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추천에세이

길이 있기에 나는 달리련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오병무 작성일03-10-30 11:09 조회3,656회 댓글0건

본문

먼저
명직이 형님께서 이 대회에 참가하여 끝까지 달릴수 있도록
지켜봐주신 형님의 어머님 영전에 삼가 조의를 드립니다.

10월25일 토요일
전야제에 참석하여 배번과 칩 등을 수령하고
주로 및 각종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일본에서 온 일본 최고의 울트라 맨과 세계 최고의 울트라 우먼의
소개가 있었고......
그날 밤은 교육 문화 회관에서 자기로 하였다
(교육 문화 회관은 별 5개 짜리 호텔이었으며 김동연 님의 도움으로
50% 할인하여 숙박 할수 있었음/동연님에게 감사드립니다)
21시 잠자리에 들었으나 좀체로 잠이 오질 않는다
형 또한 어머님 걱정으로 계속 뒤척이신다.

10월 26일 일요일
눈을 감을수록 정신은 말똥 거린다
01시 27분 취침을 포기한다
형도 잘됐다 싶나 보다
세면을 하고 어제 준비해 온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깨죽 1봉, 약밥조금, 꿀물 1잔)
시합장에 나가니 벌써 인산인해다
형과 커피를 한잔씩 나눈후 스트레칭을 한다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다
그래도 지난 강화 울트라 때보다는 괜찮다 싶다

누가 나를 부른다
김순임씨다 (마라톤 강자이며 1회 강화마라톤우승. 이번대회 종합 7위)
반가움에 서로 안부를 묻고...

출발선에 모이라는 멘트가 있다
출발전 항상 다짐하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하자, 내 페이스를 찾자
기분에 휩쓸려 경기를 망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출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그래 시작이다
시간과 등수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없는 게임이 되도록 하자"

출발이다
페이스를 죽인다
1km 통과 시간이 5분 35초 이다
속도를 더 늦춘다
그래 여명가지만 이 속도로 달리자 싶다
1.5km 지점
일본 여자 런너가 내 옆을 스친다
"잡자" 싶다가 이내 포기한다
8시간 25분대 선수이다
사실 나에게도 욕심은 있었다
회원님들께는 9시간 59분이 목표라고 하였지만
내심 9시간 10분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km당 5분 10초면 9시간 10분이 가능하다
(중간 30분 휴식 소요 예상: 급수 20회/5km마다, 간식 3회/46km,64km,
83km,복장교환 1회/53km관문, 화장실 1회)
하지만 km당 5분 10초가 약간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래
어떻든 간에 최선을 다하자

아직도 주위는 컴컴하기만 하다
얼마나 양재천을 달렸을까?
갑자기 우측으로 방향이 선회된다
이제부터는 탄천이다
한참을 그렇게 달린다, 속도가 약간씩 붙는 느낌이다
선두가 U턴 지점을 돌아온다
인원을 세어본다
달리 생각 할 것도 없고 그냥 시간 죽이기 이다
하나, 둘, 셋....일흔일곱, 일흔여덟
내가 일흔 아홉 번째이다
다리를 건너기전 화장실을 다녀온다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뛰고 그렇게 달린다
형이 저기 온다
1시간 남짖 전(前)에 헤어졌는데 그래도 그 목소리가 그렇게 반갑다
"병무 파이팅"
"형 힘내"

잠실이 가까워 온다
여명이다
탄천인지 양재천인지 물안개가 아름답다
멀리 종합운동장의 지붕도 아름답고
탄천끝
암사동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아침일찍 운동을 나오신 분들이 많다
"힘내세요"
"화이팅"
같이 동반주 해주시는 분도 있다
동반주에 페이스를 잃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다시 한번 조심한다.

5km 마다의 급수대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25km 지점
이제 햇살에 눈이 부신다. 고글을 쓴다
29.5km U턴을 해
다시 여의도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계속 주자들과 마주친다
내 앞선 주자들이 50여명으로 줄어 들었다
명직이 형이 굼금해 진다
지금쯤 만날때가 됐는데.....
올림픽 대교까지 왔는데도 형이 안보인다
지금 만나는 주자들은 완전히 후미 구룹인데...
혹시 형님이 집에서 전화를 받으신 것 아닐까?
마음이 안타깝다
이제는 나 혼자 이다 싶다
같은 주로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 위안이 되었는데....
커브길을 돌 무렵
"병무야!"
형님이다
"형 힘내....."
다행이다
형 나름대로 페이스를 유지하시는 모양이다

잠실과 청담대교 , 영동대교를 지나
성수대교 근처쯤 42,195km 팻말이 보인다
이제 풀코스 한구간 통과다
시간을 보니 3시간 33분이다
25km에서부터 약간 속도를 올린 것같다
초반 속도를 늦춘 것을 감안하니 km당 4분 30초 인것 같다
아직까지 몸은 괜찮다

