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즐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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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희순 작성일08-08-18 13:44 조회4,04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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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서)보(면서)즐(기면서) 달(리는거)야!<?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지난 주 반달 훈련까지 했으니 우선 두려움은 없어졌겠지?’
‘컨디션은 괜찮은가?
‘화장실은?’
‘겨드랑이에 바세린 바르는 것 잊지 말고…’
‘처음에는 천천히 뛰다가 나중에 힘이 남으면…’
‘지난번 반달에서 처럼 내리막길을 그렇게 뛰어내려 가면 무릎을 다치거든…’
‘언덕이 많으니 나중에 힘들면 오르막길은 천천히 걷자구…’
‘처음 뛰어나갈 때 앞에서 뛰면서 뒤로 사람을 끌고 가야 그래도 꼴찌 같지 않지...’
‘5km는 뛰어야 몸이 풀어져서 달리는데 부담이 없어질꺼야…’
‘주는 대로 먹고 마시며 보고 즐기면서 천천히 뛰자구…’
‘4바퀴 정도 돌고 나서 폭포수에 몸 담그자…’
‘신발에 물 젖으면 발이 부르틀지 몰라!’
‘앞서 가는 사람 절대로 추월한다는 생각일랑 아예 접어두고…’
‘자 스트레칭 좀 하자구…’
‘하나 둘 세엣…’
‘뭔 말이 이렇게 많아?’하고 짜증도 낼법한데 마냥 시키는 대로 따라 한다. 처음으로 풀 코스 마라톤에 출전하는 자세가 임전무퇴 자세 그대로다.
이전에 10km와 하프조차 제대로 뛰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을 꼬드겨서 풀 코스를 뛰도록 대신 등록하고 날짜만 통보했으니 따라 나서준 것만으로도 오히려 감지덕지다.
누구나 꿈속에서 조차 생각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한번쯤은 달리고야 싶지만 선뜻 혼자서는 나서지 못하는 풀 코스 마라톤에 함께 동반주로 안내 해 준다는 것이 이내 감격스러웠나 보다.
같은 사무실 옆자리에서 근무한지도 어언 3년여가 흘렀고 이미 그전에 가깝게 알고 지내던 것 까지 포함하면 10여년이 넘는다.
직장 동료로서 상사로서 때로는 형과 동생으로서, 선배와 후배로서 끊임없는 짜증과 좌절과 혼돈, 그리고 애매한 지시와 뜻 모를 화냄으로 관계가 흐트러져도 한참 흐트러져도 흐트러졌을 관계인데도 억척같이 따라다니며 존경과 애증을 담아 가족의 스스럼 없는 인생관까지 털어 놓는 사이로 발전했다.
나 역시 마라톤에 입문할 때부터 끊임없는 지도와 자신을 포기한 마라톤 동반주로 격려와 채찍을 거듭하여 풀 코스 27번째 완주라는 금자탑(?)을 쌓도록 해준 사부가 있다.
그 뜻을 모듬어 이미 4년 전에 첫 번째 후계자를 길러내어 이미 청출어람으로 나보다 빠른 시간대로 오히려 나를 격려하는 위치로 등극시킨 경험을 살려 이제 두 번째 후계자를 막 탄생시키는 시점이 된 것이다.
미리 내 것과 함께 배 번을 들고 기다리기를 10여분, 드디어 나타난 후계자의 모습이 영 달릴만한 분위기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보인다. 두툼하고 검정색으로 된 운동화는 밭일 나갈 때나 신으면 좋겠고, 헐겁고 펑퍼짐해서 축구 할 때나 입으면 좋을 것 같은 빤쓰(?), 그리고 팔자걸음으로 걷는 거만함이 오늘 하루 종일 동반주 하다가 내가 먼저 지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그래도 마음 만은 충성스러운 자세로 언제나처럼 귀에는 MP3를 꼳고, 거수 경례로 인사를 하며 다가오는 모습은 영락없이 군대에서 훈련 받으러 입소하는 신병의 그 모습 그대로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분주하기 이를 데 없는 본부석으로 자리잡은 동물원 북문의 리프트 승차장 주변은 입추의 여지도 없이 남녀 구분 없는 혼잡스러움이, 아니 대회가 무르익은 열기가 가득하다. 일찍부터 준비한 달림이들의 사전 준비가 만만치가 않다. 올림픽이나 전국체전처럼 경쟁하는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지 이들의 선각적인 노력과 치밀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나다. 적당히 준비하고 되는대로 달려서 늦으면 늦는 대로, 조금 빠르면 빠른 대로 분위기에 젖어 드는 초짜 배기 풀 코스 마라토너에게는 부러움과 함께 그런 준비를 위해 서둘러야 하는 분주함이 오히려 거부감마저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나도 동반주해 주어야 할 병아리를 이끌고 왔기에 누구보다도 먼저와야 했고, 누구보다도 하나라도 더 준비해야 했다.
