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열정으로 빗줄기를 데우며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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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도형 작성일11-08-24 13:01 조회1,2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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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열정으로 빗줄기를 데우며 달리다
반환점을 찍고 돌아오는 언덕길은
히말리아의 정상을 향해가는 루트의 마지막처럼 아득했다.
잡힐듯 잡을수 없는 그 막막함과 답답함 그리고 간절함.
5번째 턴을 하고 올라갈때는 그냥 주저앉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 이정도면 됐지.. 할만큼햇잖아.. 그냥 쉬엄쉬엄갈까..'
나를 잡아당기는 가슴속의 무엇이 자꾸만 자꾸만 귓전에 속삭인다.
역시 마라톤의 자신과의 싸움이 맞나보다
그렇게 나와 싸우며 뛰고 있었다.
주로 곳곳에 우리를 반겨주고 힘을주는 자원봉사자들의 화이팅이
그나마 외로운 레이스에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
날씨도 엉망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환한 웃음.
정말 같은 클럽멤버같은 배려.
아낌없는 응원의 말들이 혹서기를 다 잊게 할만큼 고마웠다.
"이제 다왔어요 마지막 바퀴에도 힘내세요 파이팅!"
굵어진 빗줄기는
샤위기를 강한 물살같이 쏟아부으며
머리를, 얼굴을, 어깨를, 가슴을 마구 두드린다.
'정신차려.. 깨어나 어서.. 다시 뛰어 다시'
멈춰서서 가만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온 가슴으로 받았다.
너무 시원하고 너무 후련하고 너무 행복했다.
문득 사는게 생각났다.
이제 40대 중반.. 그동안 살아온길들도 오늘처럼 오르막 내리막을 수없이
반복해 왔는데 그래도 참고 견디며 버티고 있잖아
포기만 하지않으면, 주저앉지만 않으면 언젠가 골인할수 있잖아
그걸 믿으니까.
다시 힘을내어 한발 한발 내딛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주자들이 완주해 버린탓에 주로는 한산해 지고있었다.
긴 언덕을 오르고 다시 오르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마지막 내리막을 만나고 나서야 이제 들어가는구나
안도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골인지점.
이름을 호명하며 반겨주는 자원봉사자분의 외침이
긴 5시간 20분의 피곤을 싹 씻어주는듯 했다.
그렇게 레이스는 끝이 났다.
2000년 춘천마라톤의 첫 풀코스 완주의 기쁨 이후에
오늘이 가장 큰 행복 이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었기에
함께해준 화마클 클럽멤버들이 있었기에
뛰는동안 내어깨을 쉼없이 두드려준 빗줄기가 있었기에
나는 완주할수 있었다.
그 모든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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