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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서기마라톤...이름없이..빛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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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창준 작성일11-08-25 01:07 조회1,7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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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토요일 18시..
비가 내린다..
내일 혹서기마라톤을 위해 물품보관장소를 세팅해야하는 날..
언제나처럼 북파공작원 김종운님이 일을 마치고 행사장에 왔다.
308키로 강화부터 강릉까지 41시간여에 달리는 초인같은 북파님..
언제나 궂은일에는 앞장을 서서 솔선수범하는 양반이다.
혹서기마라톤에도 새벽에와 물품보관업무를 하고 시간이 거의되면 달리고 3시간여를 달리고 다시 자봉을 하는 천사같은 양반..
식당에서 준비된 저녁을 먹고 비를 맞으며 바닥에 바인더끈을 고정하고 칸을 맞추고 외부에 출입금지끈을 두르니 어둑어둑하다..
테이블도 세팅하고 본부에 가니 아직 일을  하는 스텝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새벽에 뵐 것을 약속드리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내일 새벽 5시반에서 5시 45분에 픽업할 어설픈님 베라님 베베님 그리고 중2인 아들내미 친구에게 연락을 취해서 다시 약속 확인...
잠이 안온다...ㅠㅠ

8월 14일 일요일..
5시에 알람이 울린다..
무겁고 졸린 머리를 찬물에 담가 졸음을 쫓고 몇가지 챙길 물건 확인..
자봉을 같이할 중2아들놈을 깨워 차에 오른다..
모두가 잠든 시간..
가까이 있는 아들 친구부터 픽업하고 청구역에서 어설픈님을 약수역에서 베베와 베라님을 픽업하여 과천으로..
대공원에 도착하니  6시를 5분정도 넘겼다..
수원에서 제이님과 한여름님이 와 계신다..
한여름님은 아들과 같이 오셨다.
인천에서도 오시고 서울에서도 오시고. .
몇가지 필요한 물품을 본부에서 수령하여 라인별 번호를 앞쪽에 붙이고 몇가지 보완하여 물품보관업무 준비 완료..
몇년째 꾸준히 하신 분도 계시고 올해 처음하시는 분도 계시고..
육십대의 형님부터 초등학생 꼬마까지 힘들고 어렵지만 대회의 성공을 위해 새벽에 힘을 모아본다..
오늘의 임무에 대해 알려드리고 간단히 김밥등으로 요기..

7시경부터 물품보관업무 실시..
작년엔 같은 번호의 스티커를 배번에 붙이고 물품보관봉투에 붙이고해서 복잡했는데 올해는 배번과 같은 번호를 물품보관봉투에 붙여 주자들에게 나누어줘서 뭘씬 일이 수월하다..
물품을 받아 번호순으로 정렬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자봉자들..
행사장 여건상 바닥이 고르지도 않고 나무나 돌도 많아 항상 조심스럽다..
거기다 바닥도 젖어있는 상황..
줄을 서서 차례로 물품을 맡기는 주자들이 시간을 지체하지 않도록 줄이 길면 일단 물품을 받고 주자들이 출발하여 한가해지면 다시 한번 정리하기로 하고 물품을 최대한 빨리 받아주며 동시에 정리도 진행한다..
오늘 아이들도 몇명 같이 아빠들을 따라왔는데 힘든 표정이지만 열심이다..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 8시가 되어가니 물품보관은 거의 종료..
이제는 번호가 바로되었는지 한줄한줄 점검하는 시간..
번지수가 잘못된 물품이 몇개가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품도 있고..
몇번을 확인하여 번호순으로 된 것을 확인하니 9시가 되어간다.
이때부터 2시간정도는 편한 휴식시간..
아마 다른 자봉자들은 가장 바쁜 시간일 것이다..
몇분은 주로에 나가 지인들을 응원하고..
아이들은 동물원 구경도 하고..
몇분은 교대로 물품의 분실등에 대비해 보초를 서고..
두런두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몸은 편한 시간이지만 사실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다.
잠시후면 들이닥칠(?) 주자들에게 물품을 정확하고 빠르게 전해주어야하고..
비도 내리는데 물품은 젖지 않을까 염려도 되고..
비닐이 커서 꼼꼼하게 묶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몇개의 물품은 좀 염려스러웠다..
최대한 점검해보며 주자들을 기다린다..