테이프를 사이즈대로 잘라 종아리부터 무릎, 그리고 가슴 꼭지까지 준비하고 더 나아가 지난 주부터 발등의 부어 오름을 호소한 것을 기억하여 별도의 테이프까지 길이에 맞게 잘라 왔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급히 오라는 연락이 온다.’
‘이런!’
테이핑의 기본을 알려주고 얼른 화장실로 달려간다.
언제나처럼 마라톤 현장의 화장실은 나를 위해 항상 공간을 준비해 놓지 않고 불러 대는 것이 화근이다. 뒤꿈치를 동동 구르며 기다리기를 불과 5분여…그래도 다행히 순서가 길지 않아 부름에 응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옆 칸의 화장지 타령을 듣다 보니 내 칸의 충분한 화장지 축복에도 감사를 해 본다. 다음부터는 화장실 호출은 자제해 주기를 기원하며 나의 동반자 준비 상태를 점거하기 위해 다시 탈의실 앞으로 이동하니 나름대로 적당히 테이핑을 완성하고 있었다.
우리가 늦게 출동했나 보다. 어느새 출발 시간이 임박하여 왔다.
‘화장실 호출이 어찌 나에게만 있을까?’
‘처녀 출전한 동반자에게 왜 호출이 없으랴’!*^-^*
준비운동이 이미 끝나 출발을 대기하고 있는데 화장실의 호출을 받고 달려가는 나의 동반자를 바라보며 그래도 웃음이 나온다. 사실 안산에서 이른 새벽부터 전철로 달려온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지 않는가?
출발선에 준비된 음료수를 무조건 한잔 마시고 바세린 바르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일전에 겨드랑이가 쓸려서 오랫동안 고생한 적이 있기에 미리 미리 준비해 둔다. 세심한 도구를 준비해준 주최측이 무한 정성스럽게 느껴진다. 아마추어 마라톤 클럽으로 프로 급의 선수부터 신생 초짜 들의 희망 팀 달림이들까지 섭렵하여 골고루 관리해 주기도 만만치 않을텐데…
서울 마라톤 클럽의 이름으로 인하여 내가 서울 산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조건 중에 하나로 등록하련다.
준비운동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늦어 출발전의 짧은 스트레칭으로 아쉬운 운동을 하고 이내 출발 신호가 울려 퍼진다.
‘다섯, 네엣, 세엣, 두우울, 하아나…’
앞자리를 선택한 덕에 처음부터 선두와 함께 치고 나간다. 코끼리 열차가 다니는 코스는 맛 배기로 땀을 적당히 흘려 주는 코스다.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가 다시 오르막길을 훈련 삼아 치고 올라오면 동물원 정문에서 대회 주최측뿐만 아니라 동물원 관계자들까지 나와서 사진까지 찍어 주면서 반갑게 맞이 해 준다. 아직 동물원이 개원하지 않은 시간이라 우리 달림이들만이 열심히 동물원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동물원 내부를 두 바퀴 돈다고 했으니 반달에서 연습한 느낌을 그대로 느끼며 한 걸음씩 내닫는데 첫 번째 언덕을 다 오르기 전에 벌써 숨이 턱에 차오른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반복되는 코스를 미리 안 것이 독일까?
