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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연용 작성일00-11-13 09:34 조회1,1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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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알일보 신문기사 내용입니다 >


[이헌익의 인물 오디세이] 아마추어 달리기광 신동희씨


‘세월아 구보로,청춘아 낮은 포복으로’.사병들이 제대 날짜를 손꼽으면서도,속절없이 흘러가는 젊음이 안타까워 작업모에 써넣던 글귀다.

군에서 낮은 포복은 훈련 때나 기합을 받을 때 하는 것이지만 왕복해 4km 정도의 구보 곧 달리기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 아침의 일과였다.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겨울 새벽,구보를 끝내고 막사로 돌아오면 모두들 눈썹과 속눈썹,코 밑에는 성에가 하얗게 끼었다.

달리기가 최고의 보약이라고 말하는데,30여개월의 강제된 달리기는 군에 다녀온 한국 남자들의 건강을 담보하는 어쩌면 나라의 은덕이었다.

그러나 나도 내 주위의 누구도 제대 후에는 달리지 않았다.아침마다 ‘폐를 산소로 목욕시키는’아름다운 관습은 군대의 특수문화였지 우리의 일상문화는 아니었던 것이다.

79년 카터 전 미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동두천의 미 2사단 영내를 뛸 때,우리 매스콤은 그 달리기를 미국인의 언어를 빌려 조깅이라고 소개했다.



달리기나 구보 같은 말을 놔두고 조깅이라고 한 이유를 우리의 사대적 자세때문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은 아침의 달리기가 당시에는 낯선 외국의 일상문화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국어사전은 구보를 달리기로,조깅을 건강달리기로 순화해 부르자는 좀 구차스러운 권유를 하고 있으나,조깅이 외래어로 자리잡은 건 이미 오래다.

어쨌건 우리 주위에는 언제부터인가 조깅족이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그들이 씨앗이 되어 이제는 마라톤족이라고 일러야 할 사람들도 심심잖게 눈에 띈다.

여러 신문사에서도 이 좋은 국민건강운동을 더욱 진작시키기 위하여 팔을 걷어붙였으니 조선일보는 춘천에,동아일보는 경주에,그리고 중앙일보는 서울 잠실에 차례로 사람들을 모아 뛰게하고 있다.오는 19일 열리는 잠실의 하프마라톤대회에는 참가자가 1만7천명에 가깝다고 한다.

이런 열기라면 무슨 무슨 대회 참여가 아니라 그냥 동네 주변을 뛰어다니는 건강달리기 풍조가 우리의 보편적 생활문화로 자리잡을 날도 멀지 않을 듯하다.

달리면 복이 온다.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봐도 그렇고,“뛰고 뛰고 또 뛰면 쨍 하고 해뜰 날 돌아온다”는 가수 송대관은 노랫말 덕인가 30년 넘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동희(43·건축사) 씨는 조깅족 차원을 훨씬 뛰어 넘는 마라톤족이다.그는 거의 매일 거주지인 마포구 도화동에서 한강고수부지의 자전거 도로로 나가 여의도,노량진,동작대교,동호대교에 이르는 왕복 30km를 뛴 다음 일터로 간다.

직장일이 급할 때는 직장이 있는 포이동까지 약 20km를 뛰어서 출근한다.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남산 산책로 3.5km 를 동호인들과 함께 달린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에는 그의 마라톤동호회인 ‘서울마라톤클럽’회원들과 한강고수부지에서 20km를 뛴다.

또 수시로 그와 동료들이 개발한 여의도에서 광진교에 이르는 풀코스를 즐긴다.지난달에는 일본에서 열린 100km 달리기라는 일반인에게는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코스를 완주하고 왔다.

이 마라톤광에게 “왜 뜁니까”라고 묻고나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했다.대답은 역시 “산이 거기 있으니까 간다”는 산악인 멀로리의 말보다 더 싱거웠다.

“그냥 좋아요.”다.비밀은 이 ‘그냥’에 숨어 있는 것같다.마라톤은 혼자 뛴다.아마츄어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는 애초부터 아무런 대가를 생각하지 않고 1백%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에 나섰고,그 싸움이 거듭되면서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자신과의 열애에 빠졌을 것이다.

누워서 잠자지 않는 장좌불와를 불사하는 스님들의 가파른 수행도 결국은 확철대오한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그러니 ‘왜 뜁니까’라는 우문에 ‘성취감이 어떻고 저떻고’한다면 그는 마라톤을 통한 진정한 수행자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따라서 아래의 문답은 지면채우기 내지는 건강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참고 쯤으로 치부해도 무방하다.

“마라톤은 언제부터 했나”
-97년 조선일보 마라톤에서 풀코스에 처음 도전했다.그 전에는 아침에 3-5km 정도 조깅을 즐겼다.사실 아마츄어 마라톤은 누구나 그렇지만 자신과 한 번 싸워보자는 의도로 시작한다.