뛰다보니 잠실에서 여의도까지가 참 멀기도 하다
잠실대교, 청담대교, 영동, 성수, 동호, 한남
반포, 동작, 한강대교,한강철교...
많은 인라인 주자들이
"힘"을 외쳐주며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많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쌩~"하니 옆을 스치는 인라인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또한 시합중임을 알면서도 2~3명이 횡으로 걸으시는 분들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에는 도우미님께서 계속 주로 협조를 해 주신다

여의도
53km 첫 관문이다
달려가며 옷을 벗는다 (윗도리만)
벌써 도우미님이 내 가방을 챙겨나와 옷을 꺼내준다
무척 고맙다
벗은 옷을 던져 버린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다
(후에 생각해 보니 던져버린 옷을 챙겨주신 도우미님께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한 맘이 든다)
여의도를 통과한다
주로에는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 주신다
"힘내세요"
"김포 파이팅"
조금씩 피로가 느껴진다
첫 번째 고비인가 싶다
" 그래. 언젠가 찾아올 고비라면 즐거이 맞자.
이 고비만 넘기면 80km 까지는 또 버틸 수 있을거다"

국회의사당을 돌아 내리며 자전거와 부딪힐뻔 했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다
잠깐 서서 호흡을 고른다
다시 뛴다
당산철교, 양화대교, 성산, 가양, 방화 그러면 U턴이다
양화대교를 지나자 호흡이 다시 정상이다
사물놀이패(도우미님들)가 힘을 돋아준다
저 멀리 성산대교가 보인다
지난주에 회원님들과 함께 자장면을 나누어 먹던곳
회원님들의 생각이 난다

멀리서 앞주자에게 보내는 응원소리가 들린다
아니,
앞주자에게 보내는 응원소리가 아니라
오병무를 외치는
우리 식구들의 목소리다
회장님, 부회장님, 미숙씨가 보이고...
눈물이 핑 돈다
여태 뛴 것 보다도 가슴이 더 쿵쾅거리고
누구 누구인지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우리식구들이라는 것 이외에는....
가슴이 복 받쳐온다
눈물을 감추고 싶다
고개를 숙이고 얼른 손을 한번 흔들고는 지나간다
후회가 든다
웃는 얼굴이라도 한번 보일 것을...

성산대교 및 급수대
도우미님들이 목이 터져라 뿔나팔을 불며
막대 풍선을 흔들어 주신다
물을 마신다
"오 부회장님......!"
노길옥님이시다
도우미를 나오셨단다
어깨도 주물러 주고 ....힘을 불어 넣어 주신다/ 너무 고맙다
다시 달린다
가양대교,방화대교 U턴 지점을 돌아오니
64km. 간식대이다
전(前)배터지는 집 문정복 사장님이 준비해주신 전복죽이다
얼마나 맛있던지
죽 그릇에 물을 부어 헹구어 마신다
(더 먹고 싶었지만 죽을들고 뛰면서 먹었기 때문에 돌아 갈수가 없었음)
다시 성산대교 밑
노길옥 님이 발길을 잡으신다
햅쌀 음료를 연거푸 권하신다. 석잔이나 마신다
힘이 붙는 느낌이다

형은 어디쯤 오는지 궁금하다

참!
회원님들이 아까 그곳에 계실 것이다
아까 올때는 눈물이 핑 돌아 파이팅도 못했는데...
또 눈물이 날 것 같다
얼른 고글을 쓴다
난, 왜? 이렇게 눈물이 잘나는지..
거기 그 자리에 아침부터 그렇게 서 계셨을
회원님들께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은 빈말 일 것 같다
하덕호 회장님, 노승화 부회장, 강달용형, 복순씨, 미숙씨
지홍씨, 정상복씨, 종옥이, 보선이....
그래 조금만더 조금만더 힘을내
감사함에 보답하자 싶다
힘껏 김포 파이팅을 외치며 하이-파이브로 응원단을 뒤로 한다

국회의사당 못미쳐 명직이 형을 만난다
아직까지는 괜찮아 보인다
"형, 힘내. 파이팅....."

