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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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주연 작성일05-09-20 15:54 조회2,83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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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땀이 흐른다.
구령 따라 준비 운동 하면서도 찝찔한 입가, 자꾸 긴장되어 심호흡에 물도 마시며 기다리던 중 드디어 출발 전 5,4,3,2,1, 땅! 사기충천 건각들의 힘찬 발걸음들 틈에서 조금은 기가 죽어 휩쓸려 내 페이스를 잃을까 조심하며 코끼리열차 길을 지나 동물원을 돌기 시작한다. 나를 앞지르는 이들이 자꾸 늘어나고 제일 끝에 있는 것 같은 초조함에 속도를 내 볼까 하다가도 완주라는 목표를 생각하면서 평정을 찾고 소신껏 뛴다.
동물원을 다 돌고 언덕길을 시작하는 코스에 접어드니, 이제 시작이구나! 마음을 다잡아 지난주와 그 전주에 페메 따라했던 연습주를 생각하며 그저 뛰는 것에만 열중한다.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면서 조금씩 긴장감이 덜어지고 여유가 생기니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덥기는 하지만 울창한 나무 그늘 속을 뛰니 오히려 상큼함이 마음을 스쳐 간다. 함께 뛰는 주자들 이름표를 보기도 하고, 산책 나온 사람들을 구경도 한다. 그들도 우리를 구경하는 모양인데 가끔 응원을 보내주기도 한다.
주로의 먹거리들이 나를 유혹하지만 달리는데 지장이 있을까 싶어 선별하여 어떤 건 먹고 어떤 건 참고 지나친다. 그동안 완주를 목표로 코스가 악명 높다는 말에 기 쓰며 자전거 언덕 훈련에, 다리 근력운동에, 혹시나 쥐가 나 낭패 볼까 싶어 종아리 단련운동도, 일요일엔 반달에서 거리주 훈련까지 했는데 저 수박 한쪽 더 먹고 배불러 못 뛴다면 그건 안되지...
해마다 여름이면 맥을 못 추고 더위에 KO패를 당했었는데 올해는 더위에 정면 도전해 보자며 세운 계획... 여름만 이긴 것이 아니라 풀 완주까지 한다면 얼마나 흐뭇할까! 평소 연습한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반환점을 돌며 가다보니 이 생각 저 생각... 다른 이들은 fun run이라지만 나에겐 아직 그런 여유가 없다.
막상 대회에 참가하면 완주해야 할 텐데 하는 부담과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쩌나, 꼴찌 하는 건 아닐까 등등 소소한 염려와 내가 왜 이렇게 뛰게 되었지 하며 옛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불행은 연달아 온다고 시아버님이 갑작스레 병상에 누우시게 된 충격도 버거웠는데 몇 달 후 설상가상으로 맏며느리인 나까지 더 큰 병으로 입원, 수술, 여려 차례의 통원 치료, 재발이 잦다는 말에 심적 부담까지 겪으며 몸을 추스르고 퇴원할 때 의사의 운동 처방과 남편의 권유로 학교 운동장을 겨우 걷던 때가 언제였던가. 나도 참 많이 컸네, 이런 어마어마한 대회에도 참가하고...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되돌아본다.
나처럼 달리기를 시작한데는 다들 나름대로 사연이 있겠지...
앞에 가는 저 사람은 왜 뛰기 시작 했을까? 반대 주로의 스쳐가는 저이는?
젊은이들을 보면 일찍 시작한 현명함이 부럽고,
나보다 잘 뛰는 이들을 보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시작한지 몇 년이면 저렇게 잘 뛸까,
연배가 더 된 것 같으면 나도 60, 70살 까지 뛰고 싶은데,
내가 여자여선지 여성 주자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
저 마라톤복 괜찮네... 자세가 예쁘네...
