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추천에세이

광복절특사, 행복한 다리를 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필상 작성일10-08-29 21:45 조회1,986회 댓글0건

본문

7월 어느날.
내가 속한 클럽에서 일요훈련중... 예기치못한 사고로 쇄골분쇄골절을 당했다.
과유불급! 자만심이 마침내 큰 일을 낸 것이다. 과속으로 자전거와 함께 날았던 것이다.
일요일 새벽 반달에서 한강변을 달렸던 날들은 오래된 기억같다.Zzz~ 
들소같던 몸도 수술후 체중도 줄어들고, 조심스런 한달을 보냈다.

그 이전 약속한 혹서기마라톤 자봉의 시간은 시나브로 다가왔다.
D-day 며칠전 클럽회장님을 만난 자리에선 '아프다고 못하겠다고 할까?' '그날 팔걸이하면 민폐니깐 쉬겠다고 할까?' 이런 저런 핑계꺼리를 찾다가 "그냥 서있기만 하면된다~"는 말씀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말씀을 분명히 기억하며...^^

                           ☆  광복절특사, 행복한 다리를 보다 ☆

움츠렸던 지난 40여일을 뒤로하고, 새벽녘 천둥소리에 깨서 서울대공원으로 갔다
연례행사인 8.15대통령특별사면/혹서기마라톤 → 스스로 사면해 활동한 것이다.
클럽에서 함께 자봉에 나선 선배님들과 잠도 덜깬체 인사를 나누고...@_@;;
담당지인 외곽반환점으로 향했다.
자리를 세팅하고, 급수대를 정비하고.... 출발총성이 울리기 30분전 출발지 지원을 가서,  활기차게 준비운동하는 달리미들과 인사했다. 모든 분들이 웃으며 인사해서 기분이 덩달아 좋다.
지원지에서 역할은 역시나 기린들 앞에서 물을 붓고, 또 붓고였다.
클럽 선배가 미소지으며 1등으로 지나갔다. 씽씽~
갑자기 어깨가 안 아팠다... 황수관박사께서 말한 신바람치유법인가???ㅋ

출발지지원에서 원위치로 복귀해서, 본격적인 역할을 했다.
물먹는 마라토너는 물먹는 하마보다 강하다!
물장사는 완전 대박났다ㅋ
끊임없이 물을 따르고, 종이컵을 테이블에 잡기 편하게 올리고...
반복된 작업은 내 몸을 자봉꾼으로 만든다^^
간혹, 운동선배들이 지나가며 오히려 화이팅해준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달려가는 뒷모습을 향해 화이팅! 외친다. 응원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기분좋은 광복절임에 틀림없다.

뛰는 선수보다 내가 더 빨리 지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순간 나는 작아지고, 커다랗게 뛰어가는 분들을 느꼈다.
익숙해진 나의 작업중, 어느 순간 "해피레그"라고 뛰어가는 하나인 두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차례 달리미 본연의 역할(피니쉬를 향해 달려가는 개인)만 한 나에게 자봉은 새로운 시각으로 기존에 분명히 있었지만, 눈에 보지 못한 그들을 보게해준 것이다.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시각장애우 마라토너에게 물이든 종이컵을 건내자 고맙다고 재차 말씀하신다.
가벼운 끈으로 묶은 두 분은 누가 더 고마울까? 몇시간 해답을 찾아 고민했다. 물을 따르며...^^

혹서기는 배부른 대회다.
재료의 한계가 보이는 비빔밥은 정말 꿀맛이다. 막걸리,음료,수박,방울토마토,빵...
시원한 물을 위해 넣은 얼음은 맛사지용-얼음과자용등으로 활용되었다.
풍성했던 먹거리도 줄어들고, 외곽반환점을 향해 달려내려오는 선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활짝웃으며 달리던 선수들은 고통에 일그러져 걷고, 뛰고 반복했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단 1미터를 더가다 멈춰도 모든 선수는 승리자다.
스스로의 선택으로 움직이는 다리는 행복하다...
주변정리를 하며, 늦게나마 다가오는 손님(?)을 자봉들은 정성스럽게 맞이하고, 힘껏 화이팅을 건냈다.

해피레그, 우승자, 첫풀코스 완주자, 풀코스 200회 완주자. 모든 선수에게 의미있는 대회였다
물론, 처녀자봉을 완주한 내게도 의미있는 대회다. 스스로에게 새로운 임무도 주었다.
다음 대회에서는 선수로 출전할지도 혹은 자봉으로 참석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해피레그를 달고 함께하고 싶다.
나는 기억한다. 혹서기에서 본 내 열린 시야를...


2010년 혹서기에서 나는 행복한 다리를 보았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