옆에서 따라 뛰어 오는 나의 영원한 동반자가 벌써 말이 없어졌다.
하기사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일까?
얼굴은 이미 붉게 상기되어 있다.
땀이 쉽게 뒤범벅이 된다.
칠순 마라톤 동호회 회원님 한 분이 우리들을 앞 질러 나가신다.
‘절대로 추월해서는 안 된다.’
오래 전부터 일찌감치 체험한 경험이 있다.
‘절대로 추월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마라톤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연습에 비례하는 운동이다.
물론 특별하게 탁월한 체력 조건을 갖춘 사람도 있으리라.
하지만 분명히 말해 두건대 마라톤은 절대로 연습에 비례하는 운동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절대로 고령이신 분이 앞서 가신다 해서 추월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여성이 앞질러 간다고 해서도 절대로 추월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동반자는 말이 없다.
얼굴에 한 가득 땀을 안고 벌겋게 달아 오른 상기된 모습으로 묵묵히 따라 오는 것만으로도 감지 덕지다.
내가 다른 사람의 동반주를 한다는 것이 우습다는 생각이 갑자기 동해진다.
‘대회에 나가서 꼴찌로 골인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그럼에도 혹서기 마라톤 대회는 제한시간이 없는 것이 무엇보다도 초보 달림이가 가장 편안한 대회가 아닌가?
언덕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힘들어 하는 초보자에게 핑계거리도 되고, 더군다나 혹서기 대회 아닌가?
‘둘러댈 말이 너무 많다.’
무더운 여름에 혹서를 물리치고 달려야 한다는 프리미엄이 왕창 들러 붙어 있는 것이다.
비록 시간대가 늦더라도 다 이유가 있다.
누구도 흉볼 수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기에 처녀 출전의 달림이들이 서울 마라톤을 좋아해야 하는데 대회가 있는지 조차 모르니 어짤꼬?
주로에 늘어선 간식과 자원 봉사자들의 응원이 한층 부족한 체력을 보강해 준다.
동물원 내부를 두 바퀴 돌고 드디어 다섯 바퀴를 돌아야 하는 본래의 주로에 올라선다.
골인 점을 먼저 맛보고 다시 되돌아 나오는데 벌써 뒤로 달림이들이 얼마 안 보인다. 모두가 앞서서 달려 나가는데 어차피 4바퀴까지는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마주 보고 또 인사하며 달려야 한다. 벌써 몇몇 사람들이 눈 가득히 인상적인 모습으로 기억에 남는다.
뒷모습이 특히 아름다운 여성 달림이를 비롯하여 연세가 지긋하시면서도 평정을 잃지 않으시고 꼿꼿이 달려 나가시는 어르신들, 다부진 체격에 닥 달라 붙은 쫄쫄이 복장으로 곧 터질 것 같은 육체미 전사들, 다소곳이 달리면서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고 시간대가 비슷하여 앞서거니 뒤서거니 좌우에 함께 달리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바라보느라 어느덧 한 바퀴를 도는데 익숙해진 느낌이다.
어느덧 마라톤의 성상이 횟수를 거듭하면서 주로에서 만났던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눈 인사가 아니라 두 주먹 불끈 쥐어 보이며 아예 목청껏 인사를 나눈다.
((((((((((((((((((힘))))))))))))))))))))
‘아무리 힘들어도 언덕길을 오를 때도 달려서 올라가야 한다’는 나의 사부 단결님의 훈시처럼 나도 변함없이 “앞굼치로 톡! 톡!”을 외치며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많이 힘들텐데도 시키는 대로 말없이 잘도 따라 온다.
가끔씩 나름대로 자세가 출중한 달림이들을 가르키며 자세 교정에도 힘써본다.
발 뒷굼치를 먼저 땅에 내려 놓아야 온 몸으로 충격을 받아도 완충이 된다는 상식적인 말에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순종하는 나의 동반자가 역시 기특하기 이를데 없다. 볼링공이 떨어지는 충격만큼 다리에 힘이 내리 쏟아진다는 말에 짐짓 놀라는 눈치다.
