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혹서기마라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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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상훈 작성일12-08-30 11:08 조회2,0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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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서기 대회 뛰고왔다. 정식 명칭은 ‘2012 서울마라톤 혹서기대회’이다. ‘서울마라톤’은 마라톤 클럽 이름이고 ‘혹서기대회’가 본 이름이다. 매년 8월 세 번째 주 일요일 즈음해서 열리는데 1년 중 가장 더울 때 뛰어서 이렇게 이름을 지은 것 같다.
더운 날 풀코스 한 번 뛰어보겠다고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하늘의 보상일까? 정작 내가 참가한 세 번의 대회(2010~12)때는 대회 날 모두 비가 와서 그렇게 덥지도 않고 괜찮았다. 물론 대회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면 각종 근육통에 비까지 이중고겠지만...
대회 자체는 인기가 아주 좋다. 1,500명 정도의 규모인데 접수 1시간 만에 마감되기도 하고... 대회 참가자들이 대부분 어르신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기다. 어르신들 사이의 ‘We Run Seoul’이랄까... ‘We Run Seoul 대공원’ 이면 딱 맞겠네... 신청자들 대부분이 즐기러 참가하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하지만 여기는 혹서기대회... 참가자들 대부분이 풀코스 대회 경험이 있는 무시무시한 대회다.
지금 와서 세어보니 이번이 8번째 풀코스 대회였다. 2010년도 혹서기 대회를 입문으로 징하게도 뛰었다. 처음 풀코스가 혹서기 대회였는데, 그때가 아마 최고로 힘들었던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허벅지, 어깨, 허리 안아픈 곳이 없었고,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발바닥 아치까지 피멍이 들었으니..ㅎㅎ 다 뛰고 나서 뭐... ‘풀 코스 뛰지 않은 사람은 러너고, 뛴 사람이 마라토너다’라는 말도 들었는데, 뭐 그것보다는 그때는 그냥 소주가 너무 먹고 싶었지..ㅋㅋ 정작 피곤해서 두 잔 먹으니 확 취했지만서도...
뭐 첫 대회라는 의미도 있지만, 난 그냥 이 대회가 재밌다. 언덕 마다마다 있는 급수 및 간식대에서 배부르도록 음료 및 과일을 먹는 재미도 있고, 진심을 담아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고... 올해는 비가 와서 그냥 지나쳤지만, 주로에서 바가지로 물 한 바가지 끼얹는 경험도 하고...대회 운영도 깔끔해서 아주 좋다. 아! 또 한 가지가 있다. 동물원 외곽 순환로 5회 왕복 중 가장 마지막을 돌 때의 쾌감이 아주 크다...ㅎ
무슨 말이냐면, 이 대회 코스는 코끼리열차길 및 동물원 내측을 포함하여 10.8km 달린 뒤에 순환도로 6.175km를 5회 왕복하여 42.195km를 채운다. 음식으로 치자면, 앞의 10.8km는 에피타이저? 셀러드?? 느낌이고, 순환로 4회 왕복까지가 메인요리, 마지막 5번째 왕복은 후식 느낌이다. 그러니깐, 순환로 5회를 왕복하며 주자들을 서로 따라잡기도 잡히기도 하며 얽히다 보면 누가 몇 회째 왕복인지가 햇갈리는(달리는 속도나 폼을 보면 대충 파악이 되기도 하지만) 상황이 오는데, 5회째를 돌 때면 이제부터 내가 추월하는 주자들은 적어도 나보다 늦게 골인할 주자들이며, 고통스런 레이스를 아직 더 해야 한다는 것이 확실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도 신청했고 뛰었다. 기록도 전년에 비해 50분 정도 단축했다. 대회 얼마전에 남균형님께서 ‘혹서기도 오르막은 걷고 내리막은 달리면 그나마 쉽게 달릴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그냥 그대로 했다. 순환로 1,2,3회 힘이 남아있지만 걷다시피하며 오르막을 오르고, 급수대마다 음료 마시며 쉬었다. 그러다보니 힘쓴 것도 없는데 벌써 어느덧 4회 왕복을하고... 시계를 보니 3시간 20분... 어느때 보다 덜 힘들었는데 기록이 훨씬 나았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전에는 언덕이 있으면 당장 급해서 올라가는데 힘 다 쓰다가 정작 내리막에서는 걸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오르막길에서 덜 뛰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빨리 돌고 있다니... 오르막에서 힘을 쓰면 경사 훈련은 되겠지만 실전에서는 오히려 힘을 빼야 잘 달릴 수 있구나... 여태껏 마라톤이나 공부나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그저 힘쓰기에 바빴던 것 같은데, 어려운 부분에서 오히려 힘을 뺄 때 나중에 일이 잘 풀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힘 빼는 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나이키 GPS 스포워치로 기록해 본 코스도는 이렇다. 그림에서 보면 종료 지점이 조금 이상한데, 이상한 게 맞다. 대회 끝나고 대공원역 까지 GPS 끄지 않고 걸어갔다..ㅎㅎ 이날 나이키 Game on world 이벤트 한다고, 단일 러닝 최장거리 러너에게 신발 준다고 혹시나 해서 1킬로라도 더 길게 나오려고 한건데... 결과는 60km가 넘는 거리를 한 번에 달린 사람한테 뒤쳐졌다..ㅠㅠ
아무튼 그 어느 때보다도 편하게 완주 잘 했다. 들어와서 옷 입은 채로 샤워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열무 비빔밥 먹고 짐을 찾아 그대로 집으로 왔다. 다른 사람들한테 핸드폰 사진좀 찍어 달라 부탁할까도 했지만, 비도오고 혼자 마라톤 대회에 온 것이 청승맞기도 해서 그냥 돌아왔다.ㅎㅎ 대공원역에 도착해서 화장실에서 탈의 및 간단히 씻고, 지하철 벤치에 앉아서 머리를 말리고 간식을 먹으며 약간 회복을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며 대회를 마쳤다.
혹서기 대회를 3번째 뛰지만 매번 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올 상반기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 그랬는지, 이번 대회에서는 언제 쉬어야 할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는 것이, 마라톤처럼 끝을 알면 페이스 조절도 하고 그나마 편하겠지만 그게 안 되니 힘들다. 그러니 하루키 수필 풀 사이드(Poolside)에 나오는 아저씨처럼 인생 80까지 사는 것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도 괜찮을 성 싶다. 수필에서는 40번째 생일 맞은 아저씨가 인생의 반환점을 넘기며 이것저것 살아온 삶에 대해 평가하고, 현재에 대해 점검하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나도 이 방식으로 계산하자면, 마라톤에서는 15km즈음 달리며 첫 번째 파워젤을 까먹을 시기 즈음 되겠다. 아직 초반이고 힘이 남지만 레이스 후반은 어찌될지 전혀 감이 안오는 상황이다. 인생의 어느 경험들이 파워젤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지금 겪는 상황이 카페인 빵빵 파워젤이길 바라야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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