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14초와의 사투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순경 작성일11-02-25 14:47 조회1,75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서울마라톤 sub3대회”에 참가하였다.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겐 별들의 전쟁이라 불렸던 이번 대회는 sub3를 하지 못하면
완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골인지점도 통과할 수 없고,
완주메달 및 기록증도 받지 못하는 자존심이 걸린 엄격한 대회였다.
또한 실패할 경우 금년 한해 대회마다 많은 심적부담감을 가져야 한다.
작년 동아에서 12초차로 아깝게 sub3를 못하고 1년 내 내 심적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험이 있어 내 자신과의 자존심을 타협해야 하는 대회였다.
겨우내 꾸준하게 연습을 했었으나,
약 3개월 전부터 갑자기 찾아 온 오십견으로 오른팔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통증으로 인해서 밤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감기라곤 몰랐던 나에게 며칠 전부터는 코감기 까지 와서
호흡하는데 상당한 지장이 있었다.
대회장에 도착해서 배 번호를 수령하고 몸도 풀 겸 조깅을 하였다.
영~ 몸이 묵직하고 컨디션이 안 좋음을 느낀다.
달리다보면 나아지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9시 출발신호와 함께 달려 나갔다.
대회장을 빠져나가 2.5km지점쯤에 커브를 도는 곳 이 있었다.
바닥에는 모래가 깔려 있었고, 약간 위험해 보여서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도는 순간 그만 쭉 미끄러지면서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오십 견에 시달리는 오른팔을 짚는 순간 팔이 부러지는 아픔을 느꼈다.
무릎에서도 참을 수 없는 통증과 함께 무언가 흐르는 느낌이 있었다.
다행히 팔을 좌,우로 흔들어 보니 부러지진 않았다.
뒤 따르던 주자들 중에는 빨리 옆으로 비키라는 소리까지도 들린다.
모든 주자들이 얼마나 심적으로 촌음과의 싸움에 여유가 없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달려야한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무릎이 아파서 확인하려는 순간 “보면 안 돼”라고 뇌리를 스친다.
무릎은 얼마나 다쳤는지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같이 뛰던 그룹은 벌써 저 멀리 달아나 버렸고,
제일 꼴찌에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것은 아닌지......
머릿속은 어지럽기만 하다.
일단은 한 바퀴를 돌고 결정하기로 했다.
5km 지점을 통과하고 시계를 보니 다행히 21분은 넘지 않았다.
달리기에 집중을 하고 조금씩 스피드를 내어 달리다 보니.......
완주? 또는 포기?를 결정을 해야 하는 1바퀴 마지막 지점이 보인다.
몸 상태를 점검해본다. 팔과 무릎의 통증은 그런대로 참을 만 하였으나
통증으로 인한 스피드 저하가 문제였다. 여기서 포기하면
‘난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본다.
sub3를 기필코 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룹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한 사람 한사람을 추월하면서
정상페이스로 유지하려 애썼다. 하프통과 기록을 보니 1시간28분44초이다.
sub3를 하기엔 다소 불안한 기록이지만 일단 목표를 세웠으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기로 했다. 하프 이후부터는 각 5k마다 마지막구간이라
생각하고, 구간별 최소 21분대 초반에 목표를 두고 최선을 다해 달린다.
25km 구간기록 21분13초다. 일단 성공이다. 마음이 가볍다.
다음5km지점 30km까지 최선을 다하자.......아무리 못해도 30km까진
2시간7분 안 에는 들어가야 완주를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달리다보니 30km 지점이다. 2시간6분39초.
잘 하면 sub3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정신력으로 달려야 한다. 다리가 아픈지 팔이 아픈지 기억도 없었다.
오로지 완주해야한다는 생각뿐...... ..
35km통과시각이 2시간28분01초, 남은거리 7km! 남은 시간은 32분이다.
완주의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몸이 무겁기 시작한다.
종아리에 쥐가 나려고 한다. 속도를 약간 늦추어 자세를 이리 저리 바꾸면서
쥐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는데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다리는 쥐가 나려고 하고....
피를 말리는 시간이 흐른다..
‘절대 포기 하면 안 돼’ 내 자신을 채찍하면서 달리다 보니 저 멀리 출발지점이 보인다.
가능성이 있다.
58분대 후반이면 들어가겠다...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달려가는데 골인 아치가 보이지 않는다. 3시간이 넘으면
통제를 한다고 하더니 ‘아치를 치운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골인지점을 향해서 달려갔다.
우측을 보니 출발지점보다 약150m 전방에 아치가 있지 않는가?
순간 불길한 예감이 확 들었다. 시간은 다 돼 가는데 내 생각보다
아치가 150m정도 멀리 있는데 시간은 여유가 없다.
1초 1초가 피를 말린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마지막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였다.
2시간59분46초! 14초를 남겨두고 완주하였다.
골인 후 무릎을 보니 피가 흘러내렸다. 만일 넘어 졌을 당시
무릎의 상처를 확인했었다면 과연 목표달성을 할 수 있었을까?
내 무릎한테 얼마나 미안하던지....고마운 다리
이로서 오늘 부상과의 사투에서 내가 이겼다.
완주 후 메달과 월계관을 쓰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순간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별들의 전쟁 “서울마라톤 sub3대회” 에서의 sub3는
그 어느 메이져 대회에서의 sub3하곤 비교할 수 없는
값진것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