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미와 봉사자가 함께 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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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준 작성일06-08-17 19:01 조회2,83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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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라톤클럽
2006 혹서기 마라톤대회 참가수기 / 2006.8.12.(토) 오전8시, 과천 서울대공원.
달리미와 봉사자가 함께 한 축제(한마당 잔치)
김 기 준(배번 709)
혹서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신 모든 달리미들과 봉사 해 주신 모든 분들, 특히 서울마라톤클럽 회장님과 함께 하시는 모든 회원님들과도 깊은 감사의 정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싶다.
대회요강 인사말에 ‘마라톤 소풍’이라는 용어가 아주 이색적이었다. 평소 풀코스의 도전은 봄 ․ 가을 2회로 한정하고 주로 하프코스를 즐겨 참가하곤 했는데 작년 혹서기대회의 무용담이 1년 후를 기다리게 했다. 접수가 시작되면 얼마 안가 마감이 될 것을 알고 시작되자마자 신청을 해 놓고 너무 서두른 것이 아닌가, 동호회에 연락도 하고 함께 하는 것이 났지 않았을까 전전긍긍 했는데 웬걸 30여분이 좀 지난 뒤 바로 접수마감이 되어 참으로 달리미들의 열정에 놀랐다.
일단 접수를 해 놓고 입도 뻥긋 안하고 내면적으로만 잘 해낼 것으로 다짐을 거듭했다. 주최 측의 의도가 기록과 관계없이 소풍이라고 하니 더운 날씨를 감안해서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하자, 그리고 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치러 보자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매일 한번씩 코스맵을 따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노라면 적지 않게 언덕에 대한 공포가 생긴다. 혹서기 마라톤 대회라고 하면 이구동성으로 “아! 그 언덕 죽이는데---.”
대회 참가일 아침의 컨디션이 그 날의 기록을 가름한다. 전 날 피곤한 몸을 풀기 위해 휴식을 취한다고 했지만 전전날 과음한 후유증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무모하게 살고 있을까, 대회를 앞두고 과음으로 혼 난 기억도 다 지워지기 전에 또 우를 범하다니 하고 자책 해 본들 소용이 없다. 애써 컨디션을 조절하여 새벽 5시30분에 집을 출발하니 그런대로 마음이 새롭다. 늘 함께 해주는 아니 함께 해 주기를 바라는 옆 지기를 이번만큼은 집에 있으라고 하고 혼자 갈까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생각뿐이지 표현이 되지 않는다. 더위를 잘 못 견디는 체질이기에 내 주력을 감안하여 오후에 대회장으로 오라고 해도 되는데 차마 말을 못 했다.
대회장에 도착하고 보니 다행이도 햇빛은 평소 보다 강하기가 덜한 것 같고 시간도 좀은 여유가 있었다. 코끼리 열차 길을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 곳이 가장 햇빛에 노출되는 코스라고 했는데 군데군데 나무숲이 있어 그리 힘들 것 같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달리미들과 가족들을 보면서 그래 옆 지기와 함께 온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옆 지기도 선수가 다 되었다. 일정을 잘 아는 터라 우선 배번부터 받아야 한다고 기염을 토한다. 배번을 달고 얼굴과 노출된 피부에 선 크림으로 도배를 한다. 지난 번 울트라 때 대충 발랐더니 발라진 부위와 아닌 부위가 완연히 차이가 나 지저분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아예 도포를 했다.
대회 본부에서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 스트레칭 자리로 옮기는데 최경렬 훈련부장을 만났다. 대회 참석은 안 해도 오시겠다더니 얼마나 반가운지. 혼자서 우물쭈물 몸 풀기를 하는데 역시 우리 가마동 회원들이 합동으로 스트레칭 하는 것만 영 못했다. 어딘가에 모두들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내 잊고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여느 대회와 달리 기념식도 단출하게 100회 주자들 축하 하는 것으로 하고 바로 출발했다.
