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씌어준 또하나의 면사포 !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순자 작성일04-03-23 15:31 조회2,995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남편과 같이 아침에 내가 정성껏 준비한 찰밥과 된장국 한그릇씩을 거뜬히 헤치우고 자동차가 아직도 없는 우리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서울마라톤 대회장으로 향한다.
대회장에 도착하여보니 대회장은 온통 하얀 눈밭이고 한강의 칼바람까지 불어대니 날씨는 엄청나게 춥기만 하다.
그런데도 한강물은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대회장의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나의 동반자이며 경쟁자들인 수많은 달림이들은 부산하게 움직여 나의 마음도 괜시리 바쁘게만 느껴진다.
날씨가 추워서 나는 남편에게 오늘은 그냥 달리지말고 집에 가자고 사정을 해보지만 남편은 여기까지 와서 달리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얘들 교육상에도 좋지 않다고 달려 보자고 나를 한참동안 설득을 한다.
남편의 성화에 못이겨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스트레칭,워밍업,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몸 상태를 점검을 해보니 이상이 없어서 두려움과 자신감이 교차하는 지금에 남편의 손을 꼭잡고 42.195km의 출발선상으로 향한다.
남편은 나에게 초반에는 천천히 달리자고 당부하고 또 당부를 하는 가운데 드디어 축포가 펑하니 터짐과 동시에 힘찬 함성과 함께 머나먼 광진교 까지의 여행은 시작된다.
1km 6분. 2km 6분. 3km 6분
남편은 정확히도 매km마다 나의 페이스에 대하여 측정을 해주며 잘 되어가고 있다고 나의 등을 다독거려 주니 신나는 달리기가 되고 있다.
어깨에서 땀도 촉촉히 나고 몸이 완전히 풀리니 춥지도 않기에 참가를 결정한 남편에게
감사하게 생각하며 이 페이스 대로 완주를 해야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해본다.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주로상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목이 터져라 힘내라고 외쳐대니 그분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한감이 들고 나 자신 지금까지 자원봉사 한번 해본적이 없어서 죄책감 마져 들기도 한다.
남편과 함께 둘이서 입에 거품을 물며 달리기 예찬론을 펼치면서 내가 먼저 남편에게 제안을 한다."여보 ! 우리도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했더니 남편은 " 당신도 이제 달리기에 대한 철이 들었구만!"이라고 하는말에 나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윽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광진교가 벌써 눈앞이다.
작년에도 그랬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반환점의 잘 차려진 뷔폐식당이 나를 맞아주니 따끈 따끈한 순두부와 오뎅국물 김밥등으로 약 10분동안 먹고나니 나의 허기진 배가 채워진다.
나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자원봉사자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힘찬 말한마디만 남김채로 나는 다시 왔던길 그 끝점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딛을 때 나는 그분들을 위하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해야 최소한의 보답이라고 마음속 깊이 새기며 달린다.
35km 지점을 통과할때 나의 몸은 천근 만근 무거워지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속에서 세상사 모든것을 떨쳐버리고 내 자신과의 싸움을 이기려 오로지 달리기에만 몰입을 하여 달린다.
남편은 힘든 나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하나둘,하나둘,하나둘셋넷,구령을 붙여 주더니 드디어 내가 어릴적 좋아했던 동요까지 불러주면서 격려를 해주니 이 시간 우리 부부는 또 하나의 영원한 우리만의 추억 만들기를 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그렇게 40km지점.
드디어 63빌딩이 커다랗게 자태를 보일 때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두눈가에 맺힌 눈물이 똥그르르 굴러서 나의 발끝에 떨어진다.
흘린 눈물뒤의 내 마음은 인생사 가장 편안함을 느끼며 마지막 힘을 다하여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니 4시간 44분. 남들이 생각하기엔 대수롭게 생각지 않겠지만 나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소중한 결과에 만족한다.
완주후에 이어진 풀코스 부부완주자의 기념사진 촬영장에서 처음써본 월계관!
그것은 바로 나의 남편이 겨울내내 안양천에서 같이 달려준 나의 남편이 씌어준 또 하나의 면사포가 아닌가!
2004. 3. 2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