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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버린 즐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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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청수 작성일03-07-23 13:34 조회4,3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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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예정된 각종 대회를 대비한 훈련의 일환으로 이번 모임에 참가신청을 하긴 하였으나 어쩌면 혹서기마라톤대회 때(8월 15일)보다도 더한 무더위와 싸워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심 걱정이 앞섰다. 물론 하절기라고 해서 달리기를 멈출 수는 없는 것이지만 이러한 무더운 계절에 풀코스를 달려 본 경험이 전무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여 당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늘을 올려다 보았음은 물론이었다.

가족이 혹여 깰세라 조심스레 집을 나서 모임 장소에 이르니 하늘 가득한 구름사이로 빗망울이 한두방울 듣는지라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박회장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은 “소풍”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무리하지 않고 그동안 게을리하였던 장거리훈련의 일환으로 즐달하리라 다짐하며 105리 긴 여정에 다시 한번 몸을 실었다.

반포와 여의도를 왕복하는 초반의 13k는 강서클럽(본인은 회원이 아님)과 한 무리를 이루며 후반을 위해 다소 느린 속도로 즐달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은 남아 있는 구름 덕분에 더위와의 씨름도 면할 수 있었다. 반포 출발점에서 자원봉사자분이 크게 외치는 본인의 배번과 이름을 뒤로 한 채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광진교를 향하는 무리의 일원이 되었다. 그러나 출발 즈음 하늘 가득 메웠던 구름은 이미 간데 없고 얼마지 않아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과의 싸움이 본격화되었다. 갈 길은 까마득한데.

15km 표지판이 있는 탄천에서 머리에 뒤집어 쓴 두 바가지 얼음 냉수를 생명수로 삼아 나름대로 여유로운 즐달을 지속하였으나 약 25km 지점인 잠실선착장 부근에서 나타난 커다란 난관은 즐달의 다짐을 일순간에 허공에 날려버리게 하고야 말았다. 오른쪽 무릎이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평소 완전치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이제껏 달려오면서 큰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었던 오른쪽 무릎이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얼마가지 않아 무릎이 뒤틀리는 듯한 심한 통증에 그만 달리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2주 전에 난생 처음으로 가졌던 남산 언덕훈련의 후유증이라 짐작되었다.

간단한 스트레칭 후 다시 달려 보나 몇 백미터 가지 못해 또 다시 그자리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뛰었음에도 근자에 경험해보지 못한 먼거리에 무릎이 즉각적인 경종을 울리고 나선 것이었다. 예서 그만 두어야 할지 순간적인 갈등을 겪기도 하였으나 아직 한번도 달려서는 가보지 못한 광진교까지는 가야하지 않겠느냐는 일념이 무거운 발걸음을 광진교 반환점으로 이끌었다.

박회장님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분들의 격려와 잠시의 휴식에 힘을 얻어 다시 반포 출발점으로 발걸음을 내디뎠으나 한번 고장난 무릎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통증은 심해져만 갈 뿐이었다. 정말 답답할 뿐이었다. 예서 더 무리를 하다가는 정말 큰 부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그 후 약 14km는 천천히 뛰다 걷다를 수없이 반복하며 천신만고 끝에 골인점에 도달하였다.

부상을 안고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직접 체험한 소중한 기회였으며 평소에 달리는데만 치중함으로써 부상예방과 관리에 자칫 소홀한 측면은 없었는지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뜻하지 않은 무릎통증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레이스이었지만 주로 곳곳에서 이루어진 달림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오늘의 고통속에서도 완주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며 달림이들이 왜 그 자리에 있을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기에 충분하였다고 한다면 과언일런가?

단지 먹거리가 충분하여서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꼴지를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주최측의 슬로건에 그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신이 주로 곳곳에서, 그리고 자원봉사자 한분 한분의 행동에 그대로 체화되어 있는 듯 하여 반가움을 넘어 미안함까지 들게 하였다.

비록 우렁찬 밴드 소리도, 겉만 번지르한 협찬사도, 의례적인 기념품과 완주메달도 없는 “달림이들에 의한 한마당 축제”이었지만 그 어느 대회, 모임보다도 알차고 만족스러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자들의 고통과 아쉬운 부분을 너무나도 잘 아는 달림이들과 그 가족들이 그 모든 진행과정에서 쏟아부은 헌신적 노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서울마라톤클럽의 회원도 아닐 뿐만 아니라 혹서기대회나 울트라마라톤에 참가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이 모임에의 참가를 흔쾌히 받아주신 서울마라톤클럽과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말 수고 많이들 하셨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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