마라톤 소풍이니 서두를 일도 없다. 천천히 뒤 따라가며 몸을 충분히 풀자. 코끼리 열차 길을 좌로 크게 돌며 최미경 젬마와 이상명 프란치스코 형제를 만나 동반 주를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앞으로 보내며 오버하지 말자고 조심을 했다. 다시 돌아와 스타트 라인을 밟고 지나는데 반갑게 맞이하는 옆 지기의 격려가 고맙다.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는 옆 지기의 사랑에 뿌듯함을 안고 처음으로 달려보는 동물원 길을 힘차게 내딛었다. 이 코스를 두 번 돌아야한다는 것은 분명히 미리 확인했지만 막상 이정표에서 어떤 이는 이쪽으로, 어떤 이는 저쪽으로 가라고 하는데 좀은 혼란스러웠다. 코스를 잘 못 들어 선 것은 아닌가하고 주춤거렸다. 팻말이 1회․2회로 같은데 적혀 있는데 약 10m 전방부터 경계 핀으로 구분하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동물원 길을 2회 달린 후 언덕을 오르니 이제야 코스가 확실히 감이 잡힌다. 대회 주최 측에서 이미 2주간 동안 매주 토요일 연습 주를 할 기회를 주는 배려를 했는데 한 번도 참여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렇게 잘 해 주었다는데 힘이 들더라도 코스라도 익혀 두는 기회를 가져 보았으면 훨씬 적응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자 이제부터 정말 힘든 코스다. Finish line을 미리 밟아 보는 쾌감이 얄궂었다. 좌우로 격려 해 주시는 봉사자들의 함성이
활력을 일깨워 준다. 그 와중에도 옆 지기의 화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히 듣던 대로다. 바로 언덕으로 이어지는데 그 길이가 만만치 않다. 언덕이 엄청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어려우리란 상상을 못했다. 남산에서 언덕 훈련을 해본 경험도 있고 한 차례인가 대공원 뒷길도 달려 보았는데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공원 내 외곽코스가 그리도 험난한지. 그러나 매력이 있는 코스다. 오름이 높다보면 내려옴의 편안함도 있을 테니 결국은 그게 그것인거. 그리 힘겨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혹서기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너무 많이 읽은 것 같다. 그 전 같으면 웬만하면 급수 대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침이 매 급수 대에서 꼭 보충을 해 주라는 것이었다. 자주 마셔라. 목마름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다. 아직도 경험이 부족한지라 남들이 서면 나도 서고, 남들이 먹으면 나도 먹고 주는 대로 받아 마시고 먹다보니 이건 배가 흔들려 못 뛸 정도(?)이다. 하다보니 아예 급수대가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그곳만 가면 쉬는 곳이 되어 버렸다. 에구, 모르겠다. 소풍 왔으니까하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자봉 청년들의 익살이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배번을 보고 젊은이들이 힘껏 불러 주는 이름에 기운이 생긴다. 목동의타악기(난타) 얼마나 신명나게 치는지 정말 한바탕 함께 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짓궂은 여장미인, 어쩌면 그렇게 예쁜지. 단련된 다리만 안 보였다면 깜빡 속았을 번했다. 열정적인 한국의 아줌마(?)의 정력에 탄복,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그토록 목청껏 호명하면서 힘내라고 했던 아줌마, 처음에는 잠시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5회 왕복하는 내내 그 모습이다. 너무 가상해서 진심으로 감사 드렸다. 정말 뛰는 우리보다 더 힘드셨을 것이다.
