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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간들 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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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해균 작성일15-09-21 08:51 조회1,05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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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IT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에 가장 잘 챙겨야 할 개인정보는 비밀번호이다.  금융기관의 경우 비밀 번호를 잊어버리면 사무실을 찾아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비밀번호를 새롭게 설정해야 하므로 어디 간들 잊지 말아야 할 필수 개인 정보이다.  우리동네 어떤 치매 노인은 신기하게도 예금 인출 시 필요한 비밀정보만은 본인이 기억하고 있어 가사 도움이 가 은행까지 모셔다 드리면 은행 창구에서 직접 예금을 찾는다고 한다.  그분에게는 은행에 가서 맑은 정신으로 용돈을 찾는 것 이 유일한 위안거리가 아닐까 하고 상상 해 본다.

 

 일상 생활에서 그 다음 챙겨야 할 필수 품은 신용카드이다. 교통카드를 겸한 신용카드는 어디 가건 잊어서는 안될 소비문화시대의 유용한 도구이다.

 어디 간들 잊으리오를 몇 가지 더 생각해면 신용카드 결재 일에 예금잔고 확인하기, 공과금 기일 내 납부하기 그리고 집사람 생일 챙기기 등이 있다.  예금잔고확인과 공과금 제때 납부는 연체료와 관련이 있어 중요하다.  집사람 생일 챙기기는 생활경제를 직접 집행하는 주부의 마음상태가 가족들의 일상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따라서 생일 뿐만 아니라 결혼기념일에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여인의 마음을 최고조에 달하도록 사기를 진작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디 간들 잊으리오의 정서적인 원형은 이해타산을 모르는 어머니의 마음, 형제 같이 따뜻한 옛 친구의 우정 그리고 고향의 산천, 조국의 강산 등 자연의 품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은 변하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도 따라서 변하고 있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어디 간들 잊으리오의 극치는 애완동물 챙기기가 아닌가 싶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농담에 의하면 해외 여행중인 가정 주부가 집에 전화를 걸어서 가장 먼저 묻는 말이 애완견의 안부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모 방송국의 6시 내 고향 현장취재에서 시골의 한 아낙네가 무슨 말 끝에 돈이 제일 좋고 옆에 있는 남편은 그 다음이라는 말을 하여 아연실색한바 있다. 이 시대의 어디 간들 잊으리오를 논하며 비록 농담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돈 다음이라는 전도된 가치관으로 비칠 수 있는 이야기가 전파를 탄 것 자체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일에 구질구질 고민하지 않고 한잔 술에 취해 편안하게 살아 가는 것도 방법이다. “어디 간들 잊으리오의 중국식 표현은 何處難忘이다.  오늘은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낙천적인 이름을 지닌 백거이(白居而)선생이 쓴 何處難忘의 목적어를 술로 표현한 한시 何處難忘酒의 일부를 감상해 봅니다.   何處難忘酒를 직역하면 어디 간들 술 생각 잊으리오이다.  이를 시적인 감성으로 다듬으면 어디서 술 생각이 간절한가로 번역 할 수 있다.  백거이 선생의 한시 何處難忘酒중 제4수를 함께 감상 해봅니다.

 

何處難忘酒(하처난망주)

어디서 술 생각 간절한가

번역 심경호교수

 

霜庭老病翁(상정노병옹)

서리 내린 뜰에 늙은이 홀로 있을 때이리

闇聲帝蟋(암성제실솔)

희미한 소리로 귀뚜라미는 울음 울고

乾葉落梧桐(건엽락오동)

마른 잎은 오동 나무에 떨어지는데

鬢爲愁先白(빈위수선백)

귀밑털은 수심으로 먼저 희어졌는데

顔因醉暫紅(안인취잠홍)

얼굴은 취기에 잠깐 새 붉어지네

此時無一盞(차시무일잔)

이럴 때 한잔 술이 없다면

何計奈秋風(하계내추풍)

이 가을 바람을 어찌하랴

지금까지 백거이의 何處難忘酒의 일부를 함께 감상해 보았습니다.

 

다시 어디 간들 잊으리오라는 오늘의 주제를 생각해 봅니다. 소비문화의 홍수 속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삶을 통하여 알게 모르게 일생이라는 한 권의 책을 저술하고 있다. 그 책 속에 후손에게 전승할 가치 있는 내용을 담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책임이다.  척박한 환경을 원망하기에 앞서 우리의 삶을 능동적으로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노산 이은상선생님의 가고파 의 한 소절을 부르며 향수를 달래 봅니다.

 어디 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풍요로운 한가위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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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범석님의 댓글

이범석 작성일

척박한 환경을 원망하기에 앞서 우리의 삶을 능동적으로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있다 이 귀절 명심또명심하겠습니다,선생님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이번겨울에 뚝섬부근에서 동반주 했던 184번이범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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