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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축제는 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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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익 작성일12-08-14 13:21 조회3,4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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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달리기는 신이 내린 보약이라고 한다.
십 수 년간 달리기를 해온 나에게 이 말은 진실이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보다 몸무게는 20킬로 그램이나
줄어들었고 풀코스나 하프코스를 밥 먹듯이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50을 넘은 나이지만 고등학교 시절보다
훨씬 운동신경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여름 뙈약볕 달리기도 보약일까?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한여름 대회는 한 번도 참가 해 본적이
없어 이 의문에는 스스로 답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올해는 해답을 찾아보기로 하고 혹서기 마라톤대회에
참가신청을 덜컥 냈다. 이번 대회 참가 신청은 스스로 했다기보다는
동호회(가톨릭마라톤 동호회)에서 단체참가를 추진하기에 얼떨결에
신청해 버렸다. 혹서기 코스가 대부분 언덕의 연속이라는데
제대로 달릴 수 있을지...
 

평소 훈련량도 부족하고 언덕 훈련 할 기회가 거의 없어
2주전에 열린 혹서기 연습주에 참가했다. 호수 두 바퀴와
동물원 내부 1.8, 그리고 외곽도로 2회 순환이다.
 

몇 십 년만에 찾아온 폭염과 크고 작은 언덕의 연속,
과연 혹서기 답다. 그냥 즐겁게 코스를 익히고 훈련 삼아
달리기로 마음먹고 반환점에서 주는 음료와 먹을 거리등을
알뜰히 챙겨 먹으면서 온전한 몸 상태로 훈련을 마쳤다.
 

대회 날 아침,
집을 나서는데 아내는 이런 날씨에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냐고 묻는다. 마치 외계인을 바라보는 눈짓이다. 당신 남편도
그 중에 한 명이랍니다. 아내는 더 이상 말이 없다.
 

과천대공원 돌물원에는 벌써 많은 달림이들이 모였다. 더위에 당당하게
맞서는 멋진 모습들이다. 동호회의 반가운 얼굴들과 주로를 오가며
익힌 많은 얼굴들이 보인다.
 

8시 정각,
생전 처음 무더위에 맞서는 마라톤 대회의 출발이다.
동호회 식구들과 함께 즐겁게 담소를 나누면서 호수 두 바퀴를
돈다. 속도를 높여볼까 하다가 지난 연습주의 경험이 생각났다.
초반에 속도를 높이면 후반에 걸어야 한다. 참자.
 

더위를 식히기 위해 바닥에 뿌린 물은 강한 햇볕에
오히려 습도가 높아져 체감 온도가 더 높은 것 같다.
 

호수 한 바퀴를 돌즈음 선두권은 벌써 반대편에서 달린다.
이 무더위에 무서운 속도다. 참 대단하다.
 

지루하지 않은 코스를 두 바퀴 돌아 출발지점으로 돌아와
동물원 내부를 달린다. 출발지점에는 음료와 간식거리가 준비돼
있다. 물 한 잔을 들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다. 이 대회는 다른 대회와
많이 다르다. 상업성에 물들어 있는 많은 대회는 달림이들보다는
수익성을 우선하기도 하는데 순수한 달림이들이 준비하는 이 대회는
오직 달림이들의 입장에서 모든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한다는
느낌이 대회 초반부터 강하게 다가온다. 급수 종류나 급수량
먹을거리, 얼음조각, 응원 등....
 

동물원 내부를 돌아 본격적으로 순환코스에 오르는 갈림길,
초입부터 언덕이 만만치 않다. 한강마라톤의 어느 분은
이번 대회에서 100회 완주란다. 대단한 분이다. 주로에서 축하 인사를
건네고 함께 달린다.
 

