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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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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병학 작성일04-03-11 18:54 조회2,7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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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어느날 우리부에서 제일 마라톤에 열성인 김상열차장을 불렀다
`지금 서울마라톤 5km 출전 추가신청이 가능하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는분을 통해 신청을 마쳤다는 답변이 왔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 나이 50에 마라톤과 첫 인연을 맸었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나는 내 나이 세살때 소아마비를 앓았다고 들었다
다행히 소아마비를 앓은 사람치고는 상태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고
또한 내 자신이 운동을 좋아한 탓에
이 운동 저 운동 왠만한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은 대충 다 따라한다
탁구, 테니스, 골프, 등산, 수영 그리고 합기도까지...
내가 선수로 못나가 본 대표적인 운동이 달리기와 축구다
이 두 운동만은 아무도 나더러 선수로 뛰라고 권하지도 않았고 나도 뛸려고도 하지않았다
그런 내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비록 5km지만 마라톤 선수가 되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그날부터 매일하는 아침 운동이지만 런닝머신 위에서 나의 자세는 점차 달라져 갔다
차츰차츰 욕심을 내는 나를 억지로 붙잡기도 했지만 내 체력의 한계를 자꾸만 넘어다니다가 결국은 발등이 아파 1주일, 다음엔 무릎통증으로 1주일 그리고 마지막에는 뒷목이 아파 또 1주일간을 제대로 뛰지를 못한 채 마침내 결전의 날을 맞게 되었다
그날 아침 여의나룻터의 바람은 꽤나 세게 불었고 날씨마저 상당히 쌀쌀했다
마라토너들이 두터운 옷을 다시금 입었지만 나는 가벼운 복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날씨 추운게 문제가 아니고
50평생 처음으로 달리기선수로 그것도 마라톤선수로 출전했다는 생각과
완주를 해야겠다는 각오가 나를 추운줄도 모르게 만든것 같다
대형스피커를 통해 셋, 둘, 하나, 출~발!하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출발한 지 몇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모두들 나를 추월해 앞으로 나아간다
그 중에는 어린 학생들도 있고 아줌마들도 보인다
빨리 달릴 수 없음이 좀 창피스럽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지금 이 속도로 끝까지만 달리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빌어 본다
내평생 처음으로 출전하는 이 마라톤에
빨리 달리지는 못하더라도 완주할 수 있게끔 무릎만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다시금 빌어 본다...
나의 간절한 청을 부처님이 들어 주셨는지 2km가 지났는데도 무릎은 괜찮았다
뿐만 아니라 조금전 나를 추월해 나아갔던 그 사람들을
이제는 도리어 내가 한사람 두사람씩 추월하고 있었다
고마웠다! 정말 고마웠다!
그리면서 잘하면 완주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진행요원들이 길가에 서서 `1190번 화이팅!`을 외쳐준다
큰 힘이 되었다!
오른속 주먹을 불끈쥐고 같이`화이팅`을 외치면서 계속 달려 나아갔다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은 `화이팅` 인사를 받았고 또한 제일 열심히 답해준 것 같았다
결승점이 가까웠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길가의 진행요원들이 다시금 `화이팅`을 외치면서 정확히 330m 남았음을 알려 준다
`해 냈구나! 내가 마침내 마라톤을 완주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벅차왔다
조금전 출발할때 인사드렸던 정광엽부행장님 얼굴이 떠 오른다
틀림없이 골인지점에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았다
다시금 힘을 냈다
마라톤을 완주한 멋진 모습을 부행장께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 자랑하고 싶었다...
골인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진짜 마라톤선수가 된 것 마냥
두 손을 번쩍들고 포즈를 취하며 들어왔다
골인지점에는 사진기자들이 많이 보였고 이내 여기 저기서 카메라 후레쉬가 터졌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고 나 만을 찍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내가 찾는 정부행장님도 우리 조흥은행 직원들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순간 골인지점은 본부측에서 일반인 출입을 통제한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두 손 번쩍들고 골인하는 내모습을 본 직원이 없다는게 좀은 서운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기념품을 받아 들고 조흥은행 캠프로 터벅 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저 만치에서 그토록 찾던 부행장님이 기획부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마라톤을 마치고 들어오는 우리 직원들을 박수치며 격려해 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나머지 다시금 가슴이 벅차왔다
모자를 벗으며 `부행장님 저 해냈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드는데
내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남이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그것도 빨리 뛰지도 못했지만...
37분에 걸친 나만의 자랑스러운 5km 마라톤은 그렇게 시작되고 또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가족얼굴들이 떠 올랐다
다시금 생각해도 내가 너무도 자랑스러웠다
여의도를 떠나는 차창 밖에는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나만를 위한 행진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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