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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울트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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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종택 작성일05-10-11 13:08 조회2,8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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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울트라맨?

금년 서울울트라에 참가하기 위하여 올 2월부터 장거리를 거의 1개월에 한 번씩은 달려주었다.
2월에 있었던 32.195km를 시작으로 3월, 4월, 그리고 5월엔 천진암 65km를 달렸고, 7월말에는 60km를 달려 나름대로 100km 울트라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그래서 왠지 완주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은근히 있었다.

새벽 2시 30분 쌀쌀한 새벽날씨속에서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을 갖고 있는 울트라 전문 매니저 이인환님이 나를 데리러 왔다. 새벽의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상계동에서 출발해 우리가 교육문화회관에 도착한 때는 3시 10분 경.

처음에 교육문화회관으로 가서 한참을 헤메다 함께 출전하는 달리미들을 만나 어둠속을 뚫고 대회장에 도착했다. 어두워서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미리 답사를 왔어야 하는데 서울 촌놈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회장은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 많은 달리미들이 모이지 않았다. 배번과 기념품을 받고 탈의실을 들어갔다. 어느 한 달리미는 졸립다며 탈의실에 눕는다. 이해가 된다. 나 역시도 충분한 수면은 취하지 못했기 때문에.

천천히 준비를 하고 대회장 주변을 둘러봤다. 일본 참가자들이 보였으며, 터어키에서 온 달리미들도 보였다. 일본에서는 이 대회에 꾸준히 참석한다고 한다. 터어키에서는 3명이 형제의 나라에 온 것이다. 모두 완주하기 바란다.

심인숙 감독의 스트레칭으로 준비를 하고 안내방송에 따라 출발선에 모였다. 100km 울트라 여행을 즐겁게 하라는 멘트가 나왔다. 과연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런지 스스로 의심해 본다. 어쨌든 지금의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다.

[드디어 100k 여정이 시작되었다.]

출발신호와 함께 많은 달리미들이 우루루 달려나간다. 완주에 대한 떨리는 마음으로 나도 달려 나갔다. 이 기분을 뭐라고 말해야 될까를 생각해 본다. 자신 없는 걸 괜히 했다는, 너무 무모하지 않았나 등.

어쨌든 뚜껑은 열렸고 잘 삶은 그 무엇인가를 꺼내야만 한다. 김만 모락 모락 나는 그 모습은 있을 수 없다.

레이스 초반은 적당한 속력을 유지했다. 어차피 스피드는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양재천에서 탄천으로 들어간다. 이때 반대 주로에서 100k 선두주자가 보인다. 일본인 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가 그 뒤를 이어갔다. 일본 여자선수가 보인다. 그 뒤를 이어 미모의 심인숙 감독이 지나간다. 심인숙 감독은 10월3일 있었던 국제평화마라톤 풀코스에서 서브스리를 하며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던 마스터즈 국가대표감이다. 너무 무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는 탄천에서 한참을 헤메야 했다. 이들은 이미 이 곳을 다녀온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벌써 달려오다니.

어느새 어둠의 새벽은 가고 환한 모습의 아침이 내게로 다가왔다. 탄천의 아침은 물안개 가득 신비감을 선물하고 있었다. 탄천을 다 돌아 이제 한강으로 들어섰다.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파이팅을 외쳐준다. 15km를 1시간 41분에 달렸다. 조금 빠른 레이스다. km당 7분으로 달릴 계획이었다. 20km를 2시간 14분 정도. 전반엔 7분 페이스, 후반엔 8분이나 9분페이스로 달리려 한다. 그래서 목표는 13시간에서 13시간 30분사이다.

급수대가 있는 곳에서는 물을 계속 섭취해 주었다. 평소 달릴때는 먹지 않는 음식도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배고프며 달릴 수가 없다. 조금씩 배에 넣고 달려야 한다. 나는 시간내 완주가 목표다. 급수대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환호와 파이팅은 나를 달리게 하는 힘이 되고 있었다.

올림픽대교, 천호대교, 광진교를 지나 28.8km 지점의 강동대교 근처에 도달했다. 배가 고파왔다. 조금 쉬며 음식을 섭취하고 다시 달렸다. 여기까지의 시간이 3시간 15분이다. 아직까진 성공적인 레이스다.

앞에 마산315클럽의 달리미들이 보인다. 단체로 참가한 모양이다. 대단하다. 이들의 뒤를 따라가며 35여 km지점까지 함께갔다. 내가 못따라 가겠다.

어느 지점부턴가 함께 달리게 된 달리미가 있었다. 김포의 정일수님, 수원의 김종근 님이다. 김포의 정일수님은 김포에 꼭 오라고 한다. 김포평야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수원의 김종근님은 부인과 함께 부부가 완주하기 위해 참가했다. 부인은 이명희님으로 우리보다 훨씬 앞서 달렸다. 나중에 두분이 모두 완주해서 부부 울트라 완주상을 받고, 이명희님은 연대별 시상도 받았다.

달리는 중 힘은 들었으나 동반주중 정일수님의 재미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울트라를 달리는 사람들은 거짓이 없다며 사돈을 맺자는 둥, 김포에 꼭 오라는 둥, 달리며 계속 만나는 일본인 여자선수에게도 잘달린다고 한마디씩 해준다. 우리말을 알아들었는 지 어떤지 알수는 없지만 하이 하이 땡큐를 자그맣게 외쳐준다. 이 모든 것이 피곤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 정말 즐거운 달리미다.

