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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을 넘기면 뜨거움은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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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규 작성일10-08-23 10:51 조회1,9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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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설렁 뛰지 뭐.

그래도 무한정 늘려서 달릴 수는 없으니까 목표기록은 정해야지.

그럼 서브 4 정도로 해 둘까?

내일로 다가온 혹서기 대회를 앞두고, 요즘의 예년 같지 않은 폭염을
 

걱정하며 아내와 함께 행복한 고통을 상상한다.

한 여름의 열기에 더운 입김을 더하느라 몸을 축내는
 

찌그러진 군상들을 감상하겠노라 함께 가기로 한 아내는

새벽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에 그만, 회초리 맞은 자라 모가지처럼

그 생각을 움츠리고 말았다.

마누라는 알고 있을 거다.

올해 들어서 내가 허벅지 근육을 자주 내보이며 종아리 알통을 씰룩 이고,

우면산 언덕을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지고,

울트라에 횡단이니 종단이니 가당치도 않은 사이트를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한다는 걸.

그러나,

얼마 전 까지 자네가 가자미 눈을 뜨고 콧김으로 날파리를 불어 대고 있을때

난 까치발에 불똥 딛는 걸음으로 어두운 거실을 나와 새벽의 반달을 달리고

혼자만 느끼는 우중주의 즐거움을 아쉬워했다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의 빨간 쓸림을 새색시 방귀뀌듯 살며시 돌아앉아 연고로

다스리고,
경골이 어떻네 장경인대에 염증이 생겼네 속으로만 삭이고, 아닌
 
보살로 웃으며
감추는 내 모습을 눈치 빠른 당신은 모르지 않았을 터.

세월은 흘러,
 

노란 은행잎이 예쁜, 중앙의 골인 점에서 당신을 볼 수 있었고
 

의암댐의 푸른 물에 어우러진 높은 가을하늘과 꽃 같은 만추의 단풍을 보며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어느새 한강의 갈대 숲을 달리는 자넬 보게 되었네.

아픈 허리와 저리는 다리를 어쩌지 못하고 가다 쉬기를 반복하던 때가

언제였던가 싶다네.


준비물을 챙기고 나선 길, 베란다서 바라보는 응원의 눈길이 뒷통수에
 
느껴진다.

청계산자락 계곡마다 새벽의 비구름이 남기고 간 물안개가 가득하다.

지난 밤 장대비에 잠 설친 동물들은 새벽잠에 빠졌는지 고요하기까지 하다.

축축한 동물원광장엔 어느새 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달림이 들이 가득찼다.

지휘자의 구령에 맞춰 굽히고 젖히고 꼬았다가는 풀기를 몇 번 인가.

발주대가 열리길 기다리는 경주마처럼 다리의 근육이 긴장한다.

오늘은 8월15일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휴일의 아침을 느긋하게 지내던 온갖 동물들이 광복의 만세삼창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놀란 아우성과 날개 짓으로 출발 신호를 보낸다.

푸른 초원을 찾아 세렝게티의 평원을 달리는 누 떼의 한 무리처럼

공원길을 달리는 건강한 발자국 소리가 잔잔하던 호수에 물결을 일으킨다.

다시 들어선 동물원의 언덕길, 또 이어지는 언덕 언덕길.

벌써부터 밖으로 나오려는 혓바닥을 달래서 주저앉히고

자꾸만 꼬부라지는 허리를 펴야 되는데,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급수대의 좌판이

멀기만 하다.

물 한 컵 이온 수 한 컵.

내 물건도 팔아달라며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길을 외면 할 수 없어서 또 한 컵.

빨간 수박 쪽을 떠먹일 듯 건네는

그 손길이 고와서 또 한입.

苦盡 이면 甘來 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내리막을 내닫는 발걸음이 홍학의 다리처럼 미끈하다.

달리는 사람의 몸매는 이렇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뱀장어 같은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꽃술 모자를 흔들어대는 응원 녀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무렴, 힘 있을 때 놀아야지.

종종걸음에 다리 풀린 막판에 무슨 낙이 있으랴.

디스코에 고고를 잡탕으로 비벼서 한바탕 놀아주고 또 한 굽이를 돌아서니

징~징~

깨갱깨갱..

징잽이의 신명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하늘을 찌르는 고수들의 북채따라 내
 
다리에도 힘이 솟는다.

한바탕 신명풀이를 했으니 이제부턴 정말 제대로 달려봐야지.


흠뻑 물먹은 팬츠를 걷어 올려 추스리고 마음속으로 구령을 하나 둘 하나 둘.
 

팔치기를 열심히 하고 다리를 높이 올려야 되는데, 생각은 킬로당 5 분을

달리는데

이놈의 언덕이 왜 이렇게 끝이 없는 거야.

굽혀진 상체는 땅바닥에 닿을 듯 아슬아슬하고 아스팔트는 내 코를 핥을 듯이

검은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몇 번을 왕복했나.

여우고개 오르기 전 해사한 주모가 막걸리를 따라주며 봇짐장수들의 다리 쉼을
 
도와주던 주막집처럼, 목 좋은 길목은 우리의 회장님이 지키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반으로 잘라 먹기 좋게 건네주는 회장님의 맑은 얼굴에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

갈증 난 나그네에게 버들잎 띄운 물바가지를 건네는 여인의 마음이 겹쳐  

보인다.

고맙습니다.

핑계 김에 뭣도 한다지만, 명색이 충청도 양반 골에서 소싯적을 보낸 내가

걸으면서도 아니고 뛰면서 음식물을 섭취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얼음과자 한입물고 폭포수 한 바가지를 머리에 끼얹으니,


으메, 세상에 부러울 게 없어라.
 

그제서야 게게 하게 풀렸던 눈동자가 제대로 박히는가 보다.

누웠던 나무가 제대로 서고, 벽처럼 가로막았던 아스팔트 주로가 발 밑으로

내려간다.

마지막 반환점을 돌았다.

말년 병장이 갓 전입 온 신병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마주 오는 주자들을
 
바라본다.

에구, 저 언덕을 언제 올랐다가 돌아오려나.

어느새 난 가파른 언덕길에서의 주저앉고 싶은 고통을 잊었다.

잊지 않고서야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내리막을 내닫는 발 소리가 경쾌하다.
 

나무는 푸르고 구름 벗긴 하늘은 상쾌하다.

저기 노란 아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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