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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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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해균 작성일15-11-12 10:45 조회7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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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25일은 아산 정주영 탄생 100년이 되는 날이다.

 

아산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위원장 정홍원)는 내주부터 순차적으로 음악회, 심포지움, 사진전 그리고 기념식을 열어 국가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한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철학을 재 조명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산 탄생 100주년에 내가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  나는 공인으로서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기 보다 그가 창업한 현대 그룹에서 그분을 두목으로 모시고 그분의 신념을 공유 하며 신봉했던 사원으로서 내 삶 속에 깊이 들어 와 살아 숨쉬는 그 분을 재조명하고 추모하고 싶다. 아산은 공인이기 전에 현대 그룹을 창업한 창업주이자 한 기업의 지도자로서 평소 사원들 생활주변에 머물면서 사원들의 삶을 돌보고 직장 생활에 보람을 심어 준 자상한 사원들의 후견인이셨다.  아산을 믿고 따르는 사원들에게 그분은 사회의 선배요 멘토였다. 그분은 업무를 떠나 사원들과 잘 어울려 상하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망형지교(忘形之交)의 모범을 보이신 이웃 사촌 같은 매우 인간미가 넘치는 분이 셨다.

 

무엇보다 그 분 은 일을 통하여 미숙한 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든 나의 은인 이시다. 그분이 창업한 회사를 퇴직한 후 살면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의기소침 할 때마다 나는 그 분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초심을 잊지 않고 지혜롭게 세파를 헤쳐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께서는 일찍이 조선 사업에 뜻을 두고 70년대 초에 런던에 사무실을 차리고 조선사업의 교두보 확보를 위한 전진기지로 삼았다. 오늘날 현대중공업의 모태가 된 신생 조선소를 탄생시킬 때 런던에서 동고 동락하며 함께 일했던 초기 개척자들과 그 후 런던 지사에 나가 일했던 후배 들이 40여년 가까이 격의 없이 망년지교를 이어 가고 있다.  이모임은 초기에 사무실이 있던 거리 이름을 따서 Brompton Club이라고 부르며 현대 그룹에서 가장 오래된 직장 친목단체로서 현재까지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Brompton Club은 연중 정기 월례행사가 있지만 그 중 부부동반 송년 모임이 가장 큰 행사이다.  이행사의 좌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11월이 되면 마음이 바쁘다.  우선 15커풀 의 인원을 수용 할 수 있는 식당의 방을 미리 예약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또한 모임에 주제가 없으면 이야기가 분산되고 산만해 지기 때문에 우리는 송년 모임 때 한국 시 명편, 영미권의 명시 그리고 중국의 한시를 낭송하고 감상하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한다고 농담 삼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시를 고르는 작업이 적어도 필자에게는 시를 짓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고 있다.  보람이라고 하면 우리 모임이 술을 마시면서 시를 읊는 옛 사람이 말하는 문자음(文字飮)의 정취를 흉내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를 고르는 일 못지 않게 송연모임에 마실 적당한 와인을 고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매년 와인을 기증 하시는 우리모임의 원로 한 분이 금년에도 일찌감치 와인을 스폰서 하시겠다 고 선언 하셨기 때문에 돈 걱정은 덜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음식과 궁합이 잘 맞고향이 좋은 와인을 고르는 일은 과제로 남아 있다.

 

모임 장소를 두고 중국식당, 한식당 그리고 양식당을 고민하다 식사 후 오페라 가수 뺌 치는 실력을 지닌 동료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장소를 한자리에서 해결 할 수 있는 시설을 겸비한 양식당으로 낙착 되었다.

 

개인적으로 어머니의 기일도 11월에 들어 있다.  나에게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주신 부모님에게 추모의 정을 금 할 길이 없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보다 책방에서 책을 사는 것을 더 큰 즐거움으로 아는 굶주림의 정신을 유산으로 물려 받은 나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상속자라고 자부 하고 있다.  비록 학력은 높지 않지만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어 스티브 잡스가 말한 Stay hungry, Stay foolish(배고픈 존재로 남아라. 바보스러운 존재로 남아라)를 생전에 몸소 실천 하신 분이고 그 생활 철학이 아들인 내 몸에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아산 탄생 100주년에 즈음하여 직장의 선배 그리고 후배들과 문자음(文字飮)으로 정분을 나누며망년지교(忘年之交)를 유지 할 수 있는 인연을 만들어 주신 내 인생의 최고 스승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님에게 감사 드린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고 보니 내가 아산 정주영명예회장님을 바라 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있다.  현역 시절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님을 지도자요, 두목으로만 여겼던 나의 관점이 바뀌어 이제 나는 그분을 내 인생의 큰 스승으로 여기며 흠모하고 있다.

 

11월을 경건하게 지내며 연말모임의 문자음(文字飮)을 준비하기 위해 조용히 홀로 서재에서 동서고금의 시를 공부해야 하는 나는 분명이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은 시 공부를 하다 알게 된 피츠제랄드(Fitzgerald)가 페르샤어를 영어로 번역한 오마르 하이얌(Omar Khayyam)의 시 한편을 인용합니다.

A book of verses underneath the bough,

A jug of wine, a loaf of bread—and thou

Beside me singing in the wilderness—

Oh, wilderness were paradise now!

시집 한 권,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나무 그늘아래서 벗삼으리

그대 또한 내 곁에서 노래를 하니

, 황야도 천국이나 다름없어라.

 

-이상옥 번역 루바이야트 피츠제랄드 중에서

 

오색단풍이 느낌을 주는 늦가을 어머니의 기일과 두목의 탄신 일을 오가며 회억(回憶)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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