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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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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수 작성일04-03-26 10:22 조회2,9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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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7일 열린 서울마라톤대회에서 풀코스에 처음으로 도전한 40대 중반의 주부입니다. 작년 성탄절 무렵부터 훈련계획을 세워 10주일 동안 연습한 결과, 넷타임으로 4:54:42 완주하였습니다.

연습할 때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던 것보다는 비교적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남습니다. 저의 첫 번째 완주경험을 풀코스에 도전하고자 하는 중년여성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훈련일지로 메모한 내용과 레이스 당일의 소감등을 정리하여 올립니다.


□ 10주동안 매주 평균 50㎞를 달리다.

새해 첫날 오후에 남편과 함께 한강에서 2시간 달리기를 하였다. 그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마라톤 대회를 찾아냈다며 넌지시 풀코스에 함께 나가잔다. 2003년 12월 29일부터 참가신청 접수를 시작했단다.

지난 2년 동안 달리면서 하프코스를 4회 완주하였는데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내 마음을 알고 유혹한다. 그이와 훈련목표를 정하였다. ① 10주일동안 매주 50㎞이상을 달린다. ②처음 3주일과 마지막 2주일은 주말마다 15㎞달리기를 포함한다. ③ 중간의 5주일동안은 주말달리기를 25㎞~30㎞까지 늘린다.

탁상용 달력에 연습내용을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평일연습은 운동장의 400미터 트랙에서 6㎞~9㎞ 달리기를 평소처럼 새벽에 계속하였다.
주말달리기는 안양천 양평교에서 출발하여 한강상류쪽으로 서강대교 또는 한강인도교 근처까지 왕복하였다.

2월8일 반달모임에 주로를 익힐 목적으로 참가하였다. 원효대교에서 6:45 출발하여 반포지구에서 7:30 반달하프팀과 합류한 뒤 잠실지구까지 왕복하여 32㎞를 달렸다. 클럽 분위기에 낯선 우리부부에게 바나나랑 오뎅을 챙겨주는등 친절하게 배려해 주신 반달가족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연습실적의 월간누계를 정리해보니 1월에 217㎞, 2월에는 205㎞로 목표의 95%이상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25㎞이상의 LSD는 3회밖에 실시하지 못하였다. 주말마다 눈이 내린다는 핑계등으로----

팔꿈치는 L자형으로 해라, 무릅과 발끝을 평행하게 모아라, 젖먹인 후 트림시킬때처럼 어깨를 들어라, 머리,어깨, 엉덩이를 수직으로 해라, 무릅과 턱을 수평이동시킨다고 생각해라..등 달리는 자세에 대한 남편의 잔소리가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부터는 칭찬으로 바뀐다.


□ 남편의 헌 신발을 신고 달리다.

마라톤이 돈 않드는 운동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빈 말이 된 것 같다. 고가의 기능성 용품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대회참가 경비도 만만치 않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명품 운동화를 신고, 세련된 복장을 갖춘 마스터스 선수들이 내심 부러웠다.

1월14일 대회참가 신청을 하고, 남편과 함께 스포츠용품 가게에 갔다. 방풍 기능복을 상하로 장만하였다. 그이는 주말훈련때 한강의 겨울바람이 너무 세다며 마라톤 장갑과 모자도 겨울용으로 샀다. 쿠션이 있는 조깅화도 평소 신던 것보다 한치수 크게 하나씩 골랐다.

그런데 새로 산 신발이 문제를 일으켰다. 20㎞정도 까지는 괜찮았는데 30㎞이상의 오래달리기에서는 검지발가락에 통증이 생겼다. 일주일동안 망설이다 또 거금을 주고 한치수 더 큰 신발을 새로 샀다. 그런데 2월말이 다 되도록 그 신발을 신고 30㎞이상 달려볼 기회가 없었다.

할수 없이 남편의 헌 조깅화중에서 크기가 같은 것을 골라서 신고 몇 번 달려 본 후에 출전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큰 어려움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내발에 알맞는 운동화를 선택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제품마다 표시된 크기와 실제 크기가 약간씩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볼이 좁은 편이며, 두 번째 발가락이 긴 사람에게 맞는 운동화를 꼼꼼히 찾아봐야겠다


□ 식사량을 늘리다.

2월초부터는 주말 장거리 달리기가 익숙해졌다. 그런데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였는데도 체중이 2~3㎏ 감소하였다. 남편의 주문으로 야채, 과일, 생선등을 식단을 다양하게 늘렸다.