차가운 얼음 물, 스포츠 음료, 수박, 메론, 떡, 김밥, 냉커피, 쵸코렛, 오이, 배, 바나나 등등 코스가 변할 때마다 메뉴가 업그레이드된다. 특히 2회 반환 후부터 하드를 들고 오는 달리미가 있어 소속 동호회나 가족들의 극성인줄 알았는데 반환점에서 아예 나누어 주고 있는데 아연 실색할 수밖에, 나중에 알고 보니 마라톤 클럽 박영석 회장님이 직접 나누어 주셨다니 인사라도 드릴 걸. 더위에 달궈진 머리에 호수로 찬 물을 뿜어 주어 식혀주던 정성, 또한 군대 하절기 훈련에서 볼 수 있었던 소금을 두신 배려. 이 모두가 달리미들을 위하고, 달리미들의 입장에서 준비하신 그 정성이 너무나 감동스러웠습니다.
왕복 회 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달리미들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내 주력으로 3회 왕복 시간 정도면 이미 기록이 좋으신 분들은 종착점에 도달 했을 것이고 아예 자신이 없는 분들은 뛰기를 접었을 것이다. 오늘 이 대회에는 우리의 호프인 함연식 코치가 달리고 있는데 그 주로 상에 내가 함께 뛰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그 외에도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이 다수 함께하고 있으며 오며 가며 반갑게 “힘!”을 외쳐 준다. 이 짧은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그 씨 익 웃어 주는 모습이 눈에 삼삼하다.
함 코치 님 선 그라스가 아주 잘 어울리는데 나 역시 선 그라스를 쓰다보니 서로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거의 눈을 내리깔고 달렸으니 한번인가 스치고 말았다. 고계연 형제의 싱긋 웃어 주는 매력적인 모습, 오복희 아가다 자매의 매실차 어찌나 시원하고 싱그러운지. 장애우 봉사자로 나선 이원애 리따의 격려 또한 힘이 되었다. 수란 양의 돌발 호칭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못 본지가 언제야? 임병영 회장님께서 격려차 오셨다가 한 없이 늦게 들어오는 나와 최 젬마를 맞이해 주시는데 몸 둘 바를 몰랐다. 옆지기 아가다의 끈질긴 격려의 모습에서 왠지 가슴이 찡하다. 얼마나 속이 탓 을까? 저러다 일내면 어쩌려고, 그러면서도 나를 확신해 주는 신념이 있다. 그러기에 나 역시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미 3차례 왕복하다보니 길이 익숙해지는데 한갓지고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간혹 동물의 울음소리, 더위를 적당히 식혀주는 숲 터널, 그런대로 힘들지만 아기자기한 코스다. 이미 Finish line에서는 앞 선 선수들의 순위가 알려지고 있다. 역시 예상 했던 대로라고 하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의 함 코치님이 우승이란다. 경사 났네. 한편으로는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어렵다는 혹서기 대회에 출전한 시각 장애 우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또한 이와 함께 달리는 봉사자의 정성에 “힘!”을 외치지만 나중에는 그도 지나친 것 같아 조심스러워 눈길과 손만 살짝 드는 것으로 했다.
마라톤을 시작 한 이래 이렇듯 소풍 기분은 처음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축제행사로 자리 잡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가족들과 더불어 아예 가족 프로그램까지 할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 욕심일 뿐이지만. 짧게나마 동물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즐겼던 기분, 그러나 대회는 대회였다. 달리미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니 불안 해 지기 시작했다. 갈 길은 아직도 멀고 다리에 힘은 없고 늦게나마 몰아서 뛰느라고 힘이 든다. 축제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남은 길이 천리만 같은데. 여기저기서 서서히 마칠 준비를 한다. 준비된 물건들도 떨어져 가고 그 힘차게 들리든 북 소리도 살아진지 오래다.
이제 본인도 종점을 향하여 마지막 힘을 내 본다. 그러나 풀린 다리는 마음만 바쁘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마라톤하기에 빈축을 살 정도로 적은 나이도 아닌데 스스로도 이 나이에 뛸 수 있다는 것이 대견스러웠는데 날이 갈수록 더 웅크려진다. 실제는 어떨지 몰라도 나보다 연배가 많으신 분들이 어찌도 잘 뛰시는지 건방 떨었던 내가 부끄럽기 한이 없다. 지쳐서 걷는 것인지 뛰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그나마 힘든 것에 위안은 반환지점(=최종 Finish line) 이 언덕길 아래쪽에 있어 지켜보고 있는 가족 앞에 그나마 힘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다행이다.