나는 그 때 건축사 시험에 두 번 낙방한 상태였다.그 중압감을 풀기 위해 도전했는데 뜻밖에도 3시간22분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그 자신감때문인지 다음 건축사 시험에 붙을 수 있었다.”

-완주한 뒤로 마음상태가 달라졌을 것 같은데.
“마라톤 완주까지 했는데 무엇을 못하겠는가 하는 생각에 늘 만사에 기분이 좋은 태도를 가지게 됐다.”

-뛰면서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
“전문선수라고 해도 20km가 넘어가면 힘들어진다.솔직히 지금도 그렇지만 30km를 넘으면 정신력으로 버틴다.

그때부터는 마인드 콘트롤을 한다.내가 여기서 지면 안된다.이 달리기가 끝이 없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42.195km를 달리면 끝이 아닌가 자신에게 계속 상기시킨다.”

-마인드 콘트롤은 어떻게 하나.
“‘할 수 있다’라는 구호를 마음 속으로 외치거나 응원하는 집사람과 아이들을 생각한다.”

-골인 점이 눈 앞에 보일 때 심정은 어떤가.
“눈물이 핑글 돌 때가 많다.그리고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무심해진다.이 무심해진 마음이 진짜로 기분좋은 마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 완주는 몇 번이나 했나.
“한 20회 된다.일산호수마라톤클럽에서 연 일산에서 임진각까지 53km대회에도 참가했다.올 6월에는 63km(풀코스에다 하프코스를 합친 거리) 구간을 한강 자전거도로에 개발해 뛰기도 했다.”

그가 참여하는 서울마라톤클럽(회장 박영석) 은 순수 아마츄어클럽으로 97년 한강고수부지를 뛰던 12명이 발기해 창립됐다.

98년에 한강자전거길에서 3백4명이 참가한 제1회 서울마라톤대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매년 대회를 열고 있다.

올 3월 대회에는 외국인 5백여명을 포함해 9천8백여명이 참가할 만큼 성장했다.이 클럽는 풀코스를 뛴 사람들에게 정회원 자격을 주는데 면면이 마라톤광들답다.

일식집을운영하는 문정복씨는 가게가 있는 강남 신사동에서 노량진수산시장까지 매일 15km를 달려가 생선 따위를 구입한다.

정형외과 의사인 박남진씨는 영락교회에 마라톤동호회를 조직하고 그 자신은 북경,베를린 대회에도 참여할만큼 극성이다.

또 구미의 LG전자 이사인 권수근씨는 자신의 전공인 물리학을 마라톤 주법에 도입해 기록 단축에 재미를 본 다음 이 비법을 회원들에게 전수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70세의 고령인 회장 박영석씨는 마라톤 덕으로 자신의 체력이 30대의 그것과 진배없다고 자신한다.

-마라톤을 안하는 사람이 달리기를 시작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몸 좋아진다라는 말은 하나마나 한 소리고 정신건강이 확실하게 달라진다.술은 몰라도 담배는 저절로 끊어진다.뛰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니까 사려깊은 사람이 된다.마라톤하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 빛이 반짝인다.”

-안하던 갑작기 무리하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도 있지 않나.
“순서대로 하면 된다.처음에는 가벼운 조깅을 하고 그 다음부터 3,5,10km식으로 거리를 늘여나가면 된다.그러다 20km 이상을 한 번 뛰고 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일 것이다.그 기분은 설명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일본의 1백km 대회는 어떻게 하나.
“워낙 긴 거리로 기록 싸움보다는 완주하는데 더 의의를 두는 대회다.제한시간 14시간을 정해 놓고 이에 맞추는 것을 가장 큰 의의로 삼는다.”

그는 아마츄어 마라톤 인구의 많고 적음이 한 나라의 선진 수준과 비례한다고 믿고 있다.건강 관리의 대중화를 재는 척도라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마라톤 행위 자체가 가진 성질 곧 자기 책임,자기 완성 같은 ‘시민의식’이 마라톤을 통해 배양되고 전파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네티즌마라톤 모임이라는 전국을 무대로 한 달리기대회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의 마라톤족들이 각기 광주·여수·진주·무안·대구·대전·평택·분당·서울·임진각을 잇는 릴레이대회를 열었고 다음에는 제주도 동호인을 포함한 각지의 동호인들이 대전으로 집결해 임진각까지 같이 뛰는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전설적인 육상선수 에밀 자토벡은 이렇게 말했다.“새는 날기 위해 태어났고 사람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실제로 걷는 것보다 달리면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온 몸에 산소가 충만해지고 다리 알통에 힘이 들어차기 때문이다.그 다음엔 만사 형통이다.

이헌익. 스포츠·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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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서울 여자 마라톤대회에 참가하신 여자 마라토너 들의

빠른회복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추운 날씨에도 자원 봉사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서울 마라톤 쿨럽이 한국의 풀뿌리 마라톤의

메카로 자리 잡았음을 굳게 믿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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