정확히 몇 km지점인가는 모르겠으나 급수대의 자원봉사자님이 힘을 외쳐준다. 그리곤 내 사의를 보더니 막 웃는다. 옷에 일부러 바람구멍을 뚫었냐고. 나는 바로 전 급수대에서 가지고 왔던 음료병을 놓으며 돌아올때까지 지켜달라고 했다. 그 자원봉사자 꼭 돌아오라고 했다. 지금은 40km지점이지만 돌아올땐 이곳이 85km지점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면 15km만 남는다. 지금 기분 같아선 쉽게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고난의 가시밭길이 시작되었다.]

풀코스 지점인 42.195km지점을 지났다. 지루함을 잊고 이렇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여의도 둔치다. 평소 일반대회의 골인점인 이곳을 지나 달려간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는 약 53km. 국회 의사당을 옆에 끼고 달린다. 발이 무거워지고 이제 피곤함과 지겨움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반대편 주로에서 골인점을 향해 달려가는 달리미들이 부러웠다. 정일수님이 한마디한다. 저사람들은 인간이 아니고 철인이라고.

턴지점이 방화대교 바로 앞부분인 64.4km지점이다. 이곳에 부부달리미 이명희님이 가장 먼저 도착해서 맛사지를 받았고 내 바로 앞서 정일수님이 도착해 쉬고 있었다. 나는 전복죽 2그릇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맛사지를 받았다. 함께 달리려던 정일수님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배신을 때린 모양이다. 나는 바지를 갈아입고 다시 출발한다. 이지점을 8시간 13분에 통과하고 다시 달렸다. 여기까진 거의 성공적이다. 하지만 무릎이 아팠다. 처음에 출발할때마다 아프다. 조금 지나가면 아픈 것이 사라지고 그냥 힘이 든다. 나를 추월해가는 달리미들이 많아진다. 이명희님이 나를 추월해간다. 이후론 주로에서 못보았고 골인점에서 보았다. 남편(김종근 님)도 안챙기고 달리나 싶었다.

걷다가 달리다가 하다보니 날 배신때렸던 정일수님이 보인다. 다시 동반주를 시작했다. 그리곤 정일수님이 다시 앞서간다. 내가 자원봉사자와 약속했던 지점을 통과한다. 그분에게 물었다. 내 음료수병 어디갔냐고. 그랬더니 다른 분이 마시겠다고 해서 주었다고 한다. 혹시 쓰레기로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지만 정말 필요한 사람이 마셨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종택이 오빠 파이팅”을 외쳐준다. 다시 힘을 가다듬고 달려간다. 100km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제 못달리겠다. 다리의 근육이 다 풀린 것 같다. 이 짓을 해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동반주중에 정일수님이 했던 말이다. 내다리가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남의 다리로 가는 것만 같다. 90km를 지나가는데 이번엔 부부달리미 김종근님이 나를 추월해간다. 무슨 힘이 남아서 저리 빨리 달려가는 것일까. 아마도 와이프(이명희님)의 힘인 모양이다. 나는 못따라 가겠다. 그래서 걸었다. 이곳까지의 기록이 12시간 15분이다. 간신히 14시간 안에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부부가 울트라를 할까 그 울트라부부를 생각하며 걸어갔다.

급수대에서 음식과 물을 마시고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95km지점이 13시간 7분이다. 남의 다리로 달리자니 미안한 감이 들어선지 달려지지가 않는다. 마지막 급수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머지 약 4km정도를 힘을 내어 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힘이 나기 시작했다. 너무 많이 걸어줘서 휴식이 되었나보다. 이런일도 있구나 싶다.

열심히 달려가는데 박영석 회장님의 계신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이대로 가면 제한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힘내라 하신다. 더욱 힘을 내어 달려본다. 날 배신때렸던 정일수님이 보인다. 걷고 있었다. 오늘 내가 완주하기까진 큰 힘이 되어 준 분이다.

약 98km 지점이었을까 울트라 전문 매니저인 이인환님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 지 지켜보고 싶었서 일까. 그래서 나는 더욱 힘차게 달렸다. 함께 가면서 이인환님이 하는 말 아니 왜이렇게 쌩쌩하냐고. 쌩쌩하기는 거의 100km를 달려왔는데 그럴 리가 있나. 속으론 힘들어 죽겠지만 아닌척하는 거지.

양재천에서 골인점으로 들어서기 위해 올라가는 곳. 그곳에서 대회 스텝이 나와 무전을 날린다. 28번 나종택님이 들어서고 있다고. 우하하 이기분에 달렸나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리를 힘차게 지나 골인점 테이프를 끊는다. 이순간, 이느낌, 이감격 누가 알겠는가. 속으로 사진이나 잘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내 기록은 13시간 48분 1초.

골인지점에는 금년 철인3종경기를 완주한 황인공님과 철인클럽 동료분이 있었다. 반갑게 맞아준다. 황인공님이 다리 마사지를 해주고 사진을 여러번 찍어준다. 그런데 그 사진은 제대로 나온 것이 없었다. 나는 월계관을 쓰고 대회관계자로부터 멋진 포즈의 내모습을 찍게 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진 사진이 홈피에 올라오지 않았다.

내가 오늘 울트라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노력보다도 대회를 준비한 서울마라톤클럽의 대회관계자님과 새벽부터 저녁까지 함께 고생한 자원봉사자 분들의 덕이 아닌가 싶다. 달리는 중 몸은 힘들었으나 이분들의 환호와 격려로 힘듬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동반주 했던 정일수님과 부부달리미 김종근님, 이명희님 이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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