오늘 대회를 종합적으로 평가 해 본다면 한마디로 “아직 멀었어. 진정한 마라토너라고 할 수 없어.” 라고 하면서 자신을 책한다. 공식기록이 06:08:47 이다. 원래 잘 뛰지도 못하지만 본인 최고 기록에서 1시간이 넘는 기록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쾌할까? 반면에 준비 과정에 너무나 소홀 했고 매 번 후회하는 일이지만 대회 전 과음은 정말 마라토너로써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기본이 안 된 것이라 절감한다. 게으름으로 인해 일반 대회 때보다 더 못한 훈련, 매일 거르지 않고 음주. 더구나 대회 전전일 초상집에서의 과음, 이러면서도 어떻게 42.195km를 평소 수준에서 보다 여유롭게 잡았던 것이 잘 못이다. 물론 더위와 언덕을 감안하긴 하였으나 5시간 30분으로 목표했던 것이 쑥스럽다.
누군가 글에 “혹서기 참가하여 보니 춘마, 중마, 동마는 참가하기가 싫다.”라고 했는데 물론 풍요로움과 넉넉함에 잔치 분위기에 걸 맞는 말씀이다. 그런 특화된 대회이기에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차별은 필요하다. 마라톤의 진수와 즐기는 분위기의 대회와는 좀은 차별화 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 중간에 플래카드, 길가에 핀 사랑의 꽃 글씨.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 왔습니다. 힘내십시오.” 등 등
“이제 혹서기는 하지 말라.”는 부인의 얘기에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년 혹서기 대회를 기약한다. 주로에 일본어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마라톤을 통해 세계가 하나로 되는 듯 하다. 세계 속에 명품 혹서기 대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참가국이 날로 늘어 아예 각 나라 말로 된 격려 문구를 주로 주변을 치장하자.
이번에 보여 준 서울마라톤클럽의 열정과 성의, 그 넉넉함에 함께 하고픈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앞으로도 그런 자세와 마음으로 준비 하신다면 어떤 대회라도 훌륭하게 해 내시리라 확신한다. 참가비면에서도 다른 대회보다 훨씬 저렴했는데, 그 비용으로 이렇게 큰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 당치도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절대 가능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아마 클럽을 신뢰하고 그 정신과 능력을 알기에 주위에서 많은 격려와 힘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골인 후 메달을 걸어주고 대형타월, 칩 제거, 쥐어 준 비닐 주머니에서 아미노-밸류와 맨담온열고 첨부제 등, 더위에 젖은 몸을 씻을 수 있도록 한 샤워, 식사(냉채 미역국, 열무 비빔밥), 황송하게도 월계관에 기념촬영(기록이 저조해서 그렇긴 하지만). 등을 준비한 넉넉한 마음이 좋다.
굳이 건의라고 할 것은 못 되지만 바람이 있다면 혹서기 마라톤대회 자체 게시판이 있었으면 한다. 서울마라톤클럽에서 주관하는 대회이긴 하지만 대회 특성상 별도의 게시판이 있어 서로가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서울마라톤 클럽 - 만남의 광장 -에서 혹서기 대회 게시판 역할을 하는지 몰랐다. 아예 대회요강에 게시판은 클럽 만남의 광장을 이용하라고 하던가 그 보다는 혹서기 마라톤 개최요강이 있는데다 게시판을 개설해 주면 좋겠다.
애 쓰신 모든 봉사자들과 주최 해주신 서울마라톤 클럽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클럽이 날로 번창 하여 한국 마라톤계의 대들보로 건재하기를 바란다. 끝.
