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가난, 정신의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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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해균 작성일17-01-31 10:05 조회5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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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은 주일미사 시간 중 신자들끼리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차례가 되면 매번 살아가는데 위안이
되는 좋은 시 한편을 들려 주시는 것이 불문율로 되여 있다. 그런데 지난주는 설 다음 날이라 정유년 한 해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만한
여운이 긴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저는
도곡성당에 나가며 우리성당의 주임 신부님은 임병헌 베드로 신부님입니다. 임신부님이 들려주신 이야기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결혼적령기를 넘긴 어떤 청년이 이런 걱정 저런 걱정으로 고민에 쌓여 마음속으로 신세 타령을 하고 있는데 천사가
나타나 청년에게 한가지 소원을 들어 줄 수 있으니 말해 보라고 달랬다. 청년에게는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을 하는 것이 꿈이지만 결혼을 하자면 배필이 있어야 하고 당연히 최소한의 결혼 비용이 필요 했다. 그러나 천사가 한가지 소원만 들어 준다는 조건을 붙여 청년이 자신에게
필요한 “돈, 여자 그리고 결혼”을 한 문장으로 엮어 한가지 소원인 것처럼 빨리 말해 버렸다. 그러자 천사가 청년의 소원을 그대로 받아 들여 (머리가)돈 배우자를 간택하여 청년의 배필로 점지 했다는 조금은 씁쓸한
이야기이다. 이 짧은 이야기 속에 담긴 교훈은 아무리 곤궁해도 허욕을 부리면 재앙을 초래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로 양주학(揚州鶴)고사가 있다. 옛날 여러 선비가 모여 각자 자신의 소망을 말하는 데
한 사람은 양주자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였다.
또 한 사람은 재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되겠다고 했다. 남은 한 사람이 앞의 세 사람의 소망을 망라하여 “허리에 십만 관의 돈을 차고 양주자사가 되었다가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양주학이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소유 하겠다는 비현실적인 욕심쟁이를 뜻하게 되었다. 양주학 고사는 사문취유(事文類聚) 후집 42권 학조(鶴條)에 실려 있다.
가난을 저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가난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를 배우면 부귀를 누릴 길이 열린다고 한다. 조선 후기 문인 심대윤이 안빈론(安貧論)에서 말한 가난을 편안히 여기는 자세를 살펴 보자:
가난을 편안히 여긴다는 것은 가난을 좋아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떠한 유혹과 고난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만이 부귀 해질 수 있다. 그러나 가난을 편안히 여기는 것이야 말로
부귀를 구하는 방법이며, 고난에 좌절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출세를 위한 방법이다.
사람은 곤궁한 처지에 놓여야 깨닫는 것이 있고, 충격을 받아야 분발
할 수 있다. 변고를 겪지 않으면
의지가 굳어 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귀는 가난 속에서 나오고 성공은 곤욕을 겪은 다음에 이루어 진다. 가난 속에서 마음을 굳게 먹고 의지를 다졌는데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19세기 조선의 백과 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중에 ‘유속격언 변증 설’에
일곱 가지 부자가 되는 방법이 나온다.
첫째 근구검용(勤求儉用)이다.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해야 한다.
돌째 견예광학(見藝廣學)이다. 남들의 재주를 보고 널리 배워 몸값을
높여야 한다.
셋째 불미주색(不迷酒色)이다. 술과 여색에 빠지지 말라는 뜻이다.
넷째 불흠채부(不欠債負)이다. 부채를 떼먹지 말라는 뜻이다.
다섯째 자제일심(子弟一心)이다. 온 가족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한다는
말입니다.
여섯째 주모불녕불(主母不佞佛)이다. 가정주부가 잘못된 종교생활로 재산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일복째 제부화해(諸婦和諧)이다. 며느리들이 화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들 일곱 가지는 욕심을 버리고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손 쉬운 방법이다. 옛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 대부분은
아직도 유효한 기본 원칙이다.
앞에서 말한 책에 나오는 ‘반드시 가난해 지는 열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결납권귀(結納權貴)로 권세 있는 사람과 결탁 한다는 말이 있다. 권력은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권력과 결탁하면 필시 위험을 초래하여 가난해
진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난다, 집안에 게으른 부인이 있다, 부채를
지고 갑절로 갚는 등 가난을 초래 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이야기 가 포함 되여 있다.
부자가 되는 것과 부자로 사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천신만고 노력 끝에 부자가 된 후 제대로 된 부자 노릇을 하기 위해서는
부의 소유자가 아닌 부의 관리자로 처신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부를 인격체처럼 다루면 부자로 사는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이 가난한 우리시대에 양주학(揚州鶴)고사가 담긴 북송제일 시인인 소식(蘇軾)의 시 녹균헌(綠筠軒)에서
옛 선비의 기개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녹균헌에서 소식은 밥을 먹을 때 고기 반찬이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집에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가 없어서는 살 수 없다고 노래 하였다. 욕심 없이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식의 녹균헌을 정유년 정초에 소개 합니다.
지면관계로 원문은 생략 합니다.
녹균헌(綠筠軒)
소식(蘇軾)
식탁에 고기가 없는 것은 괜찮지만
거처에 대나무가 없을 수는 없다네
고기가 없으면 사람을 수척하게 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네
사람이 야위면 살찌게 할 수 있지만
선비가 속되면 고칠 수 없는 것을
곁에 있던 이가 이 말을 듣고 비웃기를
고상한 것 같으나 바보 같은 짓이라 하네
만약 대나무를 대하면서 고기도 먹을 수 있다면
세상에 앙주학(揚州鶴)이라는
말이 어째서 생겼겠는가.
이 시의 원제목은 어잠승녹균헌(於潛僧綠筠軒)이다. 녹균헌은
어잠현에서 수행하던 승려가 자신의 거처에 붙인 명칭으로 “푸른 대나무 방”이라는 뜻이다.
어잠현은 지금의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에 속한 곳이다.
노자는 도덕경 33장과 42장에서
욕망을 절제하면 부유해지고 삶이 욕되지 않는다는 이치를 가르쳐 준다.
도덕경 33장:
만족 할 줄 아는 사람은 부유하고
힘써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뜻을 지닌 것이다.
도덕경 42장: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장구 할 수 있다.
설을 쇠고 처음 출근 하는 오늘 아침 할 일이 많겠지만 잠시 짬을 내어 물질보다 보다 정신적으로 더 가난한 우리세대에게
아직도 유효한 옛 격언, 산문, 시 그리고 경전에 담긴 처방을
귀담아 들었으면 얼마나 좋을 까 하고 생각해 본다.
오늘 “물질의 가난, 정신의
가난”이라는 글을 쓰면서 장유승작가의 일일공부(一日工夫), 김승혜 교수의 노자의 그리스도교적 이해, 김상홍교수의 꽃에 홀려
임금을 섬기지 않았네 등에서 좋은 글과 생각을 참고 했음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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