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나무 그리고 사람을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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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해균 작성일15-09-17 10:10 조회1,174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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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 하며… 어진 사람은 조용하며….어진 사람은 오래 사느니라.”-논어 옹야 편중에
필자가 매주 참여하고 있는 등산 모임의 이름은 “날리” 산악회이다.
이 모임은 현대중공업 출신 퇴직자들로 구성 되여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화요일 아침 10시에 만나 두 시간에서 세 시간쯤 등산을 하고 점심식사 후 헤어 지는 일정으로 진행 된다. 등산 코스는 원터골에서 청계산 매봉을 오르거나 대공원에서 출발하여 원터골로 넘어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한 달에 한번씩 북한산, 도봉산, 남한산성 등 대중 교통으로 접근이 용이한 서울 근교 산으로 외유를 하기도 한다. 이 등산 모임의 역사는 15년정도 되었고 매주 평균 10명에서 15명이 참가하고 있다. 참가자의 연령은 60대에서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이 등산 모임의 이름 “날리”는 듣기에 좋은 음감 못지 않게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영어단어 “gnarly” 는 (gnarl + y)의 구조로 이 단어는 연륜이 오래된 나무나 사람과 관련하여 쓰이며 만고 풍상을 겪어 옹이가 많고 또한 몰골이 거칠고 꾸부정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Gnarly의 g는 무성음으로 “날리”라고 발음하면 정확하다.
사람은 연륜이 쌓이면서, 은퇴, 질병, 노화, 소외를 겪게 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욕과 이해타산의 욕망에서 해방되어 점차 겉모양 보다 내적으로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 순명의 길을 걷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도 지위, 명예, 돈에 애착을 가진다면 이는 야망이라기보다 노욕에 가깝다. 인간의 무력함을 겪고 절대 고독을 느낄 나이에는 세속적인 성취를 초월하는 좀더 존귀한 것을 지향하며 탐구하는 것이 이승의 삶을 허용한 조물주에게 진 빚을 청산 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맹자 진심상에서 “물을 보는 방법은 반드시 그 물결을 보아야 한다”고 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나무의 품격을 보려면 나이테를 보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의 품격을 보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논어 이인편에서 “인간의 허물이란 그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르니, 허물을 살펴보고 그 사람이 인자 한지를 알 수 있다.”라고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자는 도덕경 46장에서 “욕심 내어 얻는 것 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라고 하여 욕심이 허물 중에 가장 큰 허물임을 강조 하였다.
젊은 시절의 욕심은 그래도 역경에 굴하지 않고 생의 목표를 달성 하겠다는 세상을 향한 왕성한의지의 표현으로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든 사람이 돈, 명예, 지위를 탐하는 것은 노욕으로 추하다는 세인의 시선을 피 할 길 이 없다.
날리 산악 회원은 아무리 자주 가도 눈치를 볼 필요 없는 자연에 품에 안겨 매주 청정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잎의 환영을 받으며 산림욕으로 마음을 정화 한 후 하산하여 산아래 실비 집으로 간다. 회비 만원을 갹출하여 파전과 막걸리 한 사발을 곁들여 밥을 먹으며 소소한 주변 이야기로 피로를 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온다.
송나라시인 정호(程顥)는 한시 秋日偶成(가을날 우연히 이루다)에서 영웅호걸의 경지를 다음과 풀이했다:
富貴不淫 貧賤樂
부귀하여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고 빈천하여도 즐기니
男兒到此方豪雄
남아 이 경지에 이르러야 바야흐로 호웅일세.
나무 잎이 낙엽이 되여 뿌리로 돌아가는 歸根의 계졀에 산을 오가며 호웅의 경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치닫는 욕망을 뿌리치고 마음을 정화 하며 나의 길을 지키며 마땅히 날리(gnarly)들이 가야 할 길을 가는 사람이야 말로 우리시대의 호웅이요 진정한 구도자가 아닌가 싶다.
Pain is temporary, glory is forever. 노욕을 버리는 고통은 일시 적이다. 그러나 자연친화적인 삶의 길은 영광의 길이요 또한 영원하다.
갈 곳이 있는 사람들은 지하철이 있어 편리하다고 한다. 갈 곳이 없는 날리(gnarly)들은 세상의 먼지를 털고 마음을 정화 할 수 있는 멧부리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멧부리에 오르는 사람은 평등하다. 세상에서 벤츠 차를 타든 사람도 산을 오를 때는 두발로 걸어야 한다. 마치 목욕탕에 들어갈 때 맨몸이듯이 우리는 산행을 하면서 모두 벌거숭이가 된다. 마치 사람이 이 세상 순례를 마치고 본향으로 돌아 갈 때 맨몸으로 돌아 가듯이.
욕심 많은 사람이 산을 좋아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가진 욕심 중에 가장 큰 욕심은 오래 사는 것이고 성현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산을 좋아하면 심폐기능이 좋아져 오래 살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 모든 산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 좋은 가을 철에 시간을 내어 근교에 산을 오르며 세상에 부대끼며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마음을 정화하며 호연지기를 길러 보자.
댓글목록
임인범님의 댓글
임인범 작성일
이런 좋은 글에 댓글하나 없다니..
서울마라톤의 정들이 점점 더 썰렁해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 혹서기를 개최할 때의 그 분위기와 딱 2년 전 이맘 때 무려 700명 이상이 달렸던
그 때의 반달의 그립고 아쉽네요..^^
정선생님께서는 산도 다니시는 군요..저는 늘 달리기만 하시는 줄 알았었는데
일전에 저 멀리 보이는 관악산 정상을 보고 뭐라고 언급하셨던 적이 있었는데 다 이유가 있으셨네요.^^
글중에 산행을 하면 우리모두 벌거숭이가 된다..라는 말씀은 어쩌면 이 마라톤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반바지에 운동화로 우리모두 남녀노소,나이불문,지위불문,사회적인 위치..호칭..있는자와 없는자..등등
그 모든 것을 훌훌털어버리고 누구나 똑같이.. 마치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가장 순수하고 가식없이 단지
뜀박질에 최선을 다하며 숨을 헐떡이며 골인하는 것으로 우린 다 벌거숭이가 되는 건데..
가끔은 그렇지 않은 분위기에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저는 뒷산이 관악산이라 툭하면 산을 올라갈 수 있어 참 행복한 넘이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사실 제 나이 44살 때 까지만 해도 산을 전혀 몰랐었죠.그러다가 지금은 세상을 저버린 어느 술집 여사장을
통해 우연히 산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그 이후 일년 365일 내내 저녁마다 산에 올라다녔습니다.
그런 산에 미치고나서 담배도 끊고 25년 동안 퍼마셔됐던 술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올해로 10년이 넘어가는데,
아마 그 때 산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지금 저는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그만큼 산은 저에게는
건강한 삶과 가정의 평화를 안겨준 더없이 소중한 은혜의 구세주였습니다..
아무쪼록 반달의 최고 인생의 선배님으로서 저희에게 마음의 양식과 생수같은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이준영님의 댓글
이준영 작성일글이 너무 좋아 퍼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