2006 혹서기 마라톤대회 참가수기 / 2006.8.12.(토) 오전8시, 과천 서울대공원.
달리미와 봉사자가 함께 한 축제(한마당 잔치)
김 기 준(배번 709)
혹서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신 모든 달리미들과 봉사 해 주신 모든 분들, 특히 서울마라톤클럽 회장님과 함께 하시는 모든 회원님들과도 깊은 감사의 정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고 싶다.
대회요강 인사말에 ‘마라톤 소풍’이라는 용어가 아주 이색적이었다. 평소 풀코스의 도전은 봄 ․ 가을 2회로 한정하고 주로 하프코스를 즐겨 참가하곤 했는데 작년 혹서기대회의 무용담이 1년 후를 기다리게 했다. 접수가 시작되면 얼마 안가 마감이 될 것을 알고 시작되자마자 신청을 해 놓고 너무 서두른 것이 아닌가, 동호회에 연락도 하고 함께 하는 것이 났지 않았을까 전전긍긍 했는데 웬걸 30여분이 좀 지난 뒤 바로 접수마감이 되어 참으로 달리미들의 열정에 놀랐다.
일단 접수를 해 놓고 입도 뻥긋 안하고 내면적으로만 잘 해낼 것으로 다짐을 거듭했다. 주최 측의 의도가 기록과 관계없이 소풍이라고 하니 더운 날씨를 감안해서 즐기는 마음으로 참여하자, 그리고 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치러 보자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매일 한번씩 코스맵을 따라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노라면 적지 않게 언덕에 대한 공포가 생긴다. 혹서기 마라톤 대회라고 하면 이구동성으로 “아! 그 언덕 죽이는데---.”
대회 참가일 아침의 컨디션이 그 날의 기록을 가름한다. 전 날 피곤한 몸을 풀기 위해 휴식을 취한다고 했지만 전전날 과음한 후유증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이렇게 무모하게 살고 있을까, 대회를 앞두고 과음으로 혼 난 기억도 다 지워지기 전에 또 우를 범하다니 하고 자책 해 본들 소용이 없다. 애써 컨디션을 조절하여 새벽 5시30분에 집을 출발하니 그런대로 마음이 새롭다. 늘 함께 해주는 아니 함께 해 주기를 바라는 옆 지기를 이번만큼은 집에 있으라고 하고 혼자 갈까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생각뿐이지 표현이 되지 않는다. 더위를 잘 못 견디는 체질이기에 내 주력을 감안하여 오후에 대회장으로 오라고 해도 되는데 차마 말을 못 했다.
대회장에 도착하고 보니 다행이도 햇빛은 평소 보다 강하기가 덜한 것 같고 시간도 좀은 여유가 있었다. 코끼리 열차 길을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 곳이 가장 햇빛에 노출되는 코스라고 했는데 군데군데 나무숲이 있어 그리 힘들 것 같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달리미들과 가족들을 보면서 그래 옆 지기와 함께 온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옆 지기도 선수가 다 되었다. 일정을 잘 아는 터라 우선 배번부터 받아야 한다고 기염을 토한다. 배번을 달고 얼굴과 노출된 피부에 선 크림으로 도배를 한다. 지난 번 울트라 때 대충 발랐더니 발라진 부위와 아닌 부위가 완연히 차이가 나 지저분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아예 도포를 했다.
대회 본부에서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 스트레칭 자리로 옮기는데 최경렬 훈련부장을 만났다. 대회 참석은 안 해도 오시겠다더니 얼마나 반가운지. 혼자서 우물쭈물 몸 풀기를 하는데 역시 우리 가마동 회원들이 합동으로 스트레칭 하는 것만 영 못했다. 어딘가에 모두들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내 잊고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여느 대회와 달리 기념식도 단출하게 100회 주자들 축하 하는 것으로 하고 바로 출발했다.