80km지점을 통과한다
힘이든다
아직도 갈길은 먼데
그래 이제 하프만 뛰면 된다
그래도 힘이드는건 사실이다
장경인대도 슬개인대도 조금씩 아파오고.....
83km 지점 간식대에서
젤리 1개와 배를 한 웅큼 집어들고 걸으면서 먹는다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 주신다
"김포 파이팅"
"김포 마라톤 파이팅"

어느 노랫 구절이 생각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길 나그네 길"
그래 맞다
외로우니까 내가 이길을 가는거다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고
비단길이라면 누가 이길을 못가겠는가?
외롭고 힘들기에
여기에 내가 있고 인생이 있고 삶이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도 미움도
즐거움도 서러움도 이렇게 이렇게 다 묻어 버리는 거다
어렸을적 배고픔과
커가면서의 외로움
결혼후 애들 커가는 모습이 낡은 필름처럼 떠 오른다
또 눈물이 난다
힘들다는 증거다

90km 지점을 돌아
청담대교를 지나니 멀리 잠실 운동장이 보인다
이제 다와 가나 싶다
도우미님들의안내를 받으며 양재천 길로 들어선다
갑자기 맞바람이다
아직도 갈길은 7.8km
엎친데 덮친격으로 계속되는 은근한 오르막길
여태 그런적이 없었는데
허벅지 근육이 아파온다
한걸음, 한걸음 뛸때마다 허벅지가 울려온다


애들 생각이 난다
지영아, 민영아!
너희들 공부하느라 힘들지?
그래 인생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 아니겠니?
아빠도 지금 몹시 힘이 드는구나
지영아. 그리고 민영아
아빠에게 조금만 힘을 주라
이름을 크게 불러본다
"지영아! 민영아!"

지금쯤 집사람 역시
저 어느곳 결승점에서
언제나처럼 나를 기다리리라
무슨 천형(天刑)처럼
우두커니 선채로.....

가도 가도 끝이 없다
1km 가 왜 이렇게 먼걸까?
96km....97km....98km
산책나왔던 노부부가 힘을 보태 주신다
"힘내세요"
"다 와 갑니다"
99km
멀리 아치형 구름다리가 보인다
이제 정말 다 와가는 모양이다
구름다리 위에서 소리가 들린다
아득한 메아리처럼
"병무형 맞아요?"
손을 들어 대답한다
"병무형, 병무형"
창교 아우가 여태 달려온 나 보다
더 힘겹게, 더 뜨겁게 내 이름을 부른다
"형! 다 왔어요!"
사람들을 비켜 세운다
"좀 비켜주세요"
그래. 그래 우리는 길이 있기에 이렇게 달리는가 보다
창교야 고맙다
이사 전날 모든일 팽개치고 예까지 달려와준
마음 씀씀이에
그리고 알수 없는 그 무엇에 또 눈시울이 뜨겁다

공원을 돌아
저기 결승점이 있다
마지막 모든 힘을 쏟는다
거기에 언제나처럼
내 아내 하나가 또 그렇게 울고 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나에게 이렇게 뛸 수 있는 육체를 주신 어머님과
언제나 믿고 지켜봐주는 아내, 그리고 지영이, 민영이
살붙이처럼 기쁨과 한숨을 함께 해 주시는 동호회 회원님들
시합전날 자신의 기(氣)를 모두 주신다며 웃으시던 어느님
함께 하지 못함을 아쉬워 하시며 전화 주셨던 모든 분들
멀리 바다건너 미국에서
항상 걱정해 주시는 경수형
이 모든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완주하게 되었슴을 믿으며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그리고
출발점에서, 주로상에서, 내 뛰는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어려움 없도록 도와주신 300여 도우미님들
스탭진님들, 햄 마라톤 이만형 회장님 , 조직위원장 윤현수님,
존경하는 노구의 박영석 회장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 * * * *

명직이 형이 걱정이다
아니 걱정하지 않는다
형은 꼭 해낼 것이다
나는 안다
명직이 형에게는 아무도 알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전화를 건다
형이다
"형 어디 쯤이야"
"응 90km 통과했어"
그래. 내 그럴줄 알았다
형은 꼭 해낼줄 알았다
1시간 전부터 아내는 명직이형 마중을 나가있다
창교는 바쁘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며
명직이형 마중 준비에 한창이다
창교가 양재천 길을 달려간다
그래 그렇게 형과 함께 달려올 것이다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834번 이명직 님께서 들어오고 계십니다."
형이 달려온다
빨간 결승 TAPE 를 향해
아니,
어머님을 향해 이렇게 달려온다
형이 나를 얼싸 안는다. 그리고 통곡을 한다
"형, 그래요
소리내어 맘껏 울어요"
형은 달리는 내내 어머님과 함께 하셨을 것이다
오늘 이렇게 형이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도록
시어머님의병 간호에 힘드셨을 하루 하루에도
형을 연습장으로, 시합장으로 내 보내주신 형수님께도 감사한다
다시한번 어머님의 영전에 삼가 고개를 숙입니다.

2003년 10월 29일. 오 병 무 (참가번호814번 08시간55분47초)

*****이명직님 (새벽달:참가번호834번)
이명직님의 어머님께서는 지난주 혼수상태중 이셨으며 이명직님께서 울트라완주후 완주메달을 보여 드리자 곧 운명을 달리하셨다 합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