제 1급수대를 지나 첫 번째 물바가지는 작년과 변함없이 물의 인심이 후하다. 처음이라 눈인사로 통과한다. 다시 두 번째 물바가지는 아예 호스를 온 몸에 들이대는데 달림이들보다 물 뿌려주는 자원 봉사하는 학생들이 더 즐거워 하며 피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온 몸을 물로 뒤집어 쓰고 우리들에게 물세례를 권하고 있다. 곧바로 나타난 저수지 인공 댐 옆의 세 분의 여성분이 작년과 똑 같은 응원을 펼치는데 금년에는 금풍도사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이 몇 분 더 동참하여 열기를 더해 준다. 그런데 세 분의 여성분들은 반달에서는 열심히 달리던데 본고사는 치르지 않고 예비고사만 치르고 본고사에서는 응원만 하신다.
어쨌든 그분들의 열정으로 다섯 바퀴를 도는데 이상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든든하다.
이내 활기가 넘친다.
다리를 건너자 곧바로 제2 급수대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이곳이 바로 달리기의 정점이 되는 곳 아닌가? 힘들어 지칠 대로 지친 몸이 금새 원기 회복되는 중요한 지점인 것이다. 곧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되면서 얼마 전 내린 비로 왼쪽으로 시원한 자연 폭포수가 나타나고 목동 마라톤 클럽의 북소리 응원단이 우리를 맞이해 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변함없이 환호성을 울려 준다. 목동 마라톤 클럽의 회장님은 개인적으로 얼음을 후원해 주셨다니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내리막길이라 수월하다 싶었는데 다시금 제 4급수대가 바로 나타난다.
‘작년에 골인지점에 있던 급수대가 대신 이곳으로 옮겨 왔는가 보다…’
어쨌든 급수대 많다는 것은 달리면서 무한대로 보충이 가능한 것이기에 너무나 신나는 일이다.
달리면서 힘들텐데 쉬었다 가란다.
‘얼음과 수박과 토마토, 그리고 시원한 물이 잔뜩 있으니 힘들면 천천히 걸어 가고…’
‘응원인지 장난인지…어쨌든 즐겁기만 하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은 피곤함을 잊고 반대편의 언덕길을 올라오는 앞 선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신나게(?) 내리 달림을 할 수 있어 가슴 가득히 뿌듯하다. 물론 곧바로 우리들이 올라와야 할 고행길이기도 하지만…
드디어 마지막 제 5급수대를 맞이하니 곧 반환점이란다. 서울 마라톤 클럽의 회장님이 주시는 아이스 크림이 기다리는 곳이다.
그런데 세 바퀴째 돌아야만 아이스 크림을 먹을 수 있단다.
이제 네 바퀴밖에 남지 않았다.*^-^*
벌써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나의 동반자가 벌써부터 걷고 싶은가 보다.
‘안 된다.’
갑자기 단결님이 나를 동반주 해주면서 꼼짝 못하도록 자근 자근 뛰도록 압력을 가했던 지독한 고행길이 생각난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이 마라톤을 왜 뛰어야 하나?’하고 의문의 의문을 거듭하며 억지로 달려 마지막 골인하고서야 달려야 할 이유를 알았던 기억이 새롭다.
‘나도 배운 대로 후배에게…’
절대로 걸으면 나중에 더 못 뛰게 된다.
톡!톡! 앞 굼치를 세워 한 발자국씩 뛰어 올라간다.
‘언덕이 대수냐?’
한 바퀴째인데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걸어 올라간다.
처음으로 풀 코스를 뛰는 것이라 몸 상태를 예측할 수 없어 약간의 두려움이 앞선다.
‘머리가 띵하지는 않냐?’
‘가슴이 답답하지는 않고?....’
아니란다.
다행이다.
벌써 몇몇의 주로에서 만나 인사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먹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며 배가 가득 채워져 가는 느낌이 들어 자제를 해야 할 상황까지 달한 것 같다. 아무래도 물과 수박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은근히 화장실로부터 호출이 빈번해진다.
‘아무래도 가벼운 것이 달리기에 좋을 듯 싶은데…’
달리면서 또 한가지 보는 즐거움을 마음대로 어찌 표현하랴!