마라톤 소풍이니 서두를 일도 없다. 천천히 뒤 따라가며 몸을 충분히 풀자. 코끼리 열차 길을 좌로 크게 돌며 최미경 젬마와 이상명 프란치스코 형제를 만나 동반 주를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앞으로 보내며 오버하지 말자고 조심을 했다. 다시 돌아와 스타트 라인을 밟고 지나는데 반갑게 맞이하는 옆 지기의 격려가 고맙다.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다짐에 다짐을 하는 옆 지기의 사랑에 뿌듯함을 안고 처음으로 달려보는 동물원 길을 힘차게 내딛었다. 이 코스를 두 번 돌아야한다는 것은 분명히 미리 확인했지만 막상 이정표에서 어떤 이는 이쪽으로, 어떤 이는 저쪽으로 가라고 하는데 좀은 혼란스러웠다. 코스를 잘 못 들어 선 것은 아닌가하고 주춤거렸다. 팻말이 1회․2회로 같은데 적혀 있는데 약 10m 전방부터 경계 핀으로 구분하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동물원 길을 2회 달린 후 언덕을 오르니 이제야 코스가 확실히 감이 잡힌다. 대회 주최 측에서 이미 2주간 동안 매주 토요일 연습 주를 할 기회를 주는 배려를 했는데 한 번도 참여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렇게 잘 해 주었다는데 힘이 들더라도 코스라도 익혀 두는 기회를 가져 보았으면 훨씬 적응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자 이제부터 정말 힘든 코스다. Finish line을 미리 밟아 보는 쾌감이 얄궂었다. 좌우로 격려 해 주시는 봉사자들의 함성이
활력을 일깨워 준다. 그 와중에도 옆 지기의 화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히 듣던 대로다. 바로 언덕으로 이어지는데 그 길이가 만만치 않다. 언덕이 엄청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어려우리란 상상을 못했다. 남산에서 언덕 훈련을 해본 경험도 있고 한 차례인가 대공원 뒷길도 달려 보았는데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공원 내 외곽코스가 그리도 험난한지. 그러나 매력이 있는 코스다. 오름이 높다보면 내려옴의 편안함도 있을 테니 결국은 그게 그것인거. 그리 힘겨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혹서기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너무 많이 읽은 것 같다. 그 전 같으면 웬만하면 급수 대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침이 매 급수 대에서 꼭 보충을 해 주라는 것이었다. 자주 마셔라. 목마름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다. 아직도 경험이 부족한지라 남들이 서면 나도 서고, 남들이 먹으면 나도 먹고 주는 대로 받아 마시고 먹다보니 이건 배가 흔들려 못 뛸 정도(?)이다. 하다보니 아예 급수대가 사막의 오아시스가 되었다. 그곳만 가면 쉬는 곳이 되어 버렸다. 에구, 모르겠다. 소풍 왔으니까하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한다.
자봉 청년들의 익살이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운다. 배번을 보고 젊은이들이 힘껏 불러 주는 이름에 기운이 생긴다. 목동의타악기(난타) 얼마나 신명나게 치는지 정말 한바탕 함께 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짓궂은 여장미인, 어쩌면 그렇게 예쁜지. 단련된 다리만 안 보였다면 깜빡 속았을 번했다. 열정적인 한국의 아줌마(?)의 정력에 탄복,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그토록 목청껏 호명하면서 힘내라고 했던 아줌마, 처음에는 잠시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5회 왕복하는 내내 그 모습이다. 너무 가상해서 진심으로 감사 드렸다. 정말 뛰는 우리보다 더 힘드셨을 것이다.