주말 장거리 달리기할 때마다 3일전부터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반복하여 실시하였다. 간식으로 바나나와 고구마도 많이 먹고, 물도 평소보다 하루에 1리터정도 더 마셨다.

3월이되자 젬마와 도마가 개학하였다. 둘째도 올해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친구들보다 더 먼 학교에 배정되어 등교시간이 누나보다 빨라졌다.
마지막 1주일 동안은 새벽달리기를 거의 못하였다. 그러나 생활리듬을 유지하기 위하여 저녁운동을 시작하지 않기로 하였다. 대회직전 체중이 평소보다 1㎏정도 늘었다.


□ 서강대교부터 걸어서 대회장으로 가다.

대회당일 10시 서강대교 아래에 있는 주차장을 이용한 후 대회장까지 2㎞정도를 조깅으로 갔다. 레이스 전후 이삼십분 정도의 조깅이 다음 날 몸을 가볍게 한다는 것이 남편의 지론이다.

또한 주차장과 화장실은 마라톤 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겪게 되는 불편사항이다. 경험으로 알아낸 요령은 대회장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덜 불편하다는 점이다.

여의도는 대회참석자들의 열기로 후끈후끈하다. 주로의 눈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다. 100년만의 대설로 대회가 제날짜에 열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만 하였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 반환점까지 키로미터당 6분 25초의 평균속도를 유지하다.

처음 출전하는 사람들이 속한 G조는 가장 뒤에서 출발하였다.
주로가 좁아서 혼잡이 심할 것이라고 추측하였는데 예상밖으로 흐름이 원활하다. 대부분 오버페이스를 염려하여 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목축조운회 회장님께서 페이스 조절을 특별히 당부하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반포입구의 5㎞지점을 지날 때 남편이 33분 지났다고 알려준다. 조금 느린 느낌이었으나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성수대교 인근의 10㎞지점을 1시간 5분에 통과하였다. 잠실지구를 지나서부터 광진교까지 처음 달려 보는 구간이다. 반환점 돌아 마주 오는 주자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다. 반환점까지 2시간 15분 걸렸다.
하프기록보다 10분정도 늦게 잡은 당초 계획대로 레이스를 펼친 셈이다.


□ 배부르게 먹고 나서 성수대교 근처에서 걸어가다.

매5㎞마다 있는 급수대에서 음료수와 간식 섭취를 거르지 않으면서 왔다. 반환점에 준비되어 있는 김밥, 순두부, 오뎅도 빠뜨리지 않고 찾아 먹었다. 남편은 모내기 할 때 새참 먹는 셈이라며, 많이 먹어 두어야 막판까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단다. 약 10분정도 휴식한 셈이다

탄천을 지나 성수대교를 향할 때 배가 아프기 시작하였다. 간식을 많이 먹은 것 같다. 5분정도 걸어가다가 천천히 달리기 시작하였다. 음식물을 먹으면서 달리는 경험이 부족한 때문인 것 같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던 부부선수들이 추월해 간다.

32㎞지점을 지나면서부터 다시 안정된 자세와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공급대 마다 있는 음료수는 마시고, 간식은 먹지 않았다.
반포지구에서는 특히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풍물로 힘차게 응원해 주신다. 파이팅! 222번, 힘!!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게 들려온다.


□ 월계관 쓰고 시상대에 나란히 서다.

반포입구의 38㎞지점부터는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매섭게 마주부는 한강바람도 이젠 부담스럽지 않다.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면서 전광판 시계를 보니 4시간58분을 나타내고 있다.

보온용 담요로 감싸주는 분, 스피드칩을 니퍼로 떼내 주시는 분, 월계관을 머리에 씌워 주시는 분, 진행하고 봉사하는 여러분들의 헌신과 열정에 가슴이 뭉클해온다. 번쩍이는 은쟁반으로 만든 완주상패를 자랑스럽게 들고 부부가 나란히 시상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편의 손을 꼭잡고 서강대교까지 걸어오는 동안 만감이 교차하였다.
스포츠는 힘의 응축과 팽창이 가져오는 긴장의 순간속에서 갈아 숨쉰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지난 70일동안 응축하였던 힘을 오늘 다섯시간동안 유감없이 발산하였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 더 큰 힘이 새롭게솟아나고 있음을 느낀다.

『최선을 다해 보람스런 삶을 살다 미지의 시간과 공간이기는 하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러한 감격과 환희로 골인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2003년 12월 26일자 박영석 서울마라톤 회장님의 글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서울마라톤대회를 준비하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내년 대회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저희부부를 아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목동축구장 조기운동회 김형식 회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4.년 3월 26일 김 성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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