러한 길은 조심스럽게 가기보다는 발뒤꿈치나 바깥 면부터 착지하며 약간 달리면서 가는 것이 좋다. 그것이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도 미끄러지지 않으면서 순조롭게 산행하는 방법이다. 아내에게 그 방법을 설명하니 과연 그렇다한다. 서운한 아내의 마음이 조금 풀린 것 같다. 배시시 웃는 입가의 웃음꽃이 대자연보다도 아름답다. 금수봉을 오르는 오르막은 지쳐버린 다릿님을 한층 고단하게 한다. 마침내 다다른 정상(頂上) 팔각정! 여기서 마시는 한 모금의 물, 한 알의 사과가 이렇게 고마운 양식일 줄이야. 여기서 사방을 조망하여보니 동측으로는 속리산과 계족산이, 남측에는 대둔산과 서대산과 구봉산이, 서측에는 천호산과 천마산과 계룡산이, 북측에는 도덕봉과 금병산등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고단함을 일시에 덜어버리게 한다. 그래서 금수봉이라고 했는가 보다.


⑥ 금수봉-삼거리(15:40-16:10)
그러한 경치는 비단에 수를 놓은 금수강산의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한편으로 북한의 주석궁 뒤에 있다는 금수산을 불현듯 생각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는 산봉우리마다 비슷한 이름도 참 많다. 국사봉, 시루봉, 천황봉, 장군봉등이 그렇다. 금수봉에서 흘러내린 비단자락은 종국에는 성북동삼림욕장의 칼장골을 가로질러 방동저수지에 옷자락을 담그고 있다. 방동저수지는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는 대전시민의 식수원이었다. 금수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역시 급경사여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수통골을 종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기에 이르면 고단하여 장딴지가 뒤틀릴 정도로 쥐가 날 수도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한다. 누군가 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에 더욱 조심하라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앞에 얼음판이 보였다. 한번 밟아봐? 그 미끌미끌한 자연의 감촉을 느껴봐? 그런데 밟는 순간 우지직! 하며 나의 몸뚱이가 나동그라진다. 무릎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지만 제법 얼얼하다. 산에서는 겸손, 겸손하여야한다고 수십 번 아내에게 되뇌었건만 순간의 모험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얼음을 밟다니... 아직도 나는 내 마음을 한참 수양해야 될 것 같다.
<계속 이어집니다.>

배달9200/개천5601/단기4336/서기2003/1/12 이름 없는 풀뿌리 나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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