차가운 얼음 물, 스포츠 음료, 수박, 메론, 떡, 김밥, 냉커피, 쵸코렛, 오이, 배, 바나나 등등 코스가 변할 때마다 메뉴가 업그레이드된다. 특히 2회 반환 후부터 하드를 들고 오는 달리미가 있어 소속 동호회나 가족들의 극성인줄 알았는데 반환점에서 아예 나누어 주고 있는데 아연 실색할 수밖에, 나중에 알고 보니 마라톤 클럽 박영석 회장님이 직접 나누어 주셨다니 인사라도 드릴 걸. 더위에 달궈진 머리에 호수로 찬 물을 뿜어 주어 식혀주던 정성, 또한 군대 하절기 훈련에서 볼 수 있었던 소금을 두신 배려. 이 모두가 달리미들을 위하고, 달리미들의 입장에서 준비하신 그 정성이 너무나 감동스러웠습니다.
왕복 회 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달리미들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내 주력으로 3회 왕복 시간 정도면 이미 기록이 좋으신 분들은 종착점에 도달 했을 것이고 아예 자신이 없는 분들은 뛰기를 접었을 것이다. 오늘 이 대회에는 우리의 호프인 함연식 코치가 달리고 있는데 그 주로 상에 내가 함께 뛰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그 외에도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이 다수 함께하고 있으며 오며 가며 반갑게 “힘!”을 외쳐 준다. 이 짧은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그 씨 익 웃어 주는 모습이 눈에 삼삼하다.
함 코치 님 선 그라스가 아주 잘 어울리는데 나 역시 선 그라스를 쓰다보니 서로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거의 눈을 내리깔고 달렸으니 한번인가 스치고 말았다. 고계연 형제의 싱긋 웃어 주는 매력적인 모습, 오복희 아가다 자매의 매실차 어찌나 시원하고 싱그러운지. 장애우 봉사자로 나선 이원애 리따의 격려 또한 힘이 되었다. 수란 양의 돌발 호칭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못 본지가 언제야? 임병영 회장님께서 격려차 오셨다가 한 없이 늦게 들어오는 나와 최 젬마를 맞이해 주시는데 몸 둘 바를 몰랐다. 옆지기 아가다의 끈질긴 격려의 모습에서 왠지 가슴이 찡하다. 얼마나 속이 탓 을까? 저러다 일내면 어쩌려고, 그러면서도 나를 확신해 주는 신념이 있다. 그러기에 나 역시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미 3차례 왕복하다보니 길이 익숙해지는데 한갓지고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간혹 동물의 울음소리, 더위를 적당히 식혀주는 숲 터널, 그런대로 힘들지만 아기자기한 코스다. 이미 Finish line에서는 앞 선 선수들의 순위가 알려지고 있다. 역시 예상 했던 대로라고 하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의 함 코치님이 우승이란다. 경사 났네. 한편으로는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어렵다는 혹서기 대회에 출전한 시각 장애 우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또한 이와 함께 달리는 봉사자의 정성에 “힘!”을 외치지만 나중에는 그도 지나친 것 같아 조심스러워 눈길과 손만 살짝 드는 것으로 했다.
마라톤을 시작 한 이래 이렇듯 소풍 기분은 처음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축제행사로 자리 잡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가족들과 더불어 아예 가족 프로그램까지 할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 욕심일 뿐이지만. 짧게나마 동물의 노는 모습을 보면서 즐겼던 기분, 그러나 대회는 대회였다. 달리미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니 불안 해 지기 시작했다. 갈 길은 아직도 멀고 다리에 힘은 없고 늦게나마 몰아서 뛰느라고 힘이 든다. 축제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남은 길이 천리만 같은데. 여기저기서 서서히 마칠 준비를 한다. 준비된 물건들도 떨어져 가고 그 힘차게 들리든 북 소리도 살아진지 오래다.
이제 본인도 종점을 향하여 마지막 힘을 내 본다. 그러나 풀린 다리는 마음만 바쁘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마라톤하기에 빈축을 살 정도로 적은 나이도 아닌데 스스로도 이 나이에 뛸 수 있다는 것이 대견스러웠는데 날이 갈수록 더 웅크려진다. 실제는 어떨지 몰라도 나보다 연배가 많으신 분들이 어찌도 잘 뛰시는지 건방 떨었던 내가 부끄럽기 한이 없다. 지쳐서 걷는 것인지 뛰는 것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그나마 힘든 것에 위안은 반환지점(=최종 Finish line) 이 언덕길 아래쪽에 있어 지켜보고 있는 가족 앞에 그나마 힘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다행이다.