생각해보면 참 오래도록 서울마라톤클럽의 대회에서 물품보관업무 자봉을 했었다.
예전 서울마라톤대회때 몇년...
혹서기마라톤대회 몇년..
서울마라톤클럽 주최의 대회는 모두 런클이 물품자봉을 했었고 그중 반이상의 현장에 나도 참가를 했었다..
배번의 스티커가 훼손되어 대회마다 몇몇분들은 짐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소리가  들리는 곳을 확인하고 했던 기억들..
마지막 2-3분의 주자가 남아 결승점이나 대회본부에 남은 2-3개의 물품을 전달할때까지 8-9시간을 자봉하고 나면 풀코스를 달린 것 처럼 온몸의 힘이 빠지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했었다..
그래도 주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이리 뛰고 저리뛰며 힘들게 완주한 주자들이 물품을 찾아 시간지체없이 옷을 갈아입고 휴식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찾고 멀리서 오는 주자의 배번을 미리보고 물품보관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물품을 드리면 놀라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얼마나 행복했었던지..
예전 생각에 잠시 미소짓는 사이 주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가 엄청스레 내리다 잦아들기를 반복한다..
많이 내리땐 보관한 물품 사이에 개울이 만들어졌다...
주자들이 들어오는 앞쪽에서 어설픈님이 주자들의 배번을 메가폰으로 불러주면 들은 사람이 복창을 하며 물품가까이 있는 사람이 물품을 찾아 전달하여 주자가 도착하면 바로 드리고 체크하고..

정말 이번 자봉팀은 환상적이다..
전에도 그랬지만 모두가 헌신적으로 폭우속을 마다하지 않고  몸을 맡기고 임무를 수행한다..
비닐겉에 묻은 빗물은 최대한 제거하고 주자에게 주고..다시 뛰어가고..주고..배번을 복창하고..
비를 많이 맞아 추워하는 아이들에게 비옷을 양보하고 옷이 다 젖었지만 웃으며 물품을 전달하는 사람들..
무엇이 우리를 여기에 있게한 것일까?
마라톤의 수고와 고통과 환희를 겪어보았기에 내가 힘들어도 뛰고 들어온 주자들이 더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걸 알기에 불평 한번 없이 바쁘게 봉사하는 것이리라...
 
비가 엄청나게 와서 물품중 몇개는 비가 비닐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비가 많이 와서 불가항력이라 자위해 보지만 물품을 전해주며 미안함이 앞선다..
긴우산을 물품과 같이 보관하느라 비닐을 처음부터 훼손하여 비가 들어간 것도 있고..
겉보기엔 멀쩡한데 잘못 묶어 그런 것도 있고..
오전에 잠시 비가 내리다가 말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를 너무 믿어 보관할때 더 주의깊게 보고 사전에 대비를 했어야하는데 하는 후회도 밀려오고..

일분이상 기다린 주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물품보관업무가 끝나가고 20~30개정도만 남았다..
물품을 테이블위에 올리고 집이 먼 분들은 먼저 보내드리고 나머지분들은 마무리 정리..
마지막 3개를 결승점에 가져다 드리고 오후 2시반쯤 물품보관업무를 끝냈다...
장장 8시간 반정도를 기쁜마음으로 묵묵히 자봉에 임해준 모든 런클 식구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혹서기마라톤이라는 명품마라톤대회에 작지만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대회장을 떠나왔다..

개인적으로 마라톤은 42.195를 달려보고 목이터져라 응원해보고 묵묵히 주자들을 위해 자봉을 해보아야 그참맛을 아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먹는 한끼의  식사를 위해 농부와 어부와 수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리는 것처럼 마라토너가 배번을 달고 주로를 달리게 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이름없이 빛도없이 수고한다는걸 알게되고 체험한다면 마라톤의 의미는 또 새롭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혹서기마라톤대회가 언제까지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품마라톤대회로 영원하길 기원하며 백발이 되고 기력이 쇠하기전까지는 물품보관장소에서 멋진 달리미들을 맞이하는 기분좋은 추억을 계속만들어가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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