어느덧 네 번째 언덕을 오르니 회장님 용기를 북돋으시느라 빙과를 건네시며 “발걸음이 가볍네요” 그 말씀에 다리에 무거움은 날라 가고, 열심히 올라 오르나 수고했으니 많이 먹으라는 듯 푸짐하게 한상 차려 있다. 걸으며 아님 아예 서서 먹느라 바쁘다.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음이 부럽다. 난 뛰는 데만 전전긍긍인데 얼마나 구력이 붙으면 저럴 수 있는 걸까?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반대 주로의 남자분이 날 처다 본다. 왜? 번호표를 보니 이름이 나랑 같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미소로 답을 하며 속으로 응원을 보낸다.
아까부터 눈길을 끌던 폭포엔 남정네 몇이 그 속에 아예 들어 앉아 물놀이에 열중하니 뛰는 것도 잊은 지 오랜 모양... 나도 뛰어 들고 싶지만 내 몫까지 그들에게 넘기고 지나친다. 중간 중간 주자들의 가족들, 각 동호회 회원들의 응원, 풍물패들의 푸짐한 소리들을 온몸에 돌리며 오르고 내리고...
다섯 번째 아! 이제 마지막이다 싶으니 어디서 난 힘일까 몸이 갑자기 가볍게 느껴진다. 페이스 조절을 잘 했나? 아님 연습이 충분해서? 실전에 강한가? 반환점 이후에 속도를 좀 낼 수 있을지도... 갑자기 자신감이 생기면서 마음이 두둥실... 꼴찌 할까 걱정 했는데 꼴찌도 아니고 완주까지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난다. 반환점에서는 안 먹던 콜라도 한잔 먹어 보고 끝을 향하여! 거의 다 오니 연습주 때 페메 해주신 분이 자봉하면서 알아보시고 응원에 축하까지 덤으로 얹어 손을 흔들어 주신다. 신나게 가다가 갑자기 불안해지는 건? 정말 다섯 번째 인거 맞나? 혹시 한바퀴 더 뛰어야 하는데 잘못 센 건 아닌가? 시계를 들여다보니 그건 아닌데 하면서도 한편 불안... 에라~ 마지막 내리막길을 힘차게 내달려 골인!!!!!
이 감동... 작년에 남편 뛰는 것 응원하면서 부러워했던 것 오늘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불가능할거라 생각 했었는데... 절대 중간에 걷지 않기 지킨 것, 완주 했다는 것 그것도 목표 시간 안에... 무엇 보다 기쁜 건 더위에게 번번이 맞은 KO 펀치를 올 여름엔 멋지게 되돌려 주었다는 것... 자신의 한계, 약점을 극복하고 뛰어 넘는다는 것이 어려움도 있지만 그 뒤의 달콤함을 무엇에 비교 할까? 혹서기 출사표를 내면서 세웠던 계획은 200% 성공한 셈이다. 애송이 기고만장하여 내년에도 또 참가해야지... 내년엔 기록을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좀 호들갑으로 보이나요? 그까짓 완주 한번 했다고? 삼년 전의 제 모습을 보셨다면 사람 됐다고 하실 텐데... 정말 여름을 이겨낸건 저에겐 인간 승리에 속한답니다~! 내년엔 꼭 주로의 먹거리 다 참견하면서 뛰어야지... 벌써 부터 꿈이 야무지다.
혹서기 뛴 지 이제 4주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뿌듯함 속에 산다. 풀코스 첫 완주 후 때처럼... 남은 더위는 이 여운으로 해결하면 되겠지. 주로에서 마주치던 얼굴들, 봉사해 주던 많은 손길들. 그 언덕길과 그늘, 동물원을 돌때 나던 그 특유의 냄새 까지도 그리워진다. 끝난 뒤에 먹은 열무비빔밥과 포도주는 또 어떻고!
큰 기쁨과 보람을 안겨준 “서울 마라톤” 이라는 이름 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모든 것에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외쳐 본다.