오늘 대회를 종합적으로 평가 해 본다면 한마디로 “아직 멀었어. 진정한 마라토너라고 할 수 없어.” 라고 하면서 자신을 책한다. 공식기록이 06:08:47 이다. 원래 잘 뛰지도 못하지만 본인 최고 기록에서 1시간이 넘는 기록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쾌할까? 반면에 준비 과정에 너무나 소홀 했고 매 번 후회하는 일이지만 대회 전 과음은 정말 마라토너로써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기본이 안 된 것이라 절감한다. 게으름으로 인해 일반 대회 때보다 더 못한 훈련, 매일 거르지 않고 음주. 더구나 대회 전전일 초상집에서의 과음, 이러면서도 어떻게 42.195km를 평소 수준에서 보다 여유롭게 잡았던 것이 잘 못이다. 물론 더위와 언덕을 감안하긴 하였으나 5시간 30분으로 목표했던 것이 쑥스럽다.
누군가 글에 “혹서기 참가하여 보니 춘마, 중마, 동마는 참가하기가 싫다.”라고 했는데 물론 풍요로움과 넉넉함에 잔치 분위기에 걸 맞는 말씀이다. 그런 특화된 대회이기에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러나 차별은 필요하다. 마라톤의 진수와 즐기는 분위기의 대회와는 좀은 차별화 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 중간에 플래카드, 길가에 핀 사랑의 꽃 글씨.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 왔습니다. 힘내십시오.” 등 등
“이제 혹서기는 하지 말라.”는 부인의 얘기에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년 혹서기 대회를 기약한다. 주로에 일본어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마라톤을 통해 세계가 하나로 되는 듯 하다. 세계 속에 명품 혹서기 대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참가국이 날로 늘어 아예 각 나라 말로 된 격려 문구를 주로 주변을 치장하자.
이번에 보여 준 서울마라톤클럽의 열정과 성의, 그 넉넉함에 함께 하고픈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앞으로도 그런 자세와 마음으로 준비 하신다면 어떤 대회라도 훌륭하게 해 내시리라 확신한다. 참가비면에서도 다른 대회보다 훨씬 저렴했는데, 그 비용으로 이렇게 큰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이 당치도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절대 가능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아마 클럽을 신뢰하고 그 정신과 능력을 알기에 주위에서 많은 격려와 힘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
골인 후 메달을 걸어주고 대형타월, 칩 제거, 쥐어 준 비닐 주머니에서 아미노-밸류와 맨담온열고 첨부제 등, 더위에 젖은 몸을 씻을 수 있도록 한 샤워, 식사(냉채 미역국, 열무 비빔밥), 황송하게도 월계관에 기념촬영(기록이 저조해서 그렇긴 하지만). 등을 준비한 넉넉한 마음이 좋다.
굳이 건의라고 할 것은 못 되지만 바람이 있다면 혹서기 마라톤대회 자체 게시판이 있었으면 한다. 서울마라톤클럽에서 주관하는 대회이긴 하지만 대회 특성상 별도의 게시판이 있어 서로가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서울마라톤 클럽 - 만남의 광장 -에서 혹서기 대회 게시판 역할을 하는지 몰랐다. 아예 대회요강에 게시판은 클럽 만남의 광장을 이용하라고 하던가 그 보다는 혹서기 마라톤 개최요강이 있는데다 게시판을 개설해 주면 좋겠다.
애 쓰신 모든 봉사자들과 주최 해주신 서울마라톤 클럽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클럽이 날로 번창 하여 한국 마라톤계의 대들보로 건재하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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