달리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둥, 저런 모습이 지치지 않는다는둥, 그러면서도 가슴에 붙은 이름표를 보면서 공연히 이름과 외모도 비교해 보는 즐거움을 은근히 만끽하면서 지칠 대로 지친 몸가짐을 추슬러 본다.
마라톤에 출전하는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비단 복장만의 문제가 아니리라.
모두가 달리면 아름답고 멋있어 보인다.
‘나도 그러려나?’
‘동반자가 아는지 모르는지…’
나중에 알고 보니 나보다 더 확실한 평가를 하면서 달리고 있지 않은가?...
혹서기 마라톤의 최고 장점으로 부각되는 반복되는 코스로 인해 자주 만날 수 있는 모습들이 무엇보다 엄지를 가장 높게 들어 주고 싶다.
‘달리는 즐거움은 말해 무엇 하랴?’
두 바퀴를 돌아 드디어 나의 동반자가 지속적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거리의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지금까지 가장 길게 뛰어 본 것이 하프코스이니 당연히 기록갱신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말 저런 말로 달래며 설득하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반환점에 다다르기 전에 아이스 크림의 유혹으로 달래 보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저 언덕을 넘으면 마지막이라 했지만 되돌아 오면 또 나타나는 언덕인데…
‘이제 겨우 3바퀴 남았다 했지만 그 한 바퀴가 얼마나 힘든데…’
저기 올라 가면 급수대에 간식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 봐야 수박 한 두 조각 먹으면 배가 불러 이제는 더 이상 물조차 마시기 버거운데…
‘저 어르신도 뛰는데…’라고 격려를 하지만 ‘절대로 추월하면 안 된다’고 할 때는 언제고…
마지막 바퀴째는 폭포수에 몸을 담가 시원한 피서를 대신하자고 해도 그 마지막 바퀴까지 정말 뛸 수나 있으려나?.....
지난 반달에서는 폭포가 흘러 내려오지 않아 실망했는데 다행히 두 번의 비가 와서 양은 적지만 폭포가 흘러 떨어지고 있었다.
주로에 가끔 아는 사람들이 있어 인사를 하다 보니 고등학교 후배들이 함께 뛰고 있었다. 지난 경기마라톤에서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나를 기다리며 끝까지 응원해 주었던 후배들의 응원이 안스러워 하는 것 같아 머쓱한 기분이다.
그래도 지금 나는 마라톤 처녀 출전하는 사람 동반주를 해주고 있는데…
서브 쓰리 주자인 후배가 4시간30분대에 들어가는 것을 보며 ‘이 대회는 이렇게 힘든 대회이니 마음 편히 달리라’고 아낌없는 격려를 해 본다.
주로에서 퍼주는 바가지 물세례를 거부하던 동반자가 드디어 자청하여 물세례를 자원한다.
온 몸에 시원하게 흘러 내리는 물줄기가 가슴속 가득히 스며들어 가는 것 같다.
얼마나 달렸을까? 시간대를 보니 처녀출전의 풀 코스를 보통 이상의 기록으로 골인할 것이 확실해 진다.
슬금 슬금 욕심이 생긴다.
이왕 달리는 것 조금 땡겨 볼까?
어이! 마지막 한 바퀴인데 남은 힘 다 쏟아 붓는 것 어때?
세 바퀴째부터 나누어 주기 시작하던 아이스 크림이 남았나 보다.
회장님의 열정이 담겨있는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받아 들고 마지막 언덕을 올라가는데 나의 뛰는 속도와 동반자의 걷는 속도가 같다.
‘나도 지칠 대로 지쳤나?’
아무래도 언덕길은 몸에서 받아 주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지금 동반주를 해주고 있지 않은가?
지난번 반달에서 등산객으로부터 얼음과자 빈 봉지를 들고 ‘당신네들이 이렇게 버리고 갔다’면서 호통치던 기억이 새로워 동반자가 천천히 달려오는 틈을 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빈 봉지들을 주워 모은다. 꽤나 많은 쓰레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나중에 모두 청소를 할 것이겠지만 나도 조금은 수고를 덜어준다는 생각으로 하나 둘 주워 모아서 급수대 쓰레기와 섞어 놓는다. 스스로 뿌듯해 진다.