“내년에 다시 만나요!!! 그 언덕길에서 ~~~”
2005. 9
구령 따라 준비 운동 하면서도 찝찔한 입가, 자꾸 긴장되어 심호흡에 물도 마시며 기다리던 중 드디어 출발 전 5,4,3,2,1, 땅! 사기충천 건각들의 힘찬 발걸음들 틈에서 조금은 기가 죽어 휩쓸려 내 페이스를 잃을까 조심하며 코끼리열차 길을 지나 동물원을 돌기 시작한다. 나를 앞지르는 이들이 자꾸 늘어나고 제일 끝에 있는 것 같은 초조함에 속도를 내 볼까 하다가도 완주라는 목표를 생각하면서 평정을 찾고 소신껏 뛴다.
동물원을 다 돌고 언덕길을 시작하는 코스에 접어드니, 이제 시작이구나! 마음을 다잡아 지난주와 그 전주에 페메 따라했던 연습주를 생각하며 그저 뛰는 것에만 열중한다.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면서 조금씩 긴장감이 덜어지고 여유가 생기니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덥기는 하지만 울창한 나무 그늘 속을 뛰니 오히려 상큼함이 마음을 스쳐 간다. 함께 뛰는 주자들 이름표를 보기도 하고, 산책 나온 사람들을 구경도 한다. 그들도 우리를 구경하는 모양인데 가끔 응원을 보내주기도 한다.
주로의 먹거리들이 나를 유혹하지만 달리는데 지장이 있을까 싶어 선별하여 어떤 건 먹고 어떤 건 참고 지나친다. 그동안 완주를 목표로 코스가 악명 높다는 말에 기 쓰며 자전거 언덕 훈련에, 다리 근력운동에, 혹시나 쥐가 나 낭패 볼까 싶어 종아리 단련운동도, 일요일엔 반달에서 거리주 훈련까지 했는데 저 수박 한쪽 더 먹고 배불러 못 뛴다면 그건 안되지...
해마다 여름이면 맥을 못 추고 더위에 KO패를 당했었는데 올해는 더위에 정면 도전해 보자며 세운 계획... 여름만 이긴 것이 아니라 풀 완주까지 한다면 얼마나 흐뭇할까! 평소 연습한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반환점을 돌며 가다보니 이 생각 저 생각... 다른 이들은 fun run이라지만 나에겐 아직 그런 여유가 없다.
막상 대회에 참가하면 완주해야 할 텐데 하는 부담과 중간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쩌나, 꼴찌 하는 건 아닐까 등등 소소한 염려와 내가 왜 이렇게 뛰게 되었지 하며 옛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불행은 연달아 온다고 시아버님이 갑작스레 병상에 누우시게 된 충격도 버거웠는데 몇 달 후 설상가상으로 맏며느리인 나까지 더 큰 병으로 입원, 수술, 여려 차례의 통원 치료, 재발이 잦다는 말에 심적 부담까지 겪으며 몸을 추스르고 퇴원할 때 의사의 운동 처방과 남편의 권유로 학교 운동장을 겨우 걷던 때가 언제였던가. 나도 참 많이 컸네, 이런 어마어마한 대회에도 참가하고...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되돌아본다.
나처럼 달리기를 시작한데는 다들 나름대로 사연이 있겠지...
앞에 가는 저 사람은 왜 뛰기 시작 했을까? 반대 주로의 스쳐가는 저이는?
젊은이들을 보면 일찍 시작한 현명함이 부럽고,
나보다 잘 뛰는 이들을 보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을까,
시작한지 몇 년이면 저렇게 잘 뛸까,
연배가 더 된 것 같으면 나도 60, 70살 까지 뛰고 싶은데,
내가 여자여선지 여성 주자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
저 마라톤복 괜찮네... 자세가 예쁘네...
