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로그인




 

추천에세이

울트라 마라톤 봉사활동을 마치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용현 작성일06-11-20 10:03 조회2,830회 댓글0건

본문

울트라마라톤 봉사활동을 마치고 ....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른 세시간의 마라톤 봉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이백 오십리(100Km)를 뛰는 사람들
그것도 지방에서 올라와 새벽에 뛰기 위에 경기장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새벽 4시에 나와서 어둠을 뚫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려서 어둠이 내려서야 출발점에 돌아오는 사람들.....
멀리 현해탄을 건너 달려와 국경없는 우정을 나누며 달리는 일본의 마라토너들.....
시각장애인 극복하고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준 마라토너
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날보다 적은 사람이 대부분인 사람들....

완주패를 받기위해 단상에 올라 가면서 절룩거리는 다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올라서서 두손을 들고 힘을 외치는 사람들.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하얗게 쉰 머리를 쓰다듬는 할아버지....
도대체 저들로 하여금 달리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또 무엇을 위해 저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잠을 설쳐가며 기다릴까?
온밤을 꼬박 작은 난로 하나에 손을 쬐며 천막 곳곳을 파고드는 찬 바람 때문에 자리에 눕지도 못하고 호호 손을 불며 밤을 새우며 기다린 시간들.....
언제 올림픽 공원의 바닥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자 보겠는가라며 스스로를 자위하면서 몇 번이나 나 자신에게 채찍을 가한 밤.
긴 시간 추위가 엄습해 올수록 나 자신에게 “왜”라는 혹독한 질문을 던져가며 지새운 밤.

막이 내리고 마지막 주자가 결승점을 통과하고 꽃다발과 완주패를 전달하고서야 나는 때묻은 장갑을 벗으면서 단상위에 벌러덩 몸을 뉘었다.
수없이 오르내린 무대의 조연으로 주연이 떠난 자리에 누워보는 순간이 이었다.
시상대에서 두손을 들고 월계관을 쓰고 완주패를 들고서 웃음 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삼류극장의 화면처럼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대화장 주변에는 낮의 열기는 간데없고 찬 바람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상심으로 서 있는 가로등 불빛과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하나둘 채워지고 있었다.
하루에 한번씩 찾아오는 어둠이고 밤이지만 매일 눕던 그 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누워 쳐다보는 밤의 풍경에 내가 빠져 들고 있었다.

낮보다 더 화려해진 평화의 문과, 형형색색 뿜어 나오는 거리의 불빛......
무한질주를 꿈꾸는 런너들의 발자국 소리를 지우며 달리는 롤러스케이트의 바퀴소리...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축 쳐진 몸에서 자꾸 힘이 빠지고 있었다.
살갗에 부딪히는 찬바람과. 바닥의 싸늘한 기운이 아직도 뼈속까지는 전달되지 않아서 그런지 졸음이 달려 들었다.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매주 다니던 산길의 나무들까지도 기억의 한 순간을 채우고 있었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완주 뒤에 오는 쾌감 만큼이나 가슴을 채우는 뿌듯한 그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남의 뒤에 서서 그들의 작은 한 부분을 채우는데 나의 작은 힘을 보태 주었다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오늘 나의 행위가 그 무슨 보상이나 금전적 이득을 위해서 일한 시간이었다면 이런 행복감에 젖어 들 수 있었을까?
봉사를 하면서 수없이 내뱉은 하찮은 말들이 오히려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 서울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자와 아쉽게 관문을 통과 하지 못한 사람들과, 뒤에서 묵묵히 그들을 도와준 도우미들의 가정에 늘 행복과 건강 가득한 삶이 되도록 빌어주고 싶다.

** 대회를 준비한 서울 마라톤과 봉사의 기회를 준 대회 관계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c) 2002 Seoulmarathon club All Rights Reserved. info@seoulmarathon.net
상단으로
M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