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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행복한 달리기(혼자서도 좋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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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규 작성일20-09-06 19:51 조회6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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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가락같이 늘어지던 해가
어느덧 이렇게 되었나.
서편 관악산 땅거미가 우면산 발뿌리까지
스멀스멀 다가왔다.
경마장으로 꺾이는 양재천 합수머리에 왜가리한마리가
무슨 생각인가 골똘하다.

차라리 여우비라도 한줄금 뿌렸으면.

상제리제의 가로수가 이렇던가?
중학생 상고머리처럼 깍두기로 올려친
플라타너스나무들의 열병을 받으며
런닝화의 끈을 조였다.

쨍하게 맑은 한낮에 방배역을 출발해서
반포천 뚝방아랫길을 지나 한강으로 나섰다.
멀리가보자.
하프이상 달려본 게 언제적인가.
두어주에 한번씩은 달렸던 익숙한 코스다.
한강으로 나가 잠실탄천으로 다시 양재천을
거슬러 오르면 남태령오르막길이다.
대략 30킬로.

장거리를 혼자 달린다는 것.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건 러너의 숙명이다.
혹자는 멀리가려거든 함께가라지만,
아니다.
이렇게 발맞출 필요없는 무념의 달리기도
좋기만하다.

가민이 스물일곱번을 세었다고 일러준다.
점점 길어지는 관악의 그늘로 들어선다.
산아래 마트에서 급수하며 잠시 쉬었던게
오히려 부담이었나?
사타구니가 쓸린다.

남태령 옛길.
나그네 그림자도 없는 산길을
종종걸음으로 오른다.
그누가 노래했나.
"산천의구 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다."
과천부터 기었다는 시골선비들은
이제 꽁무니에 불을 달고 보란 듯
큰고개를 치받아 오른다.

남태령 날망이다.
먼길 행차한 어느 양반은 하인과 나귀를
쉬게하고 땀을 식혔을 큰 나무그늘아래서
난 잠시 망설였다.
내려가면 사당역.
오른편 산길로 접어들면 우면산 자드락길이다.
어두워지는 산길은 피하자.
이대로 내려가자.
저녁밥은 달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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