언덕을 오를 때는 종종걸음으로 내리막에서는 약간의 속도를 내기로
스스로 정한다. 그러나 왠지 첫 번째 반환하기도 전에 몸에 이상을
느낀다. 마라톤은 정말 정직하다. 한 여름 마치 베짱이 마냥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혹서기 풀코스에 도전했으니..당연한 것 같다.
몸이 허락하는데 까지 달릴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기전의 긴 오르막길,
멋진 걸(?)들의 응원에 기를 받는다. 이 팀을 비롯해 응원해 주신
목동팀에게도 감사하다.
 

무지개 다리를 지나 작은 언덕에 위지한 급수대,
춘천에 근무하는 회사 후배 부부가 자원봉사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이런 작은 힘들이 있기에 이 대회가
명품대회로 거듭 나는게 아닐까 생각하다.
 
 

선두권의 선수들은 벌써 반환점을 돌아 언덕이나 내리막이나 한결같은
속도로 달린다. 새삼 인간 능력의 위대함을 느낀다.
 

첫 번째 반환 지점,
아직 네 번이나 더 와야 할 곳인데... 더 이상 오기 싫어진다.
방울토마토 몇 개를 집어 들고 잠시 걷는다.
주로에서 오며가며 정다운 얼굴들과 마주 친다. 같은 코스를
다섯 번이나 왕복해야 하는 조금은 지루한 코스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서로에게 힘이 돼 괜찮은 것 같다.
 

두 번째 순환코스에 접어든다.
이번부터는 에너지원을 충분히 섭취한다. 얼음 몇 개를 모자속에
넣고 또 손에 들고 서울마라톤 박회장님께서 나눠주시는 커피맛의
시원한 더위 사냥, 그리고 김밥과 떡도 챙겨먹었다.
마라톤대회 주로에서 김밥과 떡을 먹기는 처음이다.
대회장 구석구석 보이는 곳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기에 나 같은 베짱이도 달릴 수 있음에
그들 모두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속도를 늦추면서
달리기보다는 온갖 먹을거리에 더 시간을 할애한 것 같다.
출발이후 한 시간 가량 지날 무렵부터 가랑비가 흩뿌린다.
천만다행이다. 날씨와는 안 싸워도 될 들 싶다.
 

날씨보다는 이제는 자신과의 싸움에 접어든다.
몸에서 온갖 이상 신호가 온다. 언덕길 달리기에 익숙치 않은
탓인지 발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포기해야 할
온갖 핑계거리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손에 들고 달리던 얼음조각을
무릎에도 대보고 허리에도 대보고 고관절에도 대 본다. 한 여름에
달리면서 얼음찜질의 호사를 부리다니..참 감사한 일이다.
 

동물원 순환코스는 주변의 등산코스와 연계되는 듯 싶다.
등산에 나섰던 많은 사람들이 한여름 언덕길을 뛰어 다니는
달림이들을 쳐다본다.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어 볼 수도 없고...
이 더위에 왜 뛰지?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두 번째 코스를 돌아오면서 점점 속도는 떨어지고 언덕에서
걷는 횟수가 많아진다. 중간 급수지점에서 회사 후배 한 분이
소금정을 나눠준다. 마라톤대회에서 소금정을 나눠주는
모습도 처음이다. 수 많은 대회를 참가해봤지만 처음 대하는
모습들이 참 많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대회다.
 

걷다가 뛰다를 반복하며 2회를 왕복했다. 반환점에는 본인의
횟수와 시간이 표시된다. 한 바퀴 순환에 약 40여분이 소요됐다.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다. 아마도 걷다 뛰다를 반복했기 때문이리라.
 

다음 횟수 부터는 속도를 높여보지만 마음뿐이고 점점 떨어질 뿐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도전에 나섰던 자신이 한없이 미워진다.
! 혹서기 아무나 도전하는게 아니구나.
 

마음은 힘껏 달리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지난 봄 서울 남산오르기에
몇 번 했는데 충실히 꾸준히 할 것 하는 진한 아쉬움이 순간 순간
밀려든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세 번 순환을 마쳤다. 두 번째 보다도 훨씬 늘어난
46분 가량 걸렸다. 매 바퀴 돌때마다 본인의 횟수와 소요된 시간을
pdp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대회 운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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