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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사람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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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숙 작성일04-03-17 07:08 조회2,8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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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세상은 아름답다.
소리없이 내리는 눈을 보며 눈 속을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되도록 참으로 많은 거리를 달렸다. 새벽녘의 단잠도 뿌리치면서 운동화 끈을 조인 시간들.....
돌아보니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올 겨울 난 혹독한 아픔을 치뤘다.
다시는 달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매번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슴졸였고 불행은 나만 피해간다는 생각에 마침표를 찍으며 불행이 나에게도 올 수 있음을 실감하며 달리지 못하는 내 생활을 상상하곤 하였다. 달릴 수 없음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없는 형벌이라고 좌절하는 순간들 이었는데.....
그런 시간들을 겪어서인지 내 몸을 혹사시키는 일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좀 더 빨리 좀 더 멀리 달리기를 향한 나의 바램은 좀 더 안전하게 느긋하게 조금만 달리고 휴식하기로 했음에도 온 몸은 솜 먹은 물처럼 무거웠다.
휴식으로 인해 피로가 풀리고 날아갈것 같아야 마땅한데 운동을 줄이니 온 몸이 마구마구 아팠다. 그래도 뛸 수 있음에 즐겁기만 하다.

눈으로 뒤덮인 한강을 상상하였지만 서울마라톤 클럽에서는 주로에 쌓인 눈을 완전히 몰아내고 말았다. 깨끗하게 정돈된 주로에 서니 다시 긴장이 된다.
오늘 나의 파트너인 이창화 원장님과 찬바람 일렁이는 강가를 달린다.
산부인과 원장님으로 항상 바쁘심에도 운동하시는 열정은 20대 같으신 50대의 우리 원장님과 발 맞추어 뛰자니 즐겁기만 하다.

웃으며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점점 느리게 여유있는 달리기에 몰입한다. 항시 주로에 서면 누군가에 떠밀리듯이 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 왔는데....이렇듯 느긋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 또한 달리기의 또다른 묘미가 아닐런지...

원장님의 아담하신 몸을 앞세우고 마냥 달린다. 뒤를 보니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님이 바짝 뒤따르신다. 허리가 많이 굽으셨음에도 힘찬 모습으로 뒤를 바짝 따르시고 앞을 보니 나의 파트너인 원장님의 남편되시는 이상훈 교수님과 박동호님이 앞에서 뒤를 주시하며 달린다. 든든한 분들을 앞세우고 달리니 소풍나온 아이마냥 즐겁기만 하다.

나의 아픔,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은 그저 유유히 흐른다. 겨우내 전신피로감에 젖어 힘든나날을 보내고 하루하루 겨우 버티어 나갈때도 강은 흐르고 시간은 가고 사람들은 일상을 산다. 나만 뒤쳐지고 나만 아픈것 같은 힘든 시간속에서도 좌절하기 보다는 다시 달리 수 있고 다시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날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이겨낸 나 자신이 대견스러워 지며 지나온 힘든 날들이 떠오른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씩씩하게 전력질주하는 님들을 마주보며 달리자니 마구마구 달리고 싶은 마음이 셈 솟는다. 그들의 씩씩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힘내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어느새 우리도 반환점을 돌며 지나온 길을 되 돌아 간다.
찬바람이 아직은 허연 입김을 내보내는 이 강에서 무엇이 나와 이 많은 사람들을 따뜻한 자리를 뿌리치고 이곳으로 나오게 하였는지....편히 살 수 있음을 알고 안주하기를 원하는 생활 속에서 매 순간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이 용감하고 건강한 사람들 속에서 난 그저 행복하다. 뛰려고 나온 사람들...자원봉사를 하러 나온 사람들....모두모두 아름답게만 보인다.

15키로를 지나니 걷는 사람이 보인다.
그들을 등지고 걷지 않고 뛸 수 있음이 기쁨으로 다가온다.
나의 옆에서 거친 숨소리를 내 뿜으시면서도 한번도 걷지 않는 원장님.....
서서히 이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기에 피곤한 몸이지만 정신을 추스리며 힘을 쏟는다.

17키로를 지나며 원장님의 작은 어깨가 자꾸만 움츠러 들며 거친 숨소리가 안스럽게 울린다. 얼마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힘내시라고 말하고 싶지만 힘들땐 그 어떤것도 위안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묵묵히 옆을 지키기만 한다.
누가 이끄는 건지.....
구령하나 붙여주지 못하는 못난 페이스 메이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보이며 이제 얼마남지 않았음을 우리모두는 알고 있다.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로 파고들면서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 그 사이를 누비며 당당히 피니쉬 라인을 밟는다.

2시간 41분.....
엄청난 시간을 달렸구나!!!
피니쉬 라인을 밟은 원장님의 얼굴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미소가 스친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꼭 안아드리고 싶은마음.....

온 힘을 다해 달리지 않았지만
강바람에 겨우내 힘들던 나의 모든 짐들을 풀어 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담으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약속하며.....

발길을 돌리며 힘없이 늘어져 보이는 나의 어깨를 보며 빨리 뛰는 것보다 천천히 오래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정말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용기를 주신 분께 고개숙여 감사드리며...

찬바람 불고 약간의 눈이 간간히 쌓인 한강을 뒤로하고 나의 생활의 터전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프마라톤참가 24번 박정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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