어느덧 네 번째 언덕을 오르니 회장님 용기를 북돋으시느라 빙과를 건네시며 “발걸음이 가볍네요” 그 말씀에 다리에 무거움은 날라 가고, 열심히 올라 오르나 수고했으니 많이 먹으라는 듯 푸짐하게 한상 차려 있다. 걸으며 아님 아예 서서 먹느라 바쁘다.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음이 부럽다. 난 뛰는 데만 전전긍긍인데 얼마나 구력이 붙으면 저럴 수 있는 걸까?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반대 주로의 남자분이 날 처다 본다. 왜? 번호표를 보니 이름이 나랑 같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미소로 답을 하며 속으로 응원을 보낸다.
아까부터 눈길을 끌던 폭포엔 남정네 몇이 그 속에 아예 들어 앉아 물놀이에 열중하니 뛰는 것도 잊은 지 오랜 모양... 나도 뛰어 들고 싶지만 내 몫까지 그들에게 넘기고 지나친다. 중간 중간 주자들의 가족들, 각 동호회 회원들의 응원, 풍물패들의 푸짐한 소리들을 온몸에 돌리며 오르고 내리고...
다섯 번째 아! 이제 마지막이다 싶으니 어디서 난 힘일까 몸이 갑자기 가볍게 느껴진다. 페이스 조절을 잘 했나? 아님 연습이 충분해서? 실전에 강한가? 반환점 이후에 속도를 좀 낼 수 있을지도... 갑자기 자신감이 생기면서 마음이 두둥실... 꼴찌 할까 걱정 했는데 꼴찌도 아니고 완주까지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이 난다. 반환점에서는 안 먹던 콜라도 한잔 먹어 보고 끝을 향하여! 거의 다 오니 연습주 때 페메 해주신 분이 자봉하면서 알아보시고 응원에 축하까지 덤으로 얹어 손을 흔들어 주신다. 신나게 가다가 갑자기 불안해지는 건? 정말 다섯 번째 인거 맞나? 혹시 한바퀴 더 뛰어야 하는데 잘못 센 건 아닌가? 시계를 들여다보니 그건 아닌데 하면서도 한편 불안... 에라~ 마지막 내리막길을 힘차게 내달려 골인!!!!!
이 감동... 작년에 남편 뛰는 것 응원하면서 부러워했던 것 오늘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불가능할거라 생각 했었는데... 절대 중간에 걷지 않기 지킨 것, 완주 했다는 것 그것도 목표 시간 안에... 무엇 보다 기쁜 건 더위에게 번번이 맞은 KO 펀치를 올 여름엔 멋지게 되돌려 주었다는 것... 자신의 한계, 약점을 극복하고 뛰어 넘는다는 것이 어려움도 있지만 그 뒤의 달콤함을 무엇에 비교 할까? 혹서기 출사표를 내면서 세웠던 계획은 200% 성공한 셈이다. 애송이 기고만장하여 내년에도 또 참가해야지... 내년엔 기록을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좀 호들갑으로 보이나요? 그까짓 완주 한번 했다고? 삼년 전의 제 모습을 보셨다면 사람 됐다고 하실 텐데... 정말 여름을 이겨낸건 저에겐 인간 승리에 속한답니다~! 내년엔 꼭 주로의 먹거리 다 참견하면서 뛰어야지... 벌써 부터 꿈이 야무지다.
혹서기 뛴 지 이제 4주가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뿌듯함 속에 산다. 풀코스 첫 완주 후 때처럼... 남은 더위는 이 여운으로 해결하면 되겠지. 주로에서 마주치던 얼굴들, 봉사해 주던 많은 손길들. 그 언덕길과 그늘, 동물원을 돌때 나던 그 특유의 냄새 까지도 그리워진다. 끝난 뒤에 먹은 열무비빔밥과 포도주는 또 어떻고!
큰 기쁨과 보람을 안겨준 “서울 마라톤” 이라는 이름 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모든 것에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외쳐 본다.
“내년에 다시 만나요!!! 그 언덕길에서 ~~~”
200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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