제 4급수대를 막 지나자 천둥 소리가 진동한다.
‘뭐야? 한 탕 쏟아지려나?’
생각과 동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목동 마라톤 클럽의 북소리 응원단이 긴급히 철수를 한다.
‘이번 여름 제대로 여름 휴가를 가지 못했는데 폭포에 잠시라도 담그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싫다는 동반자를 억지로 끌고 폭포수로 올라간다.
온 몸이 시원해지는데 내려가기 싫다.
달리기도 싫다.
머리끝은 떨어져 나갈 듯 시원한데 순간 아랫도리가 따뜻해 진다.
불청객의 호출 받은 것을 훨씬 수월하게 응해 본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그냥 있을까?’
하지만 마라톤 완주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시원해진 몸을 추스려 다시 달려 나간다.
살살 뿌리는가 싶던 빗줄기가 이내 하늘을 찢어 놓은 듯이 쏟아진다.
서울 마라톤 클럽이 특수 제작한 샤워대(?)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
‘기막힌 샤워 시설까지 준비 했구만!’
여느 대회에서 맛보지 못한 특수 샤워를 하면서 마지막 골인 점을 향해 달려 가고 있다.
이제 뒤로 몇 명 없는 것 같다.
아직도 한 두 명이 5바퀴째 턴을 하고 달려 나오는 모습이 골인 점을 향해 내닫는 중에 보인다.
‘저 사람 보면 힘이 더 나지 않는가?’
뭔가 자극제가 필요했다.
갑자기 군가 생각이 난다.
“사나이다 깡다구다 ROTC다.”
그렇다 지금 함께 뛰는 우리들은 모두 ROTC 장교 출신이다.
어느새 머리 속에 군대시절 혹독했던 훈련중의 군가를 불러가며 마지막 골인 점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다.
특히 처녀 출전한 나의 동반자는 나의 사부 단결님처럼 특전사 출신이다.
알량한 자극에 갑자기 도망치듯이 앞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한다.
마지막 내리막길이기는 해도 아예 내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내쳐 달려 나간다.
‘이런 젠장!’
나도 정신 없이 뛰어본다.
비가 와서가 아니라 함께 뛰어야 할 친구가 달려 나가니 나도 어쩔 수 없다.
골인 점에서는 최근 큰 부상에서 완전 회복되지 않은 나의 사부 단결님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을 제대로 찍기 위해 먼저 골인을 유도하고 나는 짐짓 뒤쳐져 천천히 들어간다.
단결님이 마이크를 잡고 우리를 맞이 한다.
“정 무종선수 드디어 마라톤 처녀 출전하여 무사히 완주를 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정 무종선수 개인 통산 풀 코스 마라톤의 최고 기록입니다.”*^-^*
“곧 이어 정 희순선수도 골인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늘 가득히 쏟아지는 샤워 비를 맞으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대에 골인했다.
“5시간 38분20초”와 “5시간 38분24초”
나 개인적으로 27번째의 풀 코스 완주와 함께 동반주한 정 무종의 마라톤 풀 코스 첫 출전 완주를 마무리 한다.
비빔밥과 오이 냉국이 모자 챙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과 범벅 되어 입으로 들어가는데 그 맛이 가히 최고중의 최고다.
KBS, MBC, SBS모두 찾아 나서야 할 맛 집이다.
군대 시절 철모 끝으로 떨어지는 빗물에 국물이 줄어들지 않은 채 짬밥을 먹던 시절이 떠 오른다.
‘그때 밥 맛도 끝내 주었는데…’
오이 냉국의 양이 쉽게 줄어들지를 않는다.
서울 마라톤 클럽의 2008년 혹서기 마라톤은 이렇게 해서 끝이 났다.
숨은 곳에서 수고한 서울 마라톤 클럽 관계자 여러분들과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내년에 또 만날 것을 기약 하면서…
